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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는 끝났다. 4·27 재보선 결과 민주당은 환호작약했고, 한나라당은 내홍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연대의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통합 방식을 놓고 질긴 토론을 이어갈 것이고 여당은 지도부 선출을 둘러싸고 격한 갈등을 노정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의 원인을 야권 연대라든가 인물론 등 기술적인 이유에서 찾는 것은 너무도 정치공학적인 접근이다. 중요한 건 민심의 실체와 방향이다. 국민들은 고물가와 전세난, 비싼 등록금, 그리고 구제역 등 쏟아지는 민생고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과 위기관리 해법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주권자로서 옐로우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렇다면 MB 정부 하반기의 방송사 민심은 어떤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KBS는 2009년 말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G20과 원전, 각종 모금 방송 등 관제 성격의 프로그램을 무려 177편이나 방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권홍보 방송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구성원들의 우려 속에 방송사 내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PD와 기자는 좌천되고, 징계를 받는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에 더해 KBS의 간판 프로그램들을 기획·연출했던 예능PD들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나고 있다.

MBC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재철 사장의 일방통행에 대한 MBC 분위기는 태풍전야와 같다. 올해 들어서만도 사측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를 시작으로 <PD수첩> 인력 강제 교체, 라디오 프로그램 파행 개편 등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PD들의 자율성과 권한이 곤두박질치고 구성원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서 회사가 내놓은 계획이라곤 기껏해야 ‘무주 페스티벌’로 명명된 단합 행사라고 한다.

민영방송이라고 사정이 좀 다를까. 오는 5월 중순이면 SBS 노조의 연봉제 반대 농성이 만 1년을 맞는다. 사측은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입사원과 부장 이상 사원에 대한 연봉제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이래저래 최근의 방송계는 역주행 정권의 비호 아래 방송사 경영진의 불도저 경영이 판을 치고 있다. 구성원들의 민심은 일절 고려 사항이 아니다. 말 안 듣는 PD나 기자는 쫓아내고, 정권에 조금이라도 밉보인 프로그램은 가차 없이 폐지한다. 그걸로 끝이다.

라틴어 속담에 '복스 포풀리, 복스 데이(Vox populi, vox Dei)'라는 표현이 있다. '민중의 목소리는 곧 신(神)의 목소리'라는 뜻이다. 그만큼 민심은 중요하다. 지금 한국 사회 PD들이 느끼는 민심의 온도는 비등점을 향해 서서히 치닫고 있다. 민심은 바다와 같아서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 4·27 재보선 결과가 방송사 경영진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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