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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랑스= 이지용 통신원

지난달 SM타운 소속 가수들의 파리 공연을 통해 알려진 프랑스에서의 K팝(POP) 인기는 한국 언론들을 통해 “한류의 유럽 상륙”이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으로 소개됐다.

프랑스 팬들의 요구에 의해 처음으로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이 열리게 됐을 뿐 아니라,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프랑스 문화적 자존심의 상징’이라는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플래시몹 시위를 통해 연장 공연을 끌어냈다는 사실은 분명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정말 한류의 열풍이 거침없이 프랑스를 정복하고 유럽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일까? K팝에 열광하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한글 말을 배우고 불고기와 비빔밥에 푹 빠지고 있다는 한국 문화 마니아들,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 <한겨레> 6월 13일 2면
프랑스의 한국 문화 마니아 들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 될 수 있다. 2000년 초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프랑스 관객들은 한국 영화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어 박찬욱과 봉준호, 이창동과 홍상수, 김기덕 감독 등 프랑스 영화계와 관객들이 사랑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색을 가진 감독들”의 작품들이 한국 마니아들을 만들어 냈다.  

이런 가운데 영화와 더불어 한국 문학 작품들이 번역돼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 하면 남북 분단과 태권도를 이야기하던 프랑스인들은 ‘올드보이’와 ‘태백산맥’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관심은 한국 음식과 한국인들의 생활 방식으로까지 이어져갔다.

이들의 눈에 한국은 전쟁과 분단의 비극을 안고 사는 아픔이 있는 나라이며, 그 속에서 이루어낸 놀라운 경제 성장 그리고 민주화의 과정 속에서 고민하며 살아온 치열한 삶이 있는 곳이었다. 항상 변화를 위해 꿈틀거리는 나라로 한국이 비쳐지면서 이들에게 한국은 ‘알고 싶은 나라’에서 ‘살아보고 체험해 보고 싶은 나라’가 되어갔다.

과거에는 정원 미달이던 파리 대학과 보르도 대학의 한국어학과에는 지원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파리 7대학 한국어학과 마르틴 프로스트 교수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어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과거의 지원자들과는 달리 이미 한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한국문화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의식 또한 분명하다고 한다. 단순한 문화적 관심을 넘어서 이젠 그 문화 속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번 K팝 파리 공연을 계기로 주목 받고 있는 프랑스 한류 주도층은 한국의 아이돌 스타들에 열광하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과 비슷한 연령층이 다수를 이룬다.

K팝 마니아 공식 사이트인 ‘코리아커넥션’이나 K팝과 한국 드라마, 연예계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회원 대다수는 13세부터 20대 초반의 젊은 프랑스 여성들이라는 것이 사이트 운영자들의 분석이다.

이들과 더불어 재불 한인들의 숫자보다 많은 한국 입양아 출신 프랑스인들 그리고 아시아계 이민 2세들이 현재 프랑스의 한국 대중문화의 주요 소비층으로 분석된다. 인형 같은 소녀시대를 좋아하고 샤이니의 ‘헬로’(Hello)를 부르며 자신들의 아이돌의 나라인 한국을 사랑한다는 이들은 프랑스에 한류 바람을 불게 하는 조직화된 마니아들이라고 할 수 있다.

▲ 프랑스= 이지용 KBNe / Channel Korea 대표

이번 K팝 파리 공연이 한 기획사의 마케팅의 효과로 끝나지 않고 한국 문화의 유럽 상륙을 공고히 하는 데 역할을 위해서 작년 말 한국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프랑스 공영방송 F2의 파트릭 부와떼 국장의 충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수출하던 한국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문화를 수출하는 국가가 되었다는 것은 한국의 대표적인 몇 몇 기업들의 브랜드만큼 국가의 이미지가 높아 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대중문화는 순간의 파급력은 크지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크고 지속적인 파도를 만들기는 힘들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앞으로 더 다양한 문화 수출을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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