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위기 ‘김진숙 정신’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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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공영방송사 노조위원장 엄경철 · 정영하

이명박 정부 3년 6개월, 이제는 ‘장악됐다’고 평가 받는 KBS·MBC 두 공영방송의 노조위원장들은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까. ‘낙하산 사장’에 의해 유린당한 공영방송을 살리기 위해 이들은 어떤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까. 〈PD저널〉은 ‘공영방송의 위기와 해법’을 주제로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노조위원장과 정영하 MBC본부 노조위원장을 만나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언론노조 KBS본부 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편집자주〉

▲ 지난 4일 열린 대담 모습. ⓒPD저널

사회 : MBC는 최근 단협 해지를 겪고 김재철 사장의 사표 파동까지 겪었다. KBS는 ‘정언유착’이라 할 수 있는 도청 파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또 뉴스마저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KBS·MBC뉴스가 SBS뉴스보다 공정성 지수가 떨어진다는 결과도 나왔다.

정영하 : 공영방송 MBC 뉴스가 인상비평마저 SBS보다 못하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과거 MBC 보도는 성역 없는 기사로 ‘역시 MBC구나’라는 게 있었다. 지금은 성역이 눈에 보인다. 기계적 중립도 무너졌다. 시청자 입장에서 MBC가 많이 변했다고 느끼는 게 당연하다. 기자들은 MBC와 SBS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데 노조는 SBS와 똑같으니까 문제라고 말한다.

엄경철 : 하향평준화다. SBS보다 낫다 아니다 비교 자체가 서글프다. 이미 다 추락한 상황에서 서로 비슷하니까 괜찮다는 꼴이다. 저널리즘 원칙에 비춰 보도를 평가해야 하지만 그런 평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후퇴했다. KBS는 지난해 G20 프로파간다(선전 선동) 역할을 맡았고 UAE 원전수주에 천안함 보도까지 특정 프레임으로 엄청난 물량의 보도를 쏟아냈다. 국가 캠페인에 지나치게 동원됐다.

사회 : 공영방송이 위기라는 지적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 엄경철 언론노조 KBS본부 노조위원장. ⓒPD저널

엄경철 : 공영방송이 위기냐는 질문 자체가 진부할 정도다. 지금은 ‘공영방송이 필요해?’ 라는 질문이 나오는 시점이다. 현재 공영방송 KBS가 상업방송 SBS보다 얼마나 공익적인지 회의적이다. 구성원 평가와 외부 평가도 마찬가지다. 3년 전 정연주 사장이 쫓겨나고 회사는 수신료 인상을 통한 재원 안정화 등 양적 성장을 화두로 던지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도 2500원 내고 일반인도 2500원 내는데 왜 KBS는 힘 있는 사람들만 쳐다보는지 답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KBS를 뜯어고치든지 아님 문을 닫든지 해야 한다.

정영하 : 현 정부 들어, 특히 김재철 사장 체제 이후 ‘우리가 정체성을 무장하지 못했구나, 우리도 공영방송이었구나’라는 점을 절절히 체감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현 상황이 위기 정도가 아니라 붕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공영성 측면만 붕괴됐다는 거다. 예능·드라마 등 상업적 부분은 오히려 시청률 측면에서 나아진 부분도 있다. 회사는 민감한 시사보도만 눈감으면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분위기다.

엄경철 : 공영방송의 붕괴 이유가 중요하다. 정권 탓만 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불행하게도 KBS는 어떤 권력이 와도 항상 존재해야 하는 고유의 모습을 모델링 한 적이 없다. 노무현 정권시절 정연주 사장이 어떤 모델을 시도해 본 건 있었다. 정연주 사장은 노무현에 의해 임명됐지만 정부를 비판하며 독자성을 확보했다. 핵심은 자율성이었다. 사장은 자기 권한을 대폭 축소해 외풍을 막으려 했다. 그 결실이 〈미디어포커스〉, 〈인물현대사〉, 〈시사투나잇〉과 탐사보도였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보수진영에선 진보언론운동이라며 무력화시켰다.

사회 : 각사마다 공정성 후퇴의 상징적 사례를 꼽는다면.

정영하 : 〈PD수첩〉이다. 폐지는 못하니까 사실상 껍데기만 남겨놓고 내용상 고사 상태를 만들었다. 윤길용을 전위 국장으로 놓고 최승호 PD 등 핵심 멤버들을 〈PD수첩〉에서 쫓아냈다. MBC는 최근 6개월 사이 시사 프로그램들의 숨통을 사실상 끊어 놨다.

