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의 소중한 가치와 소명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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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전국대회 150여명 참가…PD선언 발표

 

▲ 지난 25일 PD전국대회에 참여한 PD들이 충남 부여 롯데리조트 앞에서 “나는 PD다”를 외치고 있다. ⓒPD저널

한국PD연합회(회장 이창섭, 이하 PD연합회) 주최 ‘2011 PD전국대회’가 지난 24~25일 이틀 동안 충남 부여 백제문화단지에서 열렸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번 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150여명의 PD들이 방송현실 등을 공유하며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날 PD전국대회에 참석한 PD들은 ‘2011 PD선언’을 통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제작자율성 침해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배들이 힘겹게 지켜온 가치들이 무너지며 방송은 국민들로부터 ‘불신’이라는 막다른 곳까지 밀려왔다”고 밝힌 뒤 “우리는 기득권의 전유물이 아닌 방송, 오직 국민과 시청자만을 두려워하는 방송을 만들 것”이라 선언했다.

이창섭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같은 길을 가는 PD다. 여럿이 모이면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렵지 않다”고 말한 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PD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부터 조중동 방송 광고 직접영업 반대 및 미디어렙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KBS PD)은 전화 연결을 통해 “PD가 권력의 감시자로서 양심을 지켜야 한다”고 외쳐 많은 PD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 3일 PD연합회가 주최했던 ‘나는 PD다’ 주요 장면을 시청한 뒤 개그맨 노정렬이 진행하는 ‘나는 PD다’ 시즌 2 행사를 가졌다. 양승동 KBS PD, 이은표 대전 MBC PD, 윤지영 OBS PD, 김태훈 울산방송 PD, 김형순 평화방송 PD, 정영선 MBC PD가 패널로 참가했다. 25일에는 백제문화단지를 둘러보고 방송발전을 위한 고사를 지냈다.

한편 축사에 나선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직업적 자존심을 지키는 방송인들의 자존감을 높이 평가 한다”고 밝힌 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지 오래됐다”며 권력 견제를 위한 방송인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다음은 2011 PD선언 전문이다.

2011 PD 선언문

                                                     프로듀서의 소명을 다할 것이다

2011년 오늘, 대한민국은 찌는 듯 한 불볕더위가 뒤덮고 있지만 아직도 방송은 엄동설한이다. 다시는 되돌아 올 것 같지 않던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을 방불케 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올곧은 소리를 전하려는 언론인에게는 여지없이 굴복과 침묵이 강요되고 있다. 삭풍의 계절이다.

찬바람이 휩쓸고 간 뒤에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수구언론들이 저마다의 기득권을 지키려 날뛰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열이 차고 숨이 막힌다. 선배들이 힘겹게 지켜온 소중한 가치들이 무너지면서 이제 방송은 국민들로부터 ‘언론 불신’이라는 막다른 곳까지 밀려왔다.

우리는 알고 있다. 그동안 정권이 집요하게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짓밟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해 왔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무수한 프로그램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방송을 보류당하고, 편집당하고 심지어는 방송 자체가 가로막히기도 했다. 또 이에 저항하는 언론인은 징계와 좌천으로 억눌리고 있다. 소위 ‘낙하산’의 혐의를 벗지 못한 방송사의 경영진과 그 주변의 인사들은 ‘공정’의 가면을 쓰고 진실을 가로막고 왜곡을 강요하고 있다. 또한 정권은 방송사 외부마저 낙하산을 통해 온갖 기관들을 장악하고 자율적 심의를 권력의 ‘검열’로 뒤바꿔 표현의 자유를 난도질하고 있다.

소중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위협받고, 방송은 권력의 해바라기들에 의해 짓밟히고 굴종을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 방송은 오염되고 무너지고 있다. 더 이상 국민들은 방송에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언론이 되어 진실을 찾고, 알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가?

한국PD연합회 이 천여 PD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우리가 누구인지를 자각하고 다짐한다. 우리는 프로듀서다. 민주주의의 수호자, 문화와 가치의 창조자, 변화의 선도자임을 다시 한 번 선언한다. 이것이 오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프로듀서의 소명이다.

이제 우리는 소중한 가치와 소명을 지키기 위해 더 큰 소통과 연대를 이뤄낼 것이다. 갈고 닦은 전문성으로 진정한 프로듀서의 모습과 역할을 지켜낼 것이다. 방송은 민주사회 발전의 척도이며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우리는 기득권의 전유물이 아닌 방송, 오직 국민과 시청자만을 두려워하는 방송, 재미와 감동, 위안과 용기를 주는 방송을 만들 것이다. 자유로운 언론을 만들고 문화를 꽃피우는 우리는 프로듀서다. 우리의 소명을 다할 것이다.

2011년 6월 24일
한 국 PD 연 합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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