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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 ‘추적 60분- 긴급점검 4대강, 안전한가’

5월 중순이었다. 4대강 시민조사단이 제기한 역행침식(두부침식)에 대한 문제가 각 언론사들을 통해 터져 나왔다. 이미 지류에서의 침식이 상당히 진행되었기 때문에 우기에 더욱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작년의 상황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역행침식’에 대한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작년 12월 우여곡절 끝에 방송됐던 <추적 60분-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 편이었다. 남한강 금당천에 설치했던 하상보호공이 유실된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독일의 헨리히 프라이제 박사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가능성을 제기한 것. 당시 방송에서는 아쉽게도 침식이 대규모로 일어난다는 인터뷰 하나만 잠깐 소개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져서 바로 한강과 낙동강으로 답사를 떠났다. 6개월 만에 만나는 강은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넓고 깊어진 강. 주변을 돌아다니던 준설선, 포클레인, 덤프트럭들은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준설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었다는 뜻이었다.

▲ 지난 13일 방송된 <추적 60분- 긴급점검 4대강, 안전한가> ⓒKBS

무엇보다 낙동강의 빠른 물살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릎까지의 깊지 않은 곳도 들어가기 쉽지 않아보였다.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유속이 2배 이상 빨라진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금도 이런데 장마 때는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아이템이 결정됐다.

하지만 한편으론 작년의 그 홍역이 올해 다시 반복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앞섰다. 작년 <추적 60분> 팀에는 상상하지 못한 일들(보도본부 이관, 파업, 불방, 징계 등)이 너무나 많이 벌어졌기 때문인지 방송을 준비하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 싱겁게(?)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방송 이후 지금 생각해보면 현재의 KBS를 둘러싼 많은 문제들이 <추적 60분> 방송을 결과적으로 도와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또 다른 고민이 찾아왔다. 지류의 역행침식은 5월에 거의 모든 매체들이 문제제기한 상황에서 무언가 새로운 현상이 필요했다. 지난번의 취재, 그리고 답사 결과 4대강으로 인한 장마철 피해가 충분히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실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과연 한 달 안에 방송이 가능할지 슬슬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장마가 시작된 지 며칠 만인 6월 25일, 호국의 다리 붕괴를 시작으로 상주보 제방 유실, 구미 수도관로 파손 등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자 벌어지는 사건을 따라가는 것만도 힘에 벅찰 정도였다.

이번 장마 기간 동안 발생한 주요 피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공사를 2년 만에 완공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공사를 진행했다면 멀쩡한 다리가 무너지거나 수도관이 파손되는 어이없는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피해들이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 4대강 공사 현장에서, 공사 진행 중에 발생한 사건(!)임에도 - 변명에만 급급했다. 또한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 효과가 있고 여가 생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4대강 살리기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홍보 문안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었다.

4대강 사업의 공정률이 90%를 훌쩍 넘었다. 올 가을엔 이곳저곳에서 준공식이 펼쳐질 예정이다. 하지만 반대로 강은 4대강 사업 이후에도 아주 오랜 기간 서서히 변화할 것이다. 한국수자원학회가 지난 6월 발간한 󰡐4대강 사업 활동보고서󰡑뒷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하천 사업에 대한 준엄한 평가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만이 내릴 수 있다.’ 4대강 사업의 성과와 그 평가는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뒤, 자연스럽게 가려질 것이다. 그때까지 자연의 소리 없는 평가를 꼼꼼히 그리고 담담하게 관찰하고 기록해 내어 후세에게 전하는 일, 우리 모두에게 남은 과제다.

TIP 역행침식(retrogressive erosion, 두부침식) : 본류와 지천의 낙차 때문에 물이 더 빠르고 세차게 떨어지면서 강바닥과 강기슭이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고, 이것이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확산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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