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라디오 PD가 아니었으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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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책 ‘여행 혹은 여행처럼’ 출간한 정혜윤 CBS PD

책 <여행, 혹은 여행처럼>은 ‘여행’보다 ‘여행처럼’에 방점이 찍혀 있는 책이다. 책 제목만 보고 여행정보를 기대한 독자가 있다면 그 기대를 배반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여행’에 고민하는 독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정혜윤 PD의 책 ‘여행 혹은 여행처럼’
저자인 정혜윤 CBS PD는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여행자의 태도로 살아보자고 권유한다. 저자는 인생을 ‘관광’이 아니라 왜 ‘여행’에 비유하는지 의문을 품고 인생과 여행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정 PD를 지난 11일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나 <여행, 혹은 여행처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들은 여행지에서 길을 잃어도 당황하지 않지만 삶 속에선 길을 잃으면 낙담하죠. 여행자의 태도를 일상생활에서 구현하면 삶이 더 새로워지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삶이 팍팍한 독자에게는 도움이 안 되겠지만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독자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은 에세이이자 여행을 주제로 한 인터뷰이기도 하다. 여행을 주제로 한 인터뷰에는 뜻밖의 인터뷰이가 등장한다. 정 PD가 충청북도 음성에서 만난 시를 쓰는 할머니들이 주인공이다.

한충자 할머니는 나고 자라는 동안 한 번도 음성을 떠난 적이 없다. 더군다나 한 할머니는 일흔 두 살까지 문맹이었다. 정 PD는 일흔 두 살에 한글을 깨우치고 시 창작 교실에서 시를 배우기 시작한 한충자 할머니가 쓴 ‘무식한 시인’이라는 시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정혜윤 PD는 경이로움이라고 표현했다.

“한충자 할머니를 만나면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이렇게 살아야지’란 감동을 느꼈어요. 라디오 PD란 매개가 없었다면 한 할머니를 만나지 못했고, 당연히 이런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여행, 혹은 여행처럼>은 정혜윤 CBS PD의 다섯번째 책이다. 그는 “(5권의 책을) 라디오 PD이기 때문에 쓸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을 하나의 아이템으로 보는 것에 반대합니다. 라디오 PD는 말하지 못하는 사람,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혜윤 CBS PD

그의 직업관이 반영된 글쓰기는 그래서 방송일과 연장선에 놓여있다. “저에게 방송과 글, 사람은 별개가 아닙니다. 라디오 PD라는 직업과 글쓰기는 밀착돼 있어요. 만약에 글쓰는 게 방송에 도움이 안됐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원고를 쓰는 과정의 고통을 토로한 그에게 다음 책으로 어떤 책을 구상 중이냐고 물었더니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라디오 PD의 관점으로 사물을 정의하는 책을 써볼까 합니다. 이를 테면 마이크, 생방송, CD플레이어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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