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언론자유 중요성 확인했지만 사측은 ‘사과’…“스스로 권력에 굴복”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왜곡 보도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2일 무죄를 확정했다. 그러나 MBC는 지난 5일 사고(社告)와 〈뉴스데스크〉, 신문광고를 통해 〈PD수첩〉 ‘광우병 편’ 보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를 두고 “경영진이 스스로 권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MBC는 지난 5일 사고에서 “대법원이 형사상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판시해 진실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는 “문화방송의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해 혼란과 갈등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날 〈뉴스데스크〉에서는 사과방송과 함께 핵심 쟁점들이 허위였다는 취지의 보도를 머리기사에 실었다.

▲ 5일자 MBC <뉴스데스크>. ⓒMBC 화면 캡처

MBC는 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에 〈‘PD수첩’ 보도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도 게재했다. 특정방송내용에 대한 이 같은 유례없는 사과 조치에 대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대법원이) 주요 내용의 상당부분을 허위라고 판단했다면 경영진은 어떻게든 입장표명을 통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보도의 완결성을 생각할 때 분명 회사가 사과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측입장은 ‘광우병 편’ 핵심내용이 허위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MBC 시사교양국 PD들을 비롯한 언론계 안팎에선 “〈PD수첩〉이 이겼는데 경영진만 졌다고 말하는 형국”이라며 현 경영진이 대법원의 판결을 곡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광우병 편’은 광우병 위험성이 높은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과정과 이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안전대책을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사측은 광우병 위험성 등을 설명한 각론 부분을 핵심내용으로 바꿔 사과문을 내보내 법원의 판결 취지를 곡해했다는 지적이다.

한상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변호사)는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핵심 쟁점이 허위였다고 밝히지 않았다”며 “경영진이 대법원에서 판단하지 않은 부분까지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한 이사는 “‘광우병 편’의 법적 쟁점은 언론의 정부비판이 공직자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의 여부였고 이 부분은 무죄판결이 났다”고 지적했다. 한 이사는 이어 “제작진의 뜻과 상관없이 문화방송 이름으로 사과한 것은 제작진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 <PD수첩>제작진이 지난 2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언론노조

MBC 내부에서도 이번 사측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PD수첩-광우병 편〉 제작진은 경영진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에서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짚는 것이 중요한데 사측은 이를 지엽말단으로 처리하고 일부 오류를 마치 사건의 핵심인 양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제작진은 “대국민 사과의 실체는 권력자에 대한 아부다. 경영진은 언론자유를 짓밟고 언론사로서 일말의 자존심도 버렸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5일 성명에서 “모두가 〈PD수첩〉의 정당한 승리를 축하하고 있는데 회사는 반성하자고 난리”라며 “김재철 사장과 현 경영진은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라는 명성에 맞게 〈PD수첩〉을 확인 사살했다”고 비판했다.

MBC 시사교양국 평PD협의회도 6일 성명을 통해 “보도의 주요내용이 허위라고 못 박고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운운한 것은 오직 MBC와 몇몇 극우매체들 뿐”이라며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을 유죄로 둔갑시켜 기필코 정권에게 잘 보이겠다며 발악하는 경영진은 더 이상 MBC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MBC 사측은 이번 판결을 언론자유를 위한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데 오히려 대대적인 반성문만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