엄경철 : KBS는 〈쌈〉, 〈시사투나잇〉 등 훌륭한 비판저널리즘이 폐지된 이후 논란이 많은 백선엽·이승만 다큐멘터리가 대놓고 전파를 타는 상황까지 왔다. 극명한 퇴행이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자기 검열을 통해 저널리즘 의식의 퇴행을 겪었다. 정권에 불편한 주제는 어차피 안 되니 편한 걸로 가자는 관행이 생겨났다. 냉소와 체념, 패배의식이다.

정영하 : 이런 지경까지 오게 만든 장본인인 보직간부 대다수는 김재철 사장의 ‘예스맨’들이다. 김재철 사장은 능력이 없어 자연 도태됐던 자들을 보직간부에 앉히며 충성을 요구했다. 그로 인해 조직이 완전히 망가졌다.

엄경철 : 조직 내부는 극심한 편 가르기와 충성경쟁이 팽배하다. 능력이 아닌 연줄을 통한 회전문 인사 때문이다. 이 때문에 KBS 여당 이사들도 “간부진이 현황파악을 못 한다”며 혀를 차고 있다.

사회 : 사실 공영방송의 위기는 구성원 스스로 순치되며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엄경철 : 지난번 김해수 저축은행 수뢰 의혹 건에서 특종하고도 낙종하게 된 계기는 당사자(김해수)가 강력하게 반발한다, 그러므로 사실 확인을 보강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보도국 수뇌부들은 힘 있는 자에게 민감하다. 당사자가 시정잡배였다면 어땠을까. 현 수뇌부의 저널리즘은 5공 시절 권력 굴종에서 멈춰있다. 시대적 한계에 묶여 있다. 이를 젊은 기자들이 못 견뎌한다. 그러면 간부들은 우리 때도 그랬다는 식으로 게이트키핑을 정당화하고 있다. .

▲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위원장. ⓒPD저널

정영하 : MBC는 무능력한 보직 간부들이 위에서 내려오는 오더만 기다린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식으로 배제하면서 남는 아이템은 말 그대로 시정잡배가 문란을 일으킨 것뿐이다. 현재 단협도 없는 상태다보니 노조는 힘을 잃었다는 생각으로 회사가 더 밀어붙이는 것 같다. 밖에서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선 MBC 기자나 PD들이 월급쟁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 노조위원장은 사장과 소통하는 자리다. 공영방송의 위기를 제공한 낙하산 사장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정영하 : 지난해 39일 파업과 이근행 위원장의 옥쇄투쟁 이후 단협 해지를 통보 받은 상황에 위원장에 취임했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지만 노조는 상생과 대화를 말했다. 회사에 협상과 상견례를 제안했다. 노사 간 싸움은 회사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얘기할 참이었다. 그러나 사장은 단 한 번도 노조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1일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 앞에서 사표를 번복하고 나올 때 처음 말을 걸었다. “무슨 말씀을 하고 내려 오셨습니까”라고 물었더니, 김 사장은 내 눈을 피하며 비서에게 “빨리 갑시다” 하더라. 소통이 없다.

엄경철 : KBS 구성원들은 김인규 ‘낙하산’ 사장에게 능력 있는 사장으로서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김인규 사장은 힘을 앞세운 통치로 구성원의 자율성을 떨어뜨렸다. 사장을 편들었던 구성원들마저 돌아서면 사장을 욕하는 상황이다. 노조와의 소통은 말장난 수준이다. 예컨대 도청 의혹을 논의하면 대안을 내놓고 소통해야 하는데 말장난만 하고 있어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더해 김인규 사장은 한국사회에서 KBS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의 철학적 고민보다 수신료 인상을 해야 한다는 집단적 이기주의만 표출시켰다.

사회 : 이런 가운데 MBC는 KBS 도청의혹 보도, KBS는 김재철 MBC 사장 사표 보도를 쉬쉬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낙하산 사장간의 짬짜미인가.

정영하 : 청와대 입장에선 KBS와 MBC 양 진영 중 하나가 무너져 구성원이 봉기하면 상당히 불안한 상태로 레임덕을 맞게 된다. 그래서 공영방송을 무력화시키고 총선, 대선까지 잘 유지하려 할 것이다. 공영방송 간의 보도 짬짜미는 이 같은 청와대의 컨트롤 결과 같다.

