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PD는 떠나고, ‘나가수’는 울고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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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상반기 결산] 방송가 이슈 TOP 6

올해 방송가에선 어떤 일이 화제였을까. 오디션 프로그램은 전성기를 누렸고, 〈나는 가수다〉의 인기와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예능 PD들의 이직 러시가 눈에 띄었고, 현빈과 차승원은 각각 김주원과 독고진이란 ‘까도남’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MBC에선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졌고, 방송사 여기저기에선 ‘보복성 발령’이 계속됐다. 숨 가쁘게 지나간 2011년 상반기 방송가 주요 이슈를 〈PD저널〉이 정리했다. (편집자 주)

▲ MBC <위대한 탄생> 우승자 백청강. ⓒMBC
■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기…그 끝은? = TV를 틀면 누군가는 꼭 탈락하고 있었다. 지난해 〈슈퍼스타K2〉의 성공 이후 MBC 〈위대한 탄생〉을 시작으로 지상파 오디션프로그램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MBC는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신입사원〉, 〈댄싱 위드 더 스타〉로 오디션 인기를 주도했다. 자사 아나운서를 뽑는 〈신입사원〉의 경우 “구직자들의 절박함을 팔아 시청률을 올린다”며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SBS는 〈기적의 오디션〉으로 오디션 열풍에 합류했고, KBS는 〈밴드 서바이벌 TOP밴드〉를 내놓았다. 케이블에선 다양한 재능을 평가하는 tvN 〈코리아 갓 탤런트〉가 심사위원 박칼린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범람 속에 그 대상 역시 기자, CEO, 요리사, 창업자, 모델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일반인의 다양한 사연을 이용해 새로운 서사를 보여줄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예컨대 연변 출신 백청강이나 수많은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도전기를 통해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식이다. 그러나 비슷한 포맷의 범람은 ‘시청률 말고는 철학이 없다’는 방송가의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낳기도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질은 도전이지만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경쟁과 탈락을 중심으로 관음적 시각을 제공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개콘’ · ‘남격’ · ‘무릎팍’ PD도 떠났다 = 상반기 중 MBC와 KBS 예능PD 상당수가 jTBC(중앙일보 종합편성채널)와 CJ E&M으로 이직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권익준 PD, KBS 〈개그콘서트〉 김석현 PD,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신원호 PD가 CJ E&M으로 이직했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여운혁 PD, 〈위대한 탄생〉 임정아 PD, KBS 〈해피선데이-1박 2일〉 김시규 PD, 〈올드미스 다이어리〉 김석윤 PD등은 jTBC로 옮겼다. 하반기 종편채널이 개국할 즈음이면 추가 이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종편채널은 채널홍보와 수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상파 예능PD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예능은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들고 광고매출과 채널브랜드에 도움이 되기 쉽다. 하지만 장르 특성상 풍부한 제작 경험과 연예인 섭외능력 등이 필요해 흥행작이 있는 예능 PD들에게 러브콜이 쏟아지는 것.

10년 차이 이상의 핵심 인력들을 잃어버린 지상파는 경력PD 채용으로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사내는 추가 이직을 놓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예능 PD들 사이에선 노동 강도가 늘어나고 제작과정이 복잡해졌는데도 인력충원이나 처우부분에서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고 ‘부품’ 취급하는 경영진의 모습에 실망해 동료들의 이직을 붙잡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많다.

▲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중인 가수 조관우. ⓒMBC

■ 매회 쏟아진 논란…MBC ‘나는 가수다’ = 가수들은 목숨 걸고 노래했고, 시청자는 비평가로 빙의해 장면 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덕분에 PD는 매회 입이 바짝 말랐다. 지난 2월 시작한 MBC 〈나는 가수다〉는 ‘검증된’ 가수들의 경연을 통해 탈락자를 내는 방식으로 방송 전부터 논란을 낳았다. 김건모의 재도전은 ‘공정사회’ 논의에 불을 지폈고, MBC 경영진은 프로그램 논란에 책임을 물어 김영희 CP를 경질해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신정수 PD가 한 달간의 준비를 거쳐 시즌2를 시작한 뒤로는 임재범, 조관우 등의 활약으로 시청률 20% 대를 유지하며 인기를 누렸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편집 조작 논란과 옥주현 출연 등을 놓고 시청자의 거센 항의와 ‘음모론’에 직면했고, 매주 월요일 녹화가 끝나고선 인터넷 언론과 스포일러·추측성 기사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언론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프로그램 제작이 어려울 정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나는 가수다〉는 논란의 크기만큼 음원시장에 갖는 영향력과 가요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대단하다. 증권가는 〈나는 가수다〉의 음원이 올해 500억 원 이상의 매출 효과를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실력이 있으나 방송 출연의 기회가 없었던 실력파 가수들이 나와 치열하게 부르는 음악은 그간 기획사가 공급하던 아이돌 음악에 지쳐있던 대중의 감성을 자극했다.

