신해철 “서바이벌 형식, 가수에게 모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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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00분토론’ 오디션 열풍 지적…‘나는 가수다’ 논쟁 이어져

MBC는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Mnet <슈퍼스타 K> 시즌2가 성공을 거두자 <W>나 <후 플러스> 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없애고 유사 포맷의 <위대한 탄생>을 만들어 공영성을 잃었다는 안팎의 우려가 많았다. 지난 달에는 아나운서와 기성가수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거센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런 MBC가 지난 31일 <100분토론>에서 ‘TV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방송을 내보냈다. 이날 토론에선 당초 다양한 직종과 형식으로 확산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사회적 의미를 짚으려 했던 것 대신 ‘재도전’과 ‘김영희 CP 경질’ 등으로 논란이 일었던 <나는 가수다>에 관한 언급이 주를 이루었다.

이날 토론자로는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의 ‘감동 멘토’로 꼽히는 뮤지션 김태원, 오는 2일부터 tvN 서바이벌 오디션 <오페라스타 2011>에 출연하는 뮤지션 신해철, 최근 tvN <코리아 갓 탤런트>의 심사위원으로 섭외된 음악감독 박칼린이 등장해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김태원(위)과 박칼린(아래). ⓒMBC 화면캡처
김태원과 박칼린은 100분 내내 오디션 프로그램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둘은 모두 오디션 포맷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게 된 인물이다. 박칼린은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 “희망과 도전정신들이 엮여 있다”고 말했고, 김태원은 “TV에 늘 나오는 사람이 나오던 규정된 틀에서 벗어나 누구나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고 밝혔다. 신해철 또한 “기획사에서 공급하는 아이돌에 대한 갑갑함과 (음악적 다양성에 대한) 욕구불만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폭발적 인기는 예정됐던 것”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무수히 늘어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공연연출가인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신문방송학)는 최근의 오디션 열풍 속에 △출연자들이 현 정부의 아젠다인 ‘공정사회’의 홍보 도구로 활용되는 점 △경쟁이 공정하다는 환상을 갖게 만드는 점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탁 교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질은 도전이지만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경쟁과 탈락을 중심으로 관음적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태원은 “이제 음악을 들어야 할 시점이 왔다. 특정 기획사에 줄을 서는 것보다 지금 형식이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셈”이라며 긍정적 측면에 주목했다. 박칼린은 “오디션은 심사위원인 내게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보물을 찾는 순간이기 때문”이라며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오디션”이라고 말했다.
▲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탁현민 교수. ⓒMBC 화면 캡처
이 같은 반론에 대해 탁현민 교수는 허각 등 <슈퍼스타 K> 출신자들이 공중파에 진입하지 못하는 점을 예로 들며 “이들이 개별적인 음악인으로 제대로 활동하기에는 (방송사의) 배타적 상황이 존재한다. 과거 전속탤런트 개념처럼 자신들이 등단시킨 이들의 타 방송사 활동을 용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론자들 대부분은 시청률에 목메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계에 대체로 공감하기도 했다. 탁현민 교수는 “현장 PD들의 고충은 시청률로 인해 상상력이 제한되는 것”이라며 “순위 프로그램 포맷으로 인해 지원자들의 순수함이나 노력이 묻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해철은 “시청률을 쉽게 높이려고 출연자에게 싸움질을 시켜 대중들이 구경하게 한다”고 꼬집은 뒤 “시청률이 PD들을 바보로 만든다. 시청률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토론의 중심에는 얼마 전 논란 끝에 담당 PD가 교체되고 ‘휴식기’에 들어간 <나는 가수다>가 있었다. 탁현민 교수는 “결국은 현장에서 보여준 가수들의 열정적 모습에서 다시 ‘나는 가수다’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감동에 집중해야 하는데 (‘나는 가수다’가) 필요 없는 경쟁을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신해철은 이날 공개적으로 수차례 “‘나는 가수다’가 맘에 안 든다”고 말하며 “직업가수들 머리에 점수를 매기는 건 유쾌하지 않다”고 했다. 김태원 역시 ‘나는 가수다’ 출연진을 “이미 경지에 오른 분들”이라 소개하며 이들이 서바이벌을 해야 하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신해철. ⓒMBC 화면 캡처

이와 관련 탁현민 교수는 “서바이벌을 내세우며 동시에 감동을 주려해 제작진 스스로 딜레마에 빠진 셈”이라고 말한 뒤 “(‘나는 가수다’에서) 김제동이 깬 것은 룰이 아니라 경쟁의 구도였다”고 강조했다. 탁 교수는 <나는 가수다>를 둘러싼 ‘공정성’논란이 실은 프로그램의 ‘진화 과정’일 수 있었음을 시사하며 “정작 큰 문제는 공정하지 않아 보이는 김재철 사장의 한마디로 담당 PD를 잘라버린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해철은 “서바이벌이란 모욕적인 형식을 도입해야 기획안이 통과되는 상황”이라며 방송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에 대한 출연자들의 비판이 계속되자 사회자는 급히 “나는 가수다의 긍정적인 면은 뭘까요”라며 화제를 전환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은 김태원과 박칼린이 발언 도중 말을 잇지 못하거나 일순간 정적이 흐르는 등 매끄럽지 않은 상황 속에 진행됐다. 토론 내용 또한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총체적으로 짚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두고 몇몇 시청자들은 “‘100분토론’이 연예인 패널을 내새워 시청률을 올리려 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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