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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MBC ‘위대한 탄생’ 첫 생방송 현장

김태원은 한낮부터 일산 MBC 드림센터 2층 대기실에서 목을 축이고 있었다. 오늘(8일)은 MBC <위대한 탄생>의 첫 생방송 날이다. 20%가 넘는 시청률로 멘토와 도전자들이 연일 화제에 오르는 가운데 오늘 생방송은 그간의 인기를 가늠하기 좋은 무대였다.

오후 3시. 12명의 도전자는 마지막 리허설에 집중하고 있었다. 백청강은 나미의 <슬픈 인연>을 불렀다. 방시혁은 “목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다. 본방에서는 좀 더 힘을 내라”며 그에게 평점 10점 만점을 줬다. 김태원 역시 “지금도 최고지만 이따가 생방에서 더 최고가 되라”며 응원했다. 화사한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백새은은 부끄러운 듯 몸을 움츠렸고 음색도 약간 떨렸다. 신승훈은 백새은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생방에선 가사 까먹으면 죽는다!”고 소리치며 웃었다.

진행을 맡은 박혜진 아나운서는 리허설임에도 탈락자를 선정해 발표했다. 무작위로 선정된 리허설 탈락자는 정희주와 손진영이었다. 손진영은 탈락 소감을 묻는 박혜진 아나운서를 향해 멋쩍은 웃음을 보냈다. 오후 5시. 리허설이 끝나고 모두들 잊지 못할 밤을 준비했다. 

▲ MBC <위대한 탄생> 생방송 현장에서 김태원과 그의 제자들 모습. ⓒMBC

오후 7시. 일산 드림센터 2층 공개홀에서 포토타임이 시작됐다. 약 40여명의 취재진이 왔다. 도전자들에겐 포토타임 역시 생소한 일이라 연신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되어 나왔다. 포토타임에는 멘토와 제자들이 함께 나왔다. 김태원은 이태권, 백청강, 손진영을 가리키며 “이 친구들이 우리나라 마이너리그의 선봉이라 생각한다”며 으쓱거렸다. 키가 160센티미터가 될까 말까 한 백청강은 수줍은 포즈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는 “스타가 된 것 같아요?”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권리세가 등장하자 카메라 셔터가 집중됐다. 그녀는 일본 아이돌 그룹 AKB48의 멤버 같았고, ‘미스 재팬’다웠고, 20살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권리세는 강력한 우승후보를 묻는 질문에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 말하며 옆에 서 있던 김혜리를 가리켰다.

데이비드 오가 무대에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여성 팬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는 남자가 봐도 반듯한 외모였다. “즐기면서 끝까지 가겠다.” 강력한 우승후보다운 자신감이었다. 한 기자는 노지훈에게 가수활동 이력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를 물었다. 노지훈 대신 마이크를 잡은 방시혁은 “음반을 낸 사람이 (위대한 탄생에) 나올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한 뒤 “알려지지 않았던 것뿐이지 말하지 않았던 것 아니다”라며 제자를 변호했다. 

▲ MBC <위대한 탄생>의 도전자 권리세. ⓒMBC

19살 미소년 세인은 목소리처럼 신비로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를 보고 있자니 “사랑해요 형님” 멘트가 귓가에 맴돌았다. 이태권은 개인포토타임에서도 1%의 긴장도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으로 기자들을 마주했다. 문득 그가 최종우승을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패자부활전으로 올라온 조형우의 눈에선 불꽃이 튀었다. 권리세는 피곤했는지 대기공간의 의자에 앉아 굽 있는 부츠를 벗고 양 발을 마사지했다.

오후 10시. 생방송이 시작되면서 방청석이 꽉 찬 모습도 공개됐다. 정희주의 팬이 제일 많아보였다. 시청자의 문자투표가 70%, 멘토 점수가 30% 반영되는 점 때문에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객석의 열정은 분출될 곳을 찾고 있었다. 방송이 시작되자 멘토와 멘티들의 이미지 샷이 강렬하게 다가오며 흥분시켰다. 이날 도전자에게 주어진 첫 번째 미션은 80~90년대 히트곡에 도전하는 것.

황지환은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김건모의 ‘첫인상’을 불렀다. 그리고 김건모처럼 탈락해버렸다. 권리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 달간 기타연습을 해 자우림의 ‘헤이 헤이 헤이’에 도전했다. 대부분 권리세의 도전에 놀랐고, 객석 반응 역시 좋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오늘이 마지막 무대였다. 공교롭게도 둘 다 첫 번째, 두 번째 무대를 열었던 이들이었다.

눈썹이 ‘자라나고’ 있는 이태권은 생방송에서도 여전히 떨지 않았고, 손진영의 어머니는 아들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 흘렸다. 김혜리가 부른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 다시’는 이날 김태원에게 9.6점을 받으며 최고점을 기록했다. 김윤아는 백청강이 부른 나미의 <슬픈 인연>을 듣고서 “타고난 보컬리스트”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위대한 탄생> 작가팀은 멘토들의 점수를 받아 합산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멘토들은 대부분 1절이 끝나면 점수를 매겼다. 녹화시간이 11시 30분을 넘어가자 김태원의 목이 잠기기 시작했다. 이날 방송에선 미리 녹화해둔 합숙소 생활을 공개했는데, 그 모습이 Mnet <슈퍼스타 K>를 떠올리게 했다. 도전자들의 합동 공연 또한 녹화였는데, 현장에서는 도전자들이 녹화방송과 상관없이 춤과 노래를 선보여 열정을 보였다.

▲ MBC <위대한 탄생> 파이널 오디션에 참가한 12명의 도전자들. ⓒMBC
드디어 탈락자 발표의 시간. 아나운서는 유독 뜸을 들였고, 객석은 그 때마다 한숨과 긴장이 이어졌다. 첫 번째로 황지환이 탈락했을 땐 객석에서 “괜찮아” “괜찮아”라며 격려가 이어졌다. 황지환은 탈락한 뒤 탈락자 위치에 약 15분 동안 혼자 서서 합격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여기저기서 “보기 안쓰럽다”, “잔인하다”는 등의 얘기가 들려왔다.

권리세의 탈락은 아무도 예상 못했던 일이었다. 사실 정희주와 백새은이 둘 다 합격 했을 때가 반전이었다. 객석은 김혜리와 권리세 중 한 명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술렁거렸다. 이은미는 이들에게 “여기서는 마지막이 되겠지만 음악 인생의 첫걸음이 시작 될 것”이라며 용기를 줬다. 하지만 휴학계를 내고 온 권리세는 탈락했고, 울었다. 이은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권리세에게 갔다. 이은미는 황지환에게도 위로의 말을 건넸다. 신승훈도 황지훈을 끌어안았다.

생존자 자리에 있던 10명의 표정도 어두웠다. 아나운서는 “다음 주를 기대해달라”고 했지만, 다음 주는 오늘보다 더 마무리가 우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이 끝나고, 손진영은 황지환을 들어올리며 기운을 북돋아주려 했고, 다들 복잡한 표정으로 무대 중앙에서 탈락한 이와 함께했다. 아무도 생존을 축하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방청객들은 권리세의 눈물에 가슴이 먹먹해져 한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 첫 생방송에서 탈락한 권리세(왼쪽).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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