엄경철 : 김재철 사장 사표 관련 보도가 라디오편집국에서 보류됐다. 기사의 판단 잣대가 사실 여부가 아닌 정치적 계산 결과로 나오고 있다. KBS · MBC 사장의 동병상련에 의한 것인지 청와대 컨트롤인지 알 수 없지만 양 사의 아이템 판단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회 : 안팎에서 노조에게 요구하는 것은 많지만, 문제를 극복하는데 제약이 많을 것 같다.

엄경철 : 노조는 현실적으로 무엇을 긍정적으로 만들어낸다는 게 굉장히 어렵다. 사측의 부정을 견제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회사가 물리적 권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긍정적 제도 등을 생산하는 건 어려웠다. 큰 틀에서 보면 사측과의 싸움은 결국 내가 몸담은 KBS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이라는 부담도 있다. 현명한 시청자들은 잘 인식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자기 함정이다. 부정적 싸움을 계속 하고 있으면 종착역이 어디일지 걱정된다.

정영하 : 현 집행부 출범 당시 MBC 구성원의 스펙트럼이 극과 극이었다. 견디는 게 투쟁이다, 위원장의 임무는 노조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조합원들이 있었다. 또 다른 구성원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참느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조율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가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데 도움을 줬다. 김재철 사장 사표제출 파동은 불이 세게 붙지 않고 있던 구성원들 마음에 기름을 확 부어주었다. 지금은 조합원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좁혀졌다. 언제든 일어날 준비가 됐다.

 

▲ “함께가면 길이 된다”라는 신영복 선생의 작품 앞에서 엄경철(우)·정영하(좌) 노조위원장이 함께 웃고 있다. ⓒPD저널

사회 : 언론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파업은 최후의 수단이다. 공영방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파업 이외의 방법은 없을까.

엄경철 : 파업은 파괴적인 방식이다. 생산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선 공영방송이 공공의 영역일 수 있는 지배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사장에게 집중되는 권한을 나눠야 한다. KBS 사장은 늘 바뀌지만 노조의 정신은 항상적이다. 노조 의견을 관철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KBS 이사회는 정파적이다. 노조는 정파가 아니다. 진보운동도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꼭 있어야 하는 저널리즘 가치를 지켜나가는 곳이다. 사장을 누가 임명하더라도 사장에게 권한이 집중되지 않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공방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영하 : 정권이 바뀔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는 시청자의 분노를 지나칠 수 없다. 화살은 결국 우리 구성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회사에 경종을 울리는 강력한 저항이 필요하다. 그 방법이 굳이 파업이 아닐지라도 구성원의 저항이 활발히 드러나야 한다.

엄경철 : 국민이 박수칠 수 있는 KBS를 위해서는 결국 구성원의 자기희생밖에 없다. 한진중공업 논의의 물꼬를 튼 건 김진숙의 희생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역부족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참여다. 시청자들이 ‘안보고 말지’가 아니라 강하게 비판해야 한다. KBS 게시판에서 구성원들을 때려줘야 한다. 구성원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사회 : 두 공영방송의 공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BS·MBC 노조의 연대는 가능한가.

정영하 : 굳이 연대라는 말을 꺼내지 않아도 서로 상황이 비슷하면 모이게 되는 것 같다. KBS와 MBC는 위기와 분노가 비슷하다. 둘 중 한 곳의 뇌관이 터지면 아주 자연스러운 연대가 이어지지 않을까. 동시 파업만이 연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방식으로 연대투쟁이 가능하다.

김인규, 김재철 사장 ‘바보 경쟁’ 2라운드 

김인규, 김재철 사장 중 누가 더 바보인가. 사회자의 질문에 두 노조위원장은 본인 회사의 사장이 더 바보라며 열띤 논쟁을 펼쳤다.

