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한그루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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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이런 ‘소녀’가 또 있었나? 보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만들 섬뜩한 표정을 지은 채 쇠사슬을 들고 괴한을 압도하는 소녀라니. 가냘픈 몸매로 하이킥은 기본이고 점프 니킥에 이어 360도 공중발차기로 덩치들을 제압하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다. 바로 <소녀 K>의 한그루를 두고 한 말이다.

케이블 채널CGV <소녀 K>가 파격적인 영상과 강도 높은 액션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우연히 총기밀수 사건에 휘말려 엄마를 잃게 된 한 소녀가 악의 무리를 응징하기 위해 비밀 조직에 가담해 킬러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일찌감치 파란을 예고했다.

▲ 채널CGV <소녀 K>의 주인공 한그루

‘19세 등급’을 선언한 대로 영상의 파격미는 가공할 만하다. 날카로운 긴 칼이 배를 관통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보여 지고,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나가거나 선홍빛 피가 분수처럼 콸콸 쏟아지는 대목에서는 <스파르타쿠스>의 잔혹성을 초월한다. ‘소녀 K’의 하드보일드하고 통쾌한 몸놀림은 여느 액션 영화의 그것보다 훨씬 박진감이 넘친다.

일단 첫 회에서 자극적인 화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소녀 K>는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 흐르는 3부작으로 구성됐다. 짧고 굵게 가겠다는 제작진의 의도인 셈. 사실 시각적 쾌감에 주력하는 드라마에 긴 서사의 치밀한 플롯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복수를 위해 태어난 살인병기 소녀’라는 설정에 충실하기 위한 흔적들이 역력한 대목에서도 이야기의 개연성 같은 건 애초에 바라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이미 <니키타>가 보여준 ‘살인병기 소녀’의 광적인 캐릭터와 <킥 애스>에서 클로이 모레츠가 연기한 ‘힛 걸’의 약자가 강자를 전복했을 때의 쾌감을 넘어서려면 드라마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차용된 ‘복수’라는 화두를 극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인물의 감정적 진폭을 폭넓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결국 권선징악의 쾌감을 화끈하게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소녀 K>는 볼거리로(만) 치장된 작품이라는 혐의에서는 벗어나 있는 듯 보인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을 연출한 김종현 감독을 영입한 것도 드라마에 힘을 주겠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거기다 소녀 K의 모험을 곁에서 돕는 조력자 김정태 등 개성파 배우들을 포진한 것도 이야기의 밀도를 채우기 위한 카드로 볼 수 있다. 20억 원이라는 초유의 제작비를 들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 지용진 <무비위크> 기자
영화 <아저씨> <무방비도시>의 액션을 연출한 홍의정 무술감독과 <포화 속으로>의 미술을 담당했던 최기호 미술 감독 등 충무로 스태프들이 참여해 ‘영화 같은’ 드라마, 즉 TV 무비의 장르적 쾌감을 실현했다는 점도 <소녀 K>의 묘미라 할 수 있다.

한그루의 등장은 여배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최루성 멜로와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 사이에서 줄기차게 이미지를 소비해 왔던 여배우들의 세계에 이토록 짜릿하고 강렬한 액션을 구사한 배우가 등장한 사실은 신선한 자극이 되기에 충분하다. 바로 한그루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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