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영방송 가치를 공론장으로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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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설레게 했던 ‘2011 서울 세계공영TV총회’(INPUT)가 그야말로 가슴을 벅차게 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성공적이라 함은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800여명의 참가자, 역대 최다 아시아 방송사의 동참, EBU, ABU 및 AIBD 등 대표적인 국제방송기구와의 파트너십, INPUT 역사상 최초로 시사작이 아니라 출품작 전체의 아카이빙 등 외적 규모(figure)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내용(quality)이 참으로 실하고 알찼다. 프로그램은 실험적이고 대담했으며, 토론은 도발적이고 논쟁적이었다.

영국 BBC의 피어 씨는 “INPUT의 열기와 수준에 숨이 막혔노라”고 토로했으며, 미국 공영방송 에이미 씨는 그녀가 참석한 무려 열세 번의 역대 INPUT 중에 최고였노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짐바브웨의 스티븐은 “공영방송의 미래와 희망을 보았노라”고 했으며 압히짓은 “인도가 한국과 같은 대륙, 아시아라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세계 콘텐츠 시장의 주류인 북미와 유럽의 제작자들은 “이제 바로 한국, 당신네들이 세계 공영방송을 선도해 INPUT을 견인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그렇지, 아마도 과분한 칭찬일 게다. 그러나 의례적인 인사말이라고 미리 폄하해버릴 필요도 없다. INPUT 사람들은 후하게 남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비판적이며 허례를 싫어한다. 이러한 점에서는 제작자들과 비슷하다. PD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무엇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고 또 무엇이 허상인가? INPUT 정신은 공영방송이 추구하는 ‘차별적 가치’이다. 상업방송과 차별성을 추구하되, 창의성에 방점을 둔다.

INPUT의 참가자들은 공영방송의 내부자들뿐만 아니라 동참한 독립PD와 작가의 열띤 참여 속에 공익과 창의를 추구하는 공영방송의 강력한 힘이 상존하고 있음을 느꼈을 법하다. 공영방송 제작자는 창의적으로 공익에 복무해야 한다는 명제에 우리나라의 제작자들만큼 뜨거운 가슴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까. 덕분에 큰 맥락에서 INPUT을 잘 치러냈다.

그러나 ‘공론장’으로서 공영방송의 위상과 역할이 INPUT을 성공적이라고 해서 수사학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Pre-INPUT 세미나에서 이기형 경희대 교수는 “공영방송은 소셜 스토리텔러로서 사회적인 책무성과 문화적인 역량을 성찰적으로 발휘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INPUT은 공익성과 경쟁력의 병존(竝存)에서 공영방송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제작자들은 만듦새의 문제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자존심과 창의적인 노력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더 나은 교감과 생각을 유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 배기형 INPUT조직위원회 컨퍼런스 코디네이터

이것이 공영방송의 브랜드 가치이며, 소셜 스토리텔러로서 공영방송이 가지는 INPUT이다. 이 기회에 공영방송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겸허하고 성찰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수한 공영방송의 콘텐츠가 다른 상업방송들로 하여금 공영방송과 비슷한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하는 사회적인 압력으로 ‘공영방송의 선순환’이 기능하게 하자.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INPUT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OUTPU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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