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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에 반대한다

[시론] 정태인 경제평론가 정태인 경제평론가l승인2011.05.30 10: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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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한국 대학생 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이행하라”며 청와대로 가두 행진을 벌이다 73명이 연행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대학생들이 제 목소리를 낸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기 위해 7조원의 예산을 들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진보신당과 민주당 역시 3조 2천억원을 배정했다. 급기야 한나라당도 2조원을 들여서 등록금을 낮추겠다니 6월 임시국회에서는 여야가 합의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될 전망이다.

반대는 거의 전부 보수의 몫이다. <조선일보>는 전국 400개의 대학 중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77개나 되는데 등록금 지원은 세금으로 이들 부실사학을 지원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여옥 의원은 그럴 돈이 있다면 고등학교 의무교육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재정적자에 대한 걱정도 줄을 잇는다. 일리가 있는 주장들이다.

더구나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교들 중 77%는(2008년) 자신의 의무인 재단 전입금마저 제대로 내지 않았다. 나아가서 수도권의 이른바 일류 사립대학은 어마어마한 액수의 기금을 형성하여 전국에 세금 한푼도 내지 않는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등록금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아무리 등록금을 높여도 정원을 채우지 못할 확률은 0이기 때문이다. 하여 등록금 문제를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주체는 바로 대학들이다.

한편 정부 재정으로 등록금을 낮추어야 하는 이유 역시 탄탄하다. 우리나라 GDP는 세계 13위 권이지만 등록금 총액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에 이른다. 그리고 그 이유 중 일부를 전체 교육 예산 중 대학교 등 고등교육에 지출하는 비율이 유럽 국가 95%, 미일 50%에 비해 우리는 15%에 불과한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니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리고 대학에 대한 사회의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보의 주장 또한 옳다.

그러나 거의 사회적 합의에 이른 “반값 등록금”에 나는 반대한다. 우리가 지금 복지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양극화 때문이다. 양극화로 인한 피해는 당장의 경제적 효율성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어떤 정책이 아무리 복지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더라도 양극화를 촉진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면 그 정책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대학 등록금이 바로 그렇다. 현재도 대학 입시경쟁은 과잉이다. 그런데 대학 다니는 비용을 낮춰 준다면 대학에 가려는 사람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입시 경쟁은 더 격화될 것이다. 결국 현재 대학 등록금 인하가 그 이상의 차세대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류 대학교가 주도하는 등록금 인상은 언제라도 재현될 수 있다. 거시동학을 무시한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

똑같이 교육 비용을 줄이는 일이라면 현재 20조원을 훌쩍 넘어선 사교육을 중지시키는 것이 백배, 천배 낫다. 민주노동당의 7조원도 매년 사교육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으며 교육기회의 평등이라는 점에서도 훨씬 정의롭다.

당장 아이들의 고통은 어찌 할 것인가? 차라리 아르바이트 최저 임금을 대폭 올리는 것이 낫다. 대학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등 자산을 처분해서 등록금을 낮추도록 유도 할 수도 있다. 만일 거부한다면 정부의 지원을 줄이는 추가 제재도 가능하다.

   
▲ 정태인 경제평론가
대학에 대한 예산은 각 지방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대학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일류대학을 향한 과잉 경쟁은 무엇보다도 심각한 임금격차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 격차를 어떻게든 줄이는 것이 대학 등록금 인상을 막는 가장 근본적 처방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부동산과 교육 투기, 그리고 재벌의 과잉 권력은 현재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촉진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88만원 세대의 비극은 이 메커니즘을 통한 ‘세대간 착취’의 결과다. 이를 놔두거나 부추기면서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다. 내가 반값등록금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태인 경제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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