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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심석태 SBS 기자

지난 주말,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개정판)을 읽었습니다. 이 책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 책이 제시하는 저널리즘의  열 가지 원칙 가운데 두 번째 때문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저널리즘이 가장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시민들이다”입니다. ‘기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라는 장에서 이 원칙을 자세히 설명하는데 우리가 금과옥조로 받들어야 할 대목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시민에 대한 충성은 바로 저널리즘의 독립을 위한 출발점입니다. 이 책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뉴스를 취재하는 사람들은 다른 회사의 고용자들과 다르다. 그들은 때로 자기 고용주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뛰어 넘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그리고 바로 그 의무감이 고용주가 재정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또 뉴스 진행자로 일했던 닉 클루니라는 사람의 말도 인용돼 있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국장이나 이사들과 얘기할 때 내 원칙은 이렇다. 나는 당신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당신이 나에게 급여를 지불한다. 그래서 나는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나는 당신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에게 충성하는가의 문제가 나오면, 내 충성은 TV세트를 켜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내가 이러한 입장을 분명히 하면 아무도 거기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물론 기자라고 해서 자신에게 급여를 지불하는 회사의 이익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저도 그러한 조건 속에서 지금까지 2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 또는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허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이 저널리즘의 독립성이라는 것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심석태 SBS 기자

기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언론 윤리의 가장 낮은 지점이길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일들을 계기로 언론이라는 것, 저널리즘이라는 것의 윤리 문제를 사회적으로, 실질적으로 논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정치적인 싸움이 아니라, 좌든 우든, 이른바 언론이라는, 언론인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원칙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 심석태 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본인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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