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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유혹 강해지는데 제작여건은 날로 악화”

최근 예능 PD들이 잇따라 신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과 CJ E&M으로 떠나며 지상파 인력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KBS와 MBC는 4월 말 예능 경력 PD 모집공고를 냈지만 예능 PD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제작 자율성이 후퇴하고 외부적으로는 지상파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면서 인력 유출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사진은 여의도 KBS 본사(왼쪽)와 MBC 본사

지상파 예능 PD들의 인력유출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권익준 PD와 KBS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가 3월 경 CJ E&M으로 이직했다. 최근에는 MBC 〈황금어장〉 등을 연출한 여운혁 PD가 jTBC행 이직을 결정했고 KBS 〈출발드림팀〉등의 연출을 맡았던 김시규 PD,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연출한 김석윤 PD의 이직설이 나왔다. 현재 이직을 고민 중인 예능 PD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 예능 PD가 외부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의 경우 외주제작이 가능하지만 예능의 제작노하우는 지상파 인력에 집중된 상황이다. 예능은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들고 광고매출과 채널브랜드에도 도움이 되기 쉽다. 하지만 장르 특성상 풍부한 경험과 연예인 섭외능력 등이 필요해 흥행작이 있는 예능 PD들에게 ‘러브콜’이 쏟아지는 것.

따라서 종편은 스타급 예능PD를 영입해 채널홍보와 수익성까지 잡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와 관련 주철환 jTBC 방송제작본부장은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방송은) 아마추어가 할 수 없다. 검증된 사람이 필요한데 그들 대부분은 지상파에 있다”며 “이직은 돈보다 성취감을 얻느냐의 문제다. jTBC가 돈으로 사람을 영입한다는 생각은 오해”라고 밝혔다.

이처럼 예능 PD들의 이직이 현실화된 가운데 인력유출을 겪고 있는 지상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안우정 MBC 예능국장은 “(PD들)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MBC의 한 예능 PD는 “나간다는데 (회사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며 “(종편으로) 나가서 (회사가) 예능 PD들 귀한 줄 알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예능 PD 인력유출이 방송사의 근시안적 인력정책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외부에서의 유혹은 날로 강해지는데 제작 인력에 대한 회사의 처우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 MBC의 한 편성제작 PD는 4월 20일자 MBC노보에서 “요즘 회사를 보면 조중동 방송보다 얼마나 나은 건가 싶다. 대박 낸 PD(‘나가수’ 김영희)자르고, 열심히 일한 조연출 R등급(사원평가 최저점)주고, 일 잘한 MC(김미화) 찍어내는 조직에 청춘과 미래를 걸어야 하나”라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KBS 예능PD협의회는 25일 오전 총회를 열고 인력유출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회사 내 예능 PD의 위상, 제작여건과 업무 부담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예능국의 한 PD는 “(회사가) 남아있는 예능 PD들에게 동기 부여나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연수나 인센티브 같은 금전적 혜택만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KBS와 MBC는 예능 PD 경력채용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KBS와 MBC는 지상파 또는 케이블에서 2년 이상 제작 경험이 있는 PD를 대상으로 각각 27일과 25일부터 경력사원 모집원서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력채용이 빠져나간 PD들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S의 한 예능국 PD는 “경력 2년 이상의 조연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계속 있었지만 이들이 종편채널로 옮긴 PD들을 대신하긴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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