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제작기] ‘발레리NO’의 탄생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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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제작기] ‘발레리NO’의 탄생 비밀
  • 서수민 KBS ‘개그콘서트’ PD
  • 승인 2011.04.18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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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 ‘발레리NO’한 장면 ⓒKBS
KBS <개그콘서트> ‘발레리NO’한 장면 ⓒKBS

# 새 코너가 절실했던 ‘개그콘서트’ 2011년 1월.

내가 연출을 맡은 지 한 달 남짓. 기존 코너 중심으로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지만 ‘새 코너’가 그럴듯한 게 없었다. 개그맨들도 내 취향을 몰랐고, 나 역시 개그맨들을 쪼고만 있었던 상황.

박성광,이승윤,허경환 등등 ‘개콘’의 허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코너가 절실했는데 개그계의 양동근! 박성광이 준비하는 새 코너가 있단다. 단, 비공개로 ‘검사’를 하기로 했다.(개콘의 새 코너 검사는 모든 연기자와 제작진이 모인 상태에서 함께 보는 것이 전통이다) 왜 굳이 비공개일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메인 작가와 나 단 둘이서만 성광이의 코너를 보았다.

가제는 ‘로얄 씨어터’. 박성광을 비롯, 정태호, 양선일, 김장군 등이 남자 발레리노로 서로 성기를 가려가며 연기를 하는 내용이었다. 이래저래 지금의 발레리노와는 좀 달랐던 내용의 ‘로얄 씨어터’ 연기를 끝내고 모두들 중요 부위를 가린채 내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 반응은 무조건 “O.K.!” 당장 녹화를 하기엔 문제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들의 걱정과는 달리 새 코너가 급했던 나는 바로 녹화를 하기로 결정했다.  

▲ KBS <개그콘서트> ‘발레리NO’한 장면 ⓒKBS

# ‘발레리NO’를 만들다.

10분 후, 당장 녹화를 하기 위해 버릴 것과 살릴 것을 결정하는 회의를 시작했다. 일단 ‘캐스팅 변경’ 좁은 바 안에 세 명의 연기자가 서야하기에 하체 길이가 동일해야 했다. 그래야 일직선의 바가 세 명의 ‘그것’을 안전하게 가릴 수 있기에. 그래서 신인 김장군 대신 하체가 좀 짧은 이승윤을 캐스팅했다. 그의 근육질 몸과 발레복이 의외로 웃겼다.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작업, ‘우리편 만들기’ 아줌마 PD인 ‘내 눈에는 웃기지만’, 이를 보고 실제 ‘발레리노’들이 느낄 수치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방송을 보고, 그들이 항의한다면 큰일! 그렇다고 영화 ‘쉘위댄스’처럼 직장인들이 발레 연습실에 가는 식의 설정은 어딘가 웃기고 힘이 약하다 싶어, 결국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그래서 제목도 그냥 대놓고 ‘발레리no’로 결정!

그리고 분명히 쏟아질 비난에 대비(?)하여, 우리 편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진짜 ‘발레리노’를 불러서 이 개그를 보여주는 것도 우리편 만들기 작업의 일환! 그래서 섭외된 분이 유니버설 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노 엄재용 씨. 공연계의 마당발로 불리는 개그맨 홍록기가 섭외를 도와주었다.

전화상으로 “우리 개그맨들이 발레리노와 관련된 코너를 만들었는데, 발레 용어나 동작이 너무 미약하니 선생님이 되어달라”라고 부탁했다. “혹시 처음 보시고 기분나빠 하시지 말아달라”라는 소심한 당부까지! 실제 발레리노인 그가 코너 내용을 보고, 화내면 정말 큰일'이기에!

코너 취지만 듣자마자, 세차게 내리는 늦겨울 비를 뚫고, <개그콘서트> 연습실로 찾아와 준 엄재용 발레리노. 잔뜩 긴장한 우리 멤버들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처음으로 ‘발레리NO’를 선보였다.

예상과 달리 너무나 재미있게 코너를 봐 주신 엄재용 발레리노. 실제 본인들도 처음 바 앞에 서면, 한 번씩 겪게 되는 자연스런 과정이라며, 전혀 문제없다고 용기를 심어주었다. 개그맨들의 표정이 풀리기 시작했다. 점점 자신감들이 생기는 듯!  

▲ KBS <개그콘서트> ‘발레리NO’한 장면 ⓒKBS

# 비난의 여론을 응원으로!

그렇게 올린 ‘발레리NO’ 첫 녹화! 소위 말하는 대박이었다. 같이 일하는 스태프조차 낄낄거리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방송을 집에서 보는 날 남자들이 언짢아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40대 중년인 우리 남편이 박장대소를 했다. 9살인 우리 딸은 “저 아저씨들 왜 ××를 저렇게 가려?” 맑은 눈망울로 질문을 하고! 다행이다. 남자가 웃을수 있는 코드면 이 코너는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던 시청자 게시판.

“불쾌하다. 여자들도 벗고 나와라! 감히 남자의 중요 부위를 가지고 웃기려한다니 민망하다” 등의 불만도 쏟아졌다. 비난 여론을 예상하긴 했지만, 회사 안 여기저기서 불만 민원이 접수되니 정신이 없었다. 시청자 상담실, 방송통신 위원회, 심의실 등.

그 와중에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언론! 많은 ‘발레리NO’ 관련 기사들이 코너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발레리노에게 레슨을 미리 받았고, 그들과 의논을 거친 점이 많이 부각되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코너가 아무리 웃겨도, 부정적인 여론에 휘말리다 보면 방송 강행이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었기에!

어쨌든 결과적으로 ‘발레리NO’를 둘러싼 바람은 긍정적인 순풍! ^^

그래도 방송 내용에 신경을 써야했다. 일단 ‘발레리NO’라는 코너가 나갈 때 웃음 리액션은 모두 남자로 편집할 것. ‘시선’의 문제였다. 젊은 여자 시청자들이 부끄러워하며, 웃는 것보단 남자들이 대놓고 웃는 모습을 붙여주는 게 훨씬 건전해 보일 것 같았다.

그리고 녹화 중 혹시라도 있을수 있는 ‘노출’에 주의하자. 오래 갈 생각으로 만든 코너이니 만큼, 이를 위해 지켜져야 할 것이 바로 ‘그 부위’의 신비감. ‘발레리NO’에 출연하는 모든 개그맨들의 ‘그것’은 소중하니까! 화면에서도 되도록이면 노출이 되지 않아야 했다. ‘그것’이 보이는 순간 가장 실망하는 사람은 보여진 개그맨 본인들보다는 본 관객들임을 잘 알기에! 이렇게 다른 어떤 개콘의 코너보다 정성을 다해 무대에 올린 코너 ‘발레리NO’.

‘마빡이’이후 사라졌던 몸 개그의 명맥을 잇기에 충분해 보였고, 무엇보다 그동안 방송에서 금기시 되었던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어필했던 것 같다.

그동안 13회 방송을 하면서 이젠 비난보다, 응원이 훨씬 더 많다.

이제 <개그콘서트>가 이런 걸로도 사람을 웃기는구나! 라는 탄식을 낳게 한 주인공 ‘발레리NO’

친구의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알게해준 공익적인 코너 ‘발레리NO’

이를 지키기위한 우리 개그맨들과 제작진의 땀이 있는 한 ‘발레리NO’는 영원하리라 믿는다!

‘발레리NO’포에버!  <개그콘서트> 포에버!

* 이 글은 ‘KBS PD협회보’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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