■ 김주원 · 독고진 ‘귀여운 까도남’ 신드롬 = 표정이 없는 백화점 CEO가 서재에서 툭 던진다. “그게 최선입니까?” 국내 최고 인기배우는 고개를 쭉 내밀며 내뱉었다. “나, 독고진이야!” 세상에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드라마 속 까칠한 도시 남자(까도남)들이 여심을 꽉 붙잡았다. 1월 말 종영한 SBS 〈시크릿 가든〉은 평균 시청률 30%를 넘기며 ‘주원앓이’라는 신조어를 낳았고, 6월 말 종영한 MBC 〈최고의 사랑〉도 마지막 회에서 20%의 시청률을 넘어서며 ‘똥꼬진’의 매력을 보여줬다.  

▲ MBC <최고의 사랑>. ⓒMBC
2010년 까도남이 SBS 〈나쁜남자〉의 심건욱(김남길 분)처럼 치밀하면서 어두운 분위기를 풍겼다면, 올해의 까도남은 겉으로는 단단한 방어의 외피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속 좁고 수다 기질이 다분하며 ‘사회화’가 덜 된 엉뚱·순진남으로 등장했다. 극중 김주원과 독고진은 사회적으로 흠결 없는 CEO와 배우지만 사랑하는 길라임(하지원 분)과 구애정(공효진 분) 앞에서는 한없는 어린아이로 변신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여성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시크릿 가든〉에서 대성공을 거둔 현빈은 종영 이후 수십여 개의 광고를 촬영했고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 〈만추〉는 덩달아 흥행했다. 3월 초 수많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해병대에 자원입대했으며, 지난 4월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을 통해 훈련소 생활이 공개되기도 했다.

■ MBC판 ‘블랙리스트’ 논란 = 소셜테이너는 불공정하다? MBC가 사회적 발언에 적극적인 연예인 출연을 제재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KBS에 이어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라디오 봄 개편에서 김미화씨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씨의 공정성에 흠이 있다는 경영진의 압박이 주원인이었다.

10년 넘게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활약한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도 하차했다. 〈프레시안〉 기고 활동에 의한 공정성 부족이 주요 교체 이유였다. 그러나 기고는 방송과 관계없는 외부활동이라 사측의 공정성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배우 김여진씨는 출연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김여진씨는 〈시선집중〉 월요일 코너 ‘보수 : 진보토론’의 진보진영 패널로 발탁돼 7월 18일부터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그러나 MBC 경영진이 지난 1일 ‘김여진 출연’을 결정하고 홍보한 보직간부들에게 줄줄이 문책성 징계를 내렸기 때문에 사측의 ‘김여진 출연’ 번복은 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MBC에서 시행을 예고한 ‘고정출연제한’ 심의조항 역시 블랙리스트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사회쟁점이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 특정 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고정출연이 제한’된다. 심의조항 목적이 소셜테이너에 대한 ‘검열’ 성격이 강해 사실상의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 지난 3월 보복성 발령을 받은 최승호 MBC PD. ⓒPD저널
■ 보복성 발령은 계속 된다 = 올해도 보복성 인사 발령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MBC는 지난 3월 초 〈PD수첩〉의 간판 PD인 최승호 PD를 비롯해 홍상운 PD 등 〈PD수첩〉 핵심 인력을 타 부서로 강제 발령했다. 당시 〈PD수첩〉 제작진 11명 중 경험 많은 6명이 ‘물갈이’ 됐다. 이에 시사교양국 PD들은 제작거부를 결의했고 당시 사측은 적절한 시기에 최승호 PD를 복귀시킨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최 PD는 복귀는 감감 무소식이다.

MBC의 보복성 인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측은 〈PD수첩〉 이우환 PD, 시사교양 평PD협의회를 주도한 한학수 PD를 각각 비제작부서로 발령했다. 이에 MBC PD협회는 지난 5월 30일 제작자율성 수호를 위한 MBC PD총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우환·한학수 PD는 ‘인사발령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다.

보복성 발령은 MBC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불교방송 노조위원장인 장용진 기자는 최근 춘천지국 발령을 통보받았다. 장용진 기자는 이미 지난해 춘천지국으로 보복성 발령을 받아 서울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전보를 인정한다”고 밝혀 지난 6월 서울 본사로 복귀했는데 또 다시 보복성 발령을 받았다.

YTN은 모 간부가 검찰을 상대로 ‘티켓 로비’를 벌이려 했다는 의혹을 노조에 제보한 전준형 기자를 지난 5월 말 자회사인 ‘디지털 YTN’으로 전보 조치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내부고발자를 징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하반기에도 보복성 발령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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