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돌아왔더니 회사가 우릴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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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광우병 편’ 제작진 중징계…조능희·김보슬 정직 3개월

“비열한 정치검사들에게 끌려가고 수구언론들의 정치공작을 무릅쓰고 살아서 돌아왔더니 선배 언론인들이 인사위를 열어 등 뒤에 칼을 꽂았다.” (조능희 전 〈PD수첩〉 CP)

MBC가 〈PD수첩-광우병 편〉 제작진에 대해 중징계를 통보했다. 사측은 지난 19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제작진 의견을 청취한 뒤 지난 20일 오후 방송 당시 〈PD수첩〉 CP를 맡았던 조능희 PD와 김보슬 PD에게 정직 3개월, 〈PD수첩〉 진행자였던 송일준 PD와 이춘근 PD에게 감봉 6개월을 통보했다. 당시 시사교양국장이었던 정호식 PD는 감봉 3개월이 떨어졌다.

MBC는 이들에 대한 징계사유를 ‘광우병 편’으로 인한 ‘회사 명예 실추’로 꼽고있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지난 번(5일) 사고에서 밝혔듯이 당초 〈PD수첩〉 1편에서 몇 가지 사실이 아닌 부분이 법원에서 밝혀졌기 때문에 회사가 시청자에게 사과를 했고 해당 보도를 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인사위가 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제작진 중징계는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2월 16일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진행된 차기 사장 후보자 면접에서 “‘광우병’ 보도가 허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프로그램과 관련된 이들을 중징계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재철 사장은 “〈PD수첩〉 ‘광우병’ 보도는 MBC에게 치명적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광우병 보도가 허위”라고 판결하지 않았음에도 김 사장은 중징계를 결정했다. 대법원은 제작진 전원에게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허위보도라고 주장된 대부분의 내용은 기각됐고 오류가 인정된 한 가지 사실에 대해서도 제작진이 2008년 당시 오류를 인정한 부분이다. 따라서 경영진의 이번 중징계조치를 두고 “언론사가 정부권력에 스스로 굴복한 행위”라는 비판이 높다.

이정식 MBC PD협회장은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명 난 것을 징계로 단죄하는 것은 법이 인정한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언론사 스스로 부정한 사건”이라며 “언론역사상 씻지 못 할 치욕으로 기록될 것”이라 말했다.

조능희 PD는 “MBC 50년 역사상 방송내용의 일부 오류로 징계한 예가 없다”며 “회사가 비열한 정치검사들의 행위를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능희 PD는 “〈PD수첩〉의 정신은 부당함을 고발하며 맞서 싸우는 것이다. 이것이 언론인의 숙명이고 PD정신”이라며 “밤중에 가족들 앞에서 체포도 당해봤지만 절대 굴하지 않았다. 징계 무효를 받고 돌아오겠다. PD수첩 정신은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현재 재심절차를 밟는 대신 곧바로 징계무효소송에 들어갈지를 논의 중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정영하, 이하 MBC노조)와 조합원들은 “정권에 MBC를 헌납한 행위”라며 즉각 사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영하 MBC노조위원장은 “파업을 앞두고 노사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굉장히 높은 수위의 징계가 벌어졌다”며 “공영방송의 위상을 세우자며 단체협약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은 공영방송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방향으로만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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