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족적 남길 수 있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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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책 ‘라디오 레시피 23’ 펴낸 김승월 MBC 라디오 PD

▲ '라디오 레시피 23'을 펴낸 김승월 MBC 라디오 PD.

 책 ‘라디오 레시피 23’은 라디오 스타들의 이야기다. 28년을 라디오 PD로 살아온 김승월 MBC 라디오본부 PD가 라디오 고수 23명을 직접 만나 묻고 정리했다.  레시피가 다양한 요리처럼  이들이 라디오를 대하는 태도와 철학은 각양각색이다.

20년을 넘게 마이크 앞에 선 DJ, 작가, 성우, PD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는 방송지망생 뿐만 아니라 라디오 세계가 궁금했던 청취자들에게도 흥미롭다.

이 책의 저자인 김 PD를 지난달 30일 여의도 MBC 사옥에서 만났다. 그에게 이날은 방송 인생을 매듭짓는 날이기도 했다. 지난 1일부터 1년 동안 안식년을 보내고 난 뒤 내년 10월 바로 정년퇴직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이 책의 무게와 의미는 묵직했다.

“23명이 들려주는 제작 노하우 같지만 라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전문용어는 각주를 달아 쉽게 풀었어요. 많은 청취자에게 라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목적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방송을 마무리 하면서 이 시대 라디오 스타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바람도 담긴 책입니다.”

이 책은 대중서이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식구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이상적인 PD와 작가, 진행자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 제각각이었다. 예컨대 손석희는  ‘창의성’ 을 시사프로그램 PD의 첫번째 덕목으로 꼽았고, 이문세는 “글을 잘 쓰는 작가보다, PD마인드가 있는 작가가 좋다”고 했다.

“라디오는 제작진이 단출합니다. 좋게 말하면 가족적입니다. 적은 인원이 방송을 하다 보니  PD가 원하는 진행자와 작가, DJ가 원하는 PD가 어떤 모습인지 서로 알아두면 방송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겠죠.”

인터뷰이 23명은 주위 사람의 의견을 참고해 김 PD가 선정했다. 진행자는 음악프로그램, 시사프로그램 더블MC 분야 등으로 나눠 섭외했다.  라디오PD는 각 방송사별로 안배해 5개의 방송사의 PD를 인터뷰했다.

김 PD가 23명의 이름 앞에 붙인 수식어도 눈길을 끈다. 손석희는 ‘올곧은 진행자’로, SBS <두시 탈출 컬투쇼> CP인 김상열 PD는 ‘자유로운 모험가’로, <김동규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맡았던 심영보 CBS PD는 ‘반걸음 앞서가는 PD’로 소개했다. 

 “한 작가가 자기의 인생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했는데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방송 노하우와 그 사람의 지혜를 들으면서 제 인생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책 ‘라디오 레시피 23’
그는 <찍을 수 없는 사진>을 비롯해 수많은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은 라디오 PD다. 1991년 <찍을 수 없는 사진>으로 ABU상 다큐멘터리부문 대상, <어사용>으로도 ABU상 드라마부문 대상을 받았다. 최근까지 오디오드라마 <배한성·배칠수의 고전열전, 삼국지>를 연출했다. 

“수습을 갓 떼고 난 뒤에 처음 맡은 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좀 지난 다음에 해야 좋은데, 몸으로 부딪히면서 겪다보니 이쪽에 애착이 생긴 거죠. 요즘엔 라디오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하는 PD가 적어요. 국제무대에서는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로 실력을 겨룹니다. 그리고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드라마나 다큐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익히는 게 필요해요.” 라디오 다큐멘터리 PD로서 자부심과 안타까움이 함께 묻어나는 말이었다.

라디오의 한 장르가 아니라 매체 자체의 위기감도 최근 커지고 있다. 그에게 라디오의 위기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라디오는 태어나면서부터 여러번 위기를 겪고 또 극복했어요. 하지만 라디오는 결합성이 큰 매체입니다. 아마도 후대에 라디오가 PC와 팟캐스트, 스마트폰 등 최신 기기와 결합해 어려움을 견뎠다고 평가하지 않을까요.”

위기는 다른 곳에서도 온다. 자율성을 옥죄는 심의와 회사의 간섭이 그것이다. MBC 안팎에선 진행자 교체로 뒷말이 많다. 라디오 심의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그는 회사 내부 문제에 대해선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하지만 라디오 규제 강화에선 목소리를 높였다.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방송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피하다보면 상상의 무대가 좁아져요. 라디오를 만드는 사람들은 생각이 닫히면 안 됩니다.”

김 PD는 곧 방송국을 떠나지만 라디오와의 인연은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안식년 기간에도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계획을 갖고 있다.

“3학기 동안 출강하면서 대학 언론학 커리큘럼을 검토했는데, 제대로 된 라디오 교재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감이 떨어지지 않는 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또  이론화하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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