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신공항 보도 ‘MB 확성기’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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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노조 공추위, 비판 보고서 내…”국익 강조, 정부 대변”

KBS 내부에서 ‘신공항 공약 파기’ 보도를 놓고 “MB의 마우스피스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차일피일 미루던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KBS <뉴스 9>은 신공항 관련 회견 내용, 정치권 반응, 독도와 북한 문제 등 모두 4꼭지를 관련 보도에 할애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이하 공추위)는 4월 둘째주 주간보고서를 통해 신공항 관련 특별기자회견 뉴스를 분석했다. 공추위는 보고서를 통해 “청와대는 나름대로 회견의 형식에 변화를 모색해서 진정성과 소통의 모습을 보이려 한 것 같지만 회견을 다룬 KBS <뉴스 9>는 ‘MB 확성기’ 역할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했다”라며 “대통령의 공약 파기 행위를 ‘국익’과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합리화, 정당화하는 논조가 주를 이뤘다”고 평했다.

공추위는 먼저 5번이나 반복된 ‘국익’이라는 단어를 문제 삼았다. 공추위는 “출입기자들의 제법 날선 질문도 있었지만 9시 뉴스 관련 리포트에선 기자들의 질문 내용은 철저하게 배제됐다”며 “ 대신 뉴스 시청자들은 대통령의 ‘확신에 찬 어조’와 ‘국익’을 위한 결단을 일방적으로 주입당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 “저마다 국익을 말할 수는 있지만 그 국익의 내용은 다 다르다”며 “이처럼 불확실한 개념을 어떤 중요한 결정의 핵심 변수로, 특히 대선공약 파기의 구실로 내세우는 것을 KBS 뉴스가 반복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KBS 뉴스의 특정한 지향성을 드러낼 뿐”이라고 덧붙였다.

 

▲ KBS 신공항 관련 <뉴스9> 보도 ⓒKBS

 

주관적인 표현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기자회견 뉴스를 전한 기자의 멘트에는 “이 대통령의 표정은 두렵지 않았습니다.”,“확신에 찬 어조로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설명했습니다.” 등의 인상비평식의 주관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요즘은 수습기자도 이런 주관적 표현은 방송뉴스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런 주관적인 표현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억지논리를 내세워 약속위반의 정당성을 강변했습니다’는 멘트도 가능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공추위는 4대강 사업 예를 들면서 주요 국책사업을 대하는 KBS의 이중적인 태도를 언급했다. 보고서는 “KBS 뉴스는 백지화 발표 때부터 청와대가 내세우는 신공항의 ‘경제성’ 프레임을 충신하게 대변하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의 ‘경제성’ 문제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다”며 “어떤 사업은 경제성 때문에 백지화되고 또 어떤 사업은 대통령 신년 때문에 강행되는 모순을 지적하고 그 배경이 뭔지 살펴서 시청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약 파기를 비판하는 움직임을 전달한 뉴스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KBS  <뉴스 9>는 공약 파기에 대한 비판을 영남권의 반발과 야당의원의 목소리를 통해 전했다. 공추위는 “ 경제성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는 평가 결과를 보도한 뒤 공약 백지화에 반대하는 야당과 지역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공약 파기에 대한 비판을 국익과 경제성을 무시한 무책임한 경쟁, 또는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구도였다”고 지적했다.

KBS <뉴스 9>는 ‘집중점검-국책사업 냉정해야’ 리포트에서도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공추위는 보고서를 통해 “해묵은 지역공항 적자 문제 등을 다시 끄집어내 신공항 백지화의 정당성을 부여해준 눈물겨운 ‘마지막 한방’ 이었다”며 “주요 행위자의 주장만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칠 뿐이라면 공영방송이 굳이 존재할 필요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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