정영하 : 내용상 김재철 사장이 김인규 사장보다 우월하다. KBS 도청의혹이 터지면서 김인규 사장에게 인지도에서 밀렸지만 사표파동으로 인지도마저 올렸다. 그래서 우리 사장이 더 바닥이라고 본다. (웃음)

엄경철 : 현재 보이는 바로는 김재철 사장이 더 바보 같지만 김인규 사장 역시 KBS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나쁜 사장이다. 한국사회에 악영향을 미친 수준에서 보면 김인규 사장이 더 나쁘다. KBS가 MBC보다 사이즈가 훨씬 크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 (웃음) 

엄경철 : 지금은 과거 어느 시기보다 KBS와 MBC의 연대감이 튼튼하다. 과거에 이런 농담이 있었다. 공산당은 믿어도 MBC는 믿지 마라. (웃음) 과거엔 양 사의 경쟁이 엄청 심했다. 시대가 바뀌고 험한 상황이 오면서 둘 다 저널리즘의 근본 기능이 무너져 동병상련을 느끼게 됐다. KBS 구성원들은 최근의 MBC 사태에 대해 심적으로 굉장히 가깝다. 이미 연대는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KBS 새노조 파업 당시 MBC노조의 도움을 기억하고 있다.

사회 : 앞으로의 각오를 듣고 싶다.

정영하 : MBC는 파업권을 확보했다. 또 방송사 최초의 무단협 상황을 겪고있다. 김재철 사표 파동으로 동력에 불이 붙었다. 그냥 얻는 건 없다. 단협 쟁취하려면 들고 일어서야 한다. 뺏긴 걸 다시 찾아오려면 구성원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MBC노조는 그동안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여러 가지 방법들과 강력한 물리력들을 동원해 공정방송을 쟁취할 것이다.

엄경철 : 집행부의 한 간부가 이런 말을 했다. “KBS 노조위원장이 징계도 안 받고 임기를 마치는 건 치욕이다. 최소한 감옥에 보내드리겠다.” 나는 집행부 처분에 따르겠다. (웃음)

엄경철·정영하 노조위원장의 그 때 그 순간

“개념광장 눈물 잊을 수 없다”

KBS, MBC 두 노조위원장에게 가장 기억남는 순간들은 언제일까. <PD저널>이 두 노조위원장에게 각각 △가장 황당했을 때 △가장 행복했을 때 △가장 분노했을 때를 물었다.

■가장 황당했을 때

정영하 : 어느 날 여의도 본사 1층 로비 게시물을 다 뜯더라. 회사에서 뜯어버린 경우는 없었다. 다음날 보니 이근행 선배의 ‘해고이후 O일’ 피켓까지 뜯었더라. 분노를 넘어 황당했다. “실수라고 생각하겠다. 건들지 말라”고 피켓에 써 붙였다. 그런데 다음날 또 뜯었다. 바로 올라가서 싸웠다. (현재 이근행 해고 일수 피켓은 1층 로비에 게시되고 있음)

엄경철 : 사내 청경 문제와 관련된 비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을 때였다. 당시엔 조합 사무실도 없었는데,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청경들이 한 20명 쳐들어왔다. 사무실을 뒤집을 위력으로 느껴졌다. 그 때가 김인규 사장 초창기였다. 험한 시기였다. 그들은 우리의 문제제기가 잘못됐다며 무력시위를 했다. 나는 차분하게 “잘못이라 생각하면 소송을 하시라”고 했다.

■가장 행복했을 때

정영하 : 2000년대 이후 입사한 후배들의 공정방송에 대한 가치관이 선배들보다 약할 것이란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사측의 릴레이 탄압에 맞서 젊은 조합원들이 분노를 이어가며 싸우는 모습을 봤다. 이들이 노조 사무실에 와 처음으로 피켓을 쓰고 “김재철 씨가 맞아, 김재철 사장이 맞아?”라며 웃는 모습을 보면서 MBC가 아직 튼튼하구나 생각했다.

엄경철 : 지난해 파업 끝내는 날 KBS 신관 앞 ‘개념광장’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울었을 때. 강한 동지애와 일체감을 느꼈다. 정말 행복했다. 우리는 29일간 새로운 유형의 파업을 했다. 즐겁게, 그러나 끝까지 대오를 잃지 않으며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 일주일이면 무너질 거라는 회사의 예상은 빗나갔고, 조합원은 늘었다. 당시 파업은 조합이 조금씩 발을 내딛게 된 계기였다.

■가장 분노했을 때

정영하 : 노사협과 공방협조차 사장이 나오지 않는 거다. 정영하는 안 만나도 되지만 노조위원장은 만나야 한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 김재철 사장이 노조위원장 정도는 내가 만날 ‘급’이 아니라는 생각을 깔고 있는 것 같아 굉장히 열 받았다.

엄경철 : 도청의혹으로 말단 기자가 경찰서에 끌려갔는데 경영진은 뒤로 빠져 책임지지 않고 있는 거다. 비겁하다. 선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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