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소송 판결 앞두고 의무재송신 확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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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0일 항소심 판결…방통위,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 논의

방송가가 케이블 TV의 지상파 방송 재송신에 대한 법원의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20일 오후 2시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강서방송, 씨앤앰, HCN서초방송, CMB한강방송 등 5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등 침해정지 및 예방청구 소송’에 대한 항소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간접강제 이행 조건에 촉각= 방송가 안팎에선 법원이 1심과 마찬가지로 케이블 TV의 지상파 방송 동시중계가 지상파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란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케이블 TV의 지상파 재송신을 난시청 해소를 위한 수신 보조 행위, 다시 말해 단순 시청 보조적 역할이 아닌 독자적 방송 행위로 봤다. 케이블의 지상파 재송신을 지상파의 동시중계 방송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때문에 1심 재판부는 케이블 TV 지상파 동시 재송신 행위를 금지했다.

법원이 1심과 다를 바 없는 판결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방송가가 주목하는 것은 법원이 과연 간접강제 이행 조건을 붙일지 여부다. 간접강제는 지상파 방송이 케이블 TV에 대해 1일 단위로 콘텐츠 이용료 지급을 요구하는 것이다.

케이블 측은 지상파의 저작권을 인정하더라도 케이블이 그간 지상파 방송의 난시청 해소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이용료를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일련의 고려가 없다면 1심 판결 직후 결의한 것처럼 지상파 광고 송출 중단 등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간 케이블TV가 지상파의 난시청(인위적 난시청)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의 판단처럼 케이블 측 역시 안정적 지상파 재송신을 앞세워 가입자를 확보하고 광고 등의 수입을 올린 부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지상파 측이 TV 디지털 전환을 앞둔 시점에 재송신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는 2012년 지상파 TV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난시청 문제는 95%(KBS 1TV기준)까지 해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케이블 측이 지상파 재송신 대가 지급 문제를 놓고 “지상파 유료화”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지상파 측이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배경이다.

지상파 방송 정책팀의 한 관계자는 “케이블 측이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며 ‘시청권’에 대한 개념을 호도, 사실상의 협박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31일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 작업을 을 마무리하는 전체회의 장면. ⓒ연합뉴스

■의무재송신 채널 범위 확대 ‘논란’=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케이블 TV의 지상파 채널 의무 재송신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현행 방송법은 KBS 1TV와 EBS만을 의무재송신 채널로 지정하고 있는데, 의무재송신 범위를 지상파 TV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기 전까지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전체 지상파 채널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가 이처럼 의무 재송신 채널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의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법원이 20일 지상파 방송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동시에 간접강제까지 붙일 경우, 1심 판결 이후 수면 아래에서 끓고 있는 지상파와 케이블 측 갈등이 일거에 폭발, 시청권 보호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상파 측은 방통위가 의무재송신 채널 범위 확대를 강제할 경우 가만있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원에서조차 지상파 방송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고, 저작권이 헌법에 의해 보장된 사유재산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방통위가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로 지상파 측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발인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통위가 주도하는 재송신 제도개선 전담반 활동을 일찌감치 보이콧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방통위는 의무재송신 범위를 KBS 2TV로 확대하는 안과 함께 지상파 방송의 모든 채널로 확대하는 안을 놓고 그간 고민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도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에 문제를 제기한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법학)는 지난 4월 방통위 주최로 열린 ‘지상파 방송 재송신 제도 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사건 하나(지상파-케이블 재송신 분쟁)를 해결하기 위한 법 제·개정 논의는 ‘처분적 법률’로 이는 일반적으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가 재송신 되지 않을 경우 위성방송, IPTV 등 다른 대안적 플랫폼이 있다”며 “서로 경쟁하라고 (여러 매체를 만들어두고) 케이블을 통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방통위가 움직이는 것은 권위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당국으로서뿐 아니라 분쟁의 ‘공정한 중재자’로서 방통위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시적으로 의무재송신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통위의 방안은 ‘언 발에 오줌누기’에 다름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상파 측의 한 관계자는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지상파 의무재송신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은 논란을 2년 간 유예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디지털 전환까지 염두에 둔 거시적 시각의 재송신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케이블의 지상파 재송신에 따른 콘텐츠 이용료 산정 문제와 함께 디지털 전환 이후에도 일부 난시청을 해소하지 못하는 가구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당장의 재송신 분쟁에만 집중할 경우 이는 갈등 ‘해결’이 아닌 ‘유예’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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