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영상 언어’에 대한 실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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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열린 INPUT에 참가했다. 마침 방송 하나를 끝낸 시점이라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세계 공영방송에서 방송된 여러 프로그램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INPUT은 공영방송의 보다 높은 서비스를 만나는 연례행사인 만큼 실험적이면서 자극이 될 만한 여러 프로그램들을 많이 선보였다. 독립 PD인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정말 오랜만에 방송 프로그램의 영상 언어에 대해 생각 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프로그램은 보스니아 감독이 만든 <빌리지 위드아웃 위민> (Village Without Women)이었다. 이는 세르비아의 한 시골 마을에 사는 삼형제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양을 키우며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사는 그들의 유일한 골칫거리는 아무도 그들과 결혼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큰 형은 국경을 넘어 한때 적이었던 알바니아로 결혼 상대를 구하러 간다.

상영이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과 관련한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감독은 2년 반 동안 차도 다니지 않는 이들 형제의 집을 찾아 매달 10일 이상 머물며 촬영했다. 이렇게 장기간 제작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한 방송사에서 전부 제작비를 투자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기 마련인데 독일 ZDF를 비롯해 여러 방송사들이 국제 공동 제작에 참여해 우리 돈으로 3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쏟아 부었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는 두 가지의 버전이 있다. 83분짜리의 극장용과 52분짜리의 방송용이 그것이다. 실제로 작년 12월에 방송되었고 곧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본 것은 극장용인데 흔히 우리가 TV에서 보는 다큐멘터리와는 영상 언어가 사뭇 다르다. 내레이션도 없고 제작진의 인터뷰도 최소화했다. 그야말로 제작자는 '벽 위의 파리'가 되어 카메라 앞의 현실을 충실히 전달했다.

INPUT에서는 이외에도 많은 재미있는 프로그램들로 세션이 진행되었다. 방송 진행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정치적 사안이나 윤리적인 사안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어떻게 방송할 것인가? 어떻게 젊은 세대들을 방송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인터넷이며 여러 새로운 플랫폼에 대해서는 어떻게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등이다. 이런 질문들은 전 세계 공영방송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고민 지점들을 말해준다.

 

▲ 김병수 독립PD

 

이번 INPUT의 참가를 통해 느낀 것은 시급히 우리도 다양한 영상 영어를 실험하면서 국제 공동 제작의 시류에 합류해야한다는 점이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독립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어떤 사람은 법률적 제도적 측면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제작 PD들은 그야말로 영상 언어와 제작 측면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시청자들도 정치며 자본으로 부터 독립된 높은 질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볼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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