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서바이벌, 오디션, 그리고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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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서바이벌, 오디션, 그리고 대한민국
  •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1.09.26 15: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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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미국 Fox <아메리칸 아이돌>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확실히 ‘생존’이 문제다. 경쟁과 생존이라는 키워드가 이 정도로 지배적인 때가 있었을까 싶게, TV에서도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살아남는 것이 화두가 되었다. 특히 지배적인 경쟁구도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최근 ‘예리밴드 사태’가 환기하는 건 Mnet <슈퍼스타 K> 제작진의 ‘불공정성’이었지만 그것 또한 생존 레이스의 결과다. 높아진 광고비와 시청률에 대한 압박은 출연자들에 대한 압박으로 고스란히 전이된다. 요컨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출연자나 제작진 모두 생존경쟁의 레이스에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셈이다.

▲ 미국 Fox <아메리칸 아이돌>

2000년 <빅 브라더> 이래 리얼리티 서바이벌 쇼는 TV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축이 되었다. 유럽에서 시작된 리얼리티 쇼의 열풍은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프로젝트 런웨이>나 <아메리칸 탑모델> 같은 미국 TV로 이식돼 만개되었고 범위를 넓혀 <로스트> 같은 드라마 시리즈가 성공으로 이어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Mnet <슈퍼스타 K>와 MBC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온스타일 <도전 수퍼모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tvN<코리아 갓 탤런트> 스토리온 <다이어트 워> SBS <빅토리> 등 예능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나친 경쟁구도의 난립으로 보기에 고통스럽다’는 비판도 많다. 그런데 경쟁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시장경제는 민주주의와 함께 봉건제에 대항하며 발전했다. 인간의 삶은 계급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각성이 시장경제를 가능하게 했고 그 안에서의 경쟁도 합리화됐다.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는 생존 경쟁의 레이스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 떨어지면 어떻게 살 것인지,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대출을 못 갚으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누구도 일러주지 않는다.

이에 비하면 TV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차라리 생산적이다. <슈퍼스타 K>의 시즌2에 출연했던 사람은 시즌3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도전에 실패한다고 해서 인생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것도 아니다. 운과 실력이 좋다면 우승자보다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중요한 건 ‘실력’이다. 오디션이 화제가 되는 것은 한편으로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이다. 적어도 TV 속 일반인들은 그 안에서 진검승부를 벌인다고 믿는다. 이 믿음이야말로 현재 한국에서 서바이벌 쇼가 유행하는 근거일 것이다.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스트레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정치인들과 대기업의 비리축적과 꼼수에 대한 뉴스일 것이다. 이에 비해 서바이벌 오디션의 스트레스는 게임에 불과하다. 서바이벌 쇼에 사회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경쟁구도가 갈수록 심화되는 것, 오디션 프로그램이 실제로 누구에게 이득인가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일단 오디션은 오디션대로 적당한 긴장을, 정치는 ‘정치’답게 정당하고 도덕적으로 이뤄지길 바랄 수밖에 없다. 이게 너무 순진한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어쩌겠는가. 정치인들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지 않는 한 이토록 엉망진창 정치판에 대한 스트레스를 ‘승화’시킬 도리는 없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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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관 2011-12-11 20:34:18
우리나라는 현재 오디션 , 경쟁프로그램이 대세이다. 남들과 나의 노래실력, 춤실력등을 비교하고 경쟁하며 남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이런 경쟁프로그램이 과연 좋게만 보여질까? 물론 경쟁이란 요소를 첨가하므로써 참가자가 더욱 더 열정적이며 프로정신이 보여 질 수 있지만, 너무 순위에만 집착하며 우열을 가리려는 모습이 너무 자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안그래도 경쟁이 넘쳐나는 현실사회속에서 고통을 받는데

이선관 2011-12-11 20:33:30
대중매체인 텔레비젼에서도 너무 이러한 프로그램만 생성해내는 모습이 좋은 시선으로 보여지지 않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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