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예능 PD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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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예능 PD가 흔들린다
[분석] “종편 성공 관건은 예능”… jTBC 영입 적극적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1.04.22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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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주 동안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지상파 PD 영입이 화제다. 지난 20일 <황금어장> 등을 연출한 MBC 여운혁 CP의 종편 이적 사실이 알려졌고, <무한도전> 김태호 PD도 이날 이적설에 휘말렸다. 21일에는 KBS <해피선데이-1박 2일>의 초기 연출을 맡았던 김시규 PD와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연출한 김석윤 PD의 이직설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종편쪽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는 PD들은 모두 예능 PD다. 유독 예능 PD영입에 종편이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는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등은 외주제작 시장이 커져 아웃소싱으로 제작이 가능하고, 뉴스도 경력기자 채용과 자체 인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만, 예능의 제작노하우는 지상파 인력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예능은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면서 어느 정도 입소문만 퍼지면 시청률 ‘보증 수표’로 광고매출을 높일 수도 있고, 종편으로 이미지를 높이는데 반드시 필요한 장르다.  장르 특성상 풍부한 경험과 연예인 섭외능력 등 전문성이 필요해 흥행작이 있는 예능 PD들에게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와 관련 SBS의 한 예능 PD는 “드라마 · 다큐멘터리와 달리 예능은 매주 단위로 제작해야하고 연예인 섭외능력도 중요하다”며 “예능이야말로 가장 ‘인하우스’ PD의 역량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사에서 돈을 남기는 건 예능이고, 종편이 스타급 예능PD를 영입해 채널홍보와 수익성까지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게 이 PD의 설명이다.

민임동기 미디어평론가는 “종편의 성공적 안착 여부는 다큐멘터리나 시사·교양에서의 성공이 아니다. 초기 런칭에 성공하는 관건은 지상파의 경쟁력 있는 예능 콘텐츠를 넘어서는 것”이라 지적한 뒤 “자체 제작능력이 없어 경쟁력 있는 PD를 초반에 영입해 두는 것이 현재 종편의 관건”이라 평했다.

종편채널에선 PD들의 이직이 방송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이다. 주철환 jTBC 방송제작본부장은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방송은) 아마추어가 할 수 없다. 검증된 사람이 필요한데 그들 대부분은 지상파에 있다”며 “한국 사회는 직장 선택의 자유가 있고 뜻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방송사로)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 본부장은 “이직은 돈보다 성취감을 얻느냐의 문제”라며 “jTBC가 돈으로 사람을 영입한다는 생각은 오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예능PD 이직과 관련해 또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들 jTBC 행을 결심했거나 jTBC로부터 제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jTBC는 이번에 스타 PD들의 종편채널 이직 관련 기사로 채널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중앙일보>가 참여하는 jTBC의 납입자본금은 4220억 원으로, 4개의 종편 채널 중 최대자본금 규모를 갖고 있다. 또 이미 지난해 10월 MBC 예능 PD 출신인 주철환 전 OBS 사장을 방송제작본부장으로 영입하는 등 다른 종편사업자에 비해 경력 PD 스카웃에 앞서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한 방송관계자는 “jTBC에서 삼성의 자본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PD들의 이직에 삼성의 존재도 한 몫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MBC <거침없이 하이킥>의 권익준 PD와 KBS <개그콘서트> 김석현 PD가 이직한 CJ E&M 역시 삼성과 관계가 있는 미디어그룹이다.

종편으로 인력이 유출된 지상파의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안우정 MBC 예능국장은 “액면으로 드러나는 것만 가지고 얘기할 수 없다” “(PD들)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인력유출’에 대한 말을 아꼈다. PD들 내부에서는 여전히 지상파의 영향력이 강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힘은 점점 줄어들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은 상황이다.

MBC의 한 예능 PD는 “나가겠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나간다는데 (회사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PD는 “한편으론 (종편으로) 나가서 (회사가) 예능 PD들 귀한 줄 알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 “언젠가는 예능도 헤게모니를 뺏겨 프로그램 제작이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했다.

MBC의 또 다른 편성제작 PD는 4월 20일자 MBC노보를 통해 PD들을 떠나게 만든 원인이 사측에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회사 돌아가는 거 보면 과연 MBC가 조중동 방송보다 얼마나 더 나은 건가 싶다…외부에서의 유혹은 날로 강해지는데 제작 인력에 대한 회사의 처우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대박 낸 PD(‘나가수’ 김영희) 자르고, 열심히 일한 조연출 R등급(사원평가 최저점) 주고, 일 잘한 MC(김미화) 찍어내는 조직에 청춘과 미래를 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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