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퇴사는 내 결정…강원도 위해 여당 옷 입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

 

두 남자가 있다. 고교 동문에 한 직장 선·후배로, 심지어 나란히 사장까지 지낸 흔치않은 인연이다. 이들이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로 다시 한 번 맞붙었다.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와 최문순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다. 누구보다 유사하면서도 다른 이력의 소유자인 이들은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조심스러우면서도 때때로 가장 매서운 펀치를 주고받고 있다. 서로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각각 추격하는 이들의 맞대결에 정치권은 물론 이들의 선·후배이자 동료였던 언론인들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PD저널>은 지난 7일 한 사람의 지역민이라도 더 만나는 게 우선이라고 똑같이 말하는 이들 후보들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리해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8일과 9일 최 후보와 엄 후보에게 연이어 답이 왔다. <편집자>

 

“MBC 출신 맞대결, MBC 구성원 역량 보여줘”

정치인으로서 첫 발을 이제 막 뗀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의 답변에는 치열함이 묻어났다. MBC 파리특파원 시절 빳빳하게 버버리코트의 깃을 세운 신사의 모습도, 어린이날이면 전 세계 어린이들이 웃으며 손을 맞잡고 있는 넥타이를 매고 브라운관에 등장했던 <뉴스데스크> 간판 앵커의 모습도 쉽게 읽히지 않았다. 그의 말마따나 “더 이상 언론인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인생 2막을 걸어가겠다는 결심을 한 만큼 치열하게 도전하고 있기 때문”인 듯 했다.

그를 치열하게 만드는 데는 그의 출마를 향한 언론의 곱지만은 않은 시선도 있는 듯했다. 엄 후보 스스로 “언론이 나한테 적대적”(4월 7일 <경향신문> 인터뷰)이라고 했을 정도다. 이런 배경에는 현 정권에 의해 선임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경영 간섭으로 MBC 사장직에서 물러난 엄 후보가 여당 후보로 출마를 결심한 데 대한 의문이 일부분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엄 후보는 “MBC 퇴사는 상황이 어떠했든 내가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MBC 사장이라는 자리는 방문진과 때로 갈등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MB정권 시절 (MBC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여 민주당에 가야한다는 법은 없지 않나요. 강원도를 위해 한나라당이라는 옷을 입기로 했을 뿐입니다.”

엄 후보는 자신의 도지사 출마와 정당입당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언론 보도에 대해 “언론인으로서 정치인으로 가는 과정의 통과의례라고 본다”며 “좋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선 열린 귀와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 후보는 MBC <PD수첩> ‘광우병’ 편과 관련한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선 서운함을 표시했다. 일부 매체가 그의 발언 앞뒤를 잘라내 왜곡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PD수첩>이 갖는 사회적 순기능, 언론으로서의 비판 기능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수장으로서 방영을 보장했지만, 언론엔 정확한 보도 책임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쉽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문순 후보 또한 지난 2008년 8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PD수첩> 해당 보도에 일부 부정확한 내용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 ⓒ엄기영 선대위
엄 후보는 자신의 고교(춘천고)·직장(MBC) 후배이자 자신보다 앞서 MBC 사장을 지냈던 최문순 후보와 선거 초반 날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으로 정권의 언론장악을 비판해왔던 최 후보가 자신의 한나라당 행을 공격하자 “어떻게 MBC 사장이 됐는지, 사장 퇴임 직후 어떻게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까지 됐는지 의혹이 있다”며 엄 후보가 맞받은 것이다.

 

엄 후보는 “그런 문제들로 최 후보와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다”면서도 “사실 방송사 인사에서 부장대우 직급 사원이 사장이 되는 건 매우 이례적이고, 더군다나 사장 퇴임 후 곧바로 특정 정당의 비례대표를 받는 것 또한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전직 사장들이 정당을 달리해 선거에서 맞붙어 치고받는 모습이 MBC 구성원들에게 편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를 지적하자 엄 후보는 “(강원지사 선거라는) 이런 큰 선거에서 MBC 출신이 맞붙었다는 것은 MBC 구성원들의 역량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MBC 출신이라는 점을 명심해 어느 자리에서든 부끄럽지 않은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선거를 2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현재 엄 후보는 각종 강원지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조사방식에 따라 최 후보와의 격차가 이전보다 좁혀지기도, 벌어져있기도 하다. 엄 후보는 “현장을 돌아보니 반드시 엄기영이 강원도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강원도 출신으로 저처럼 이렇게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이제 기회를 주시면 고향발전으로 은혜를 갚겠습니다. 또 언론인 35년의 시간 동안 한국의 방송은 제게 있어 마음의 고향이 됐습니다. 많은 언론인들이 정계로 나갔는데, 부끄럽지 않은 언론인이 되겠습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