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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대장경, 치유의 텍스트로 돌아오다

[인터뷰] KBS 특집 다큐멘터리 ‘다르마’ 최근영 PD 정철운 기자l승인2011.10.11 17: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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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 부처의 가르침을 다큐멘터리로 만난다. 초조대장경 판각 1000년을 기념하는 특집 다큐멘터리 4부작 〈다르마〉(연출 윤찬규, 최근영)가 오는 15일 오후 8시 KBS 1TV에서 첫 방송한다. 〈다르마〉는 대장경의 물리적 웅장함과 역사성에 주목했던 기존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대장경에 담긴 내용에 주목, 삶의 참 된 의미를 잃어가는 현대인에게 부처의 말씀을 전할 예정이다. 〈다르마〉 1, 2편을 연출한 최근영 PD를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났다.  

   
▲ KBS 1TV에서 방영 예정인 4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다르마'의 장면들. ⓒKBS

〈다르마〉(부처가 사용한 산스크리트 고어로 뜻은 ‘진리’)는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기획단계를 거쳐 5월부터 3개월 간 답사를 진행했다. 8월부터는 해인사를 시작으로 1년 간 촬영에 전념했다. 총 8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번 작품은 미국과 티베트 등에서도 촬영이 이어졌다. 제작진은 목판으로 제작된 팔만대장경의 보존에 숨겨진 비밀과 기술적 위대함 등을 다룬 기존작품들을 답습하고 싶지 않으려 고민했고, 결국 대장경에 쓰여 있는 ‘텍스트’로 눈을 돌렸다.

최근영 PD는 “지하철에 가면 성경을 읽는 사람은 많아도 불경을 읽는 사람은 별로 없다. 불경에는 현실과 맞닿은 좋은 이야기가 많은데 현실에서 표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삶에 괴로움이 있다는 건 진실이다. 대통령도, 스티브 잡스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다. 만물에게 괴로움만큼 공통적인 게 없다. 불교는 괴로움을 줄이고 벗어나는 길을 알려준다.” 진정한 대장경의 가치는 그 뜻을 헤아리는 데 있다고 생각한 최 PD는 “어려움에 닥쳤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치유의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다르마〉는 내레이션이 없다. 제작진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내레이션을 하다보면 제작진이 하고 싶은 말을 막 하게 된다. 재미없더라도 그냥 보여주고 싶었다.” 〈다르마〉는 지구 반대편에서 촬영한 두 지역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는 전개방식을 택했다. 영국의 불교 사원과 미국의 종합병원(2편), 티베트의 불교 수행처와 유럽핵물리학 연구소(3편), 오스트리아 가톨릭 수도원과 한국의 쌍계사(4편)이 연결되는 식이다. 각각의 지역은 대장경에서 인용된 질문과 대답들로 연결된다.

이런 이야기 방식을 택한 이유는 뭘까. “물질문명의 최전선에 있는 의학에선 약을 먹이고 수술하는 방식이 궁극적 치유가 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양약으로 해결되지 않는 치유를 위해 돌아본 지점이 불교다. 불교에선 마음을 치유하는 게 전인적인 치유의 길이라 말한다. 우주의 궁극을 탐구하는 과학자들도 불교의 가르침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질은 상호 의존하고 있으며, 모든 것은 변하고 있다는 가르침이다.”

수천 년 전 부처의 답은 지금도 유효하다

   
▲ KBS '다르마'를 연출한 최근영 다큐멘터리 PD. ⓒPD저널

최근영 PD는 1000년 전의 대장경에서 지금 우리가 던지고 있는 질문을 발견한다. 예로 “걱정이 많아서 괴롭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나”,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등이다. “(대장경에 등장하는) 질문과 답은 지금 들어도 지혜롭고, 지금 들어도 현실 적용 가능 한 것이었다. 예컨대 부처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도 말라/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라”(고려대장경 아함경)고 조언한다.

제작진은 〈다르마〉를 통해 ‘우리는 상호 의존적 관계’라는, 평범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전한다. 최 PD는 “적과 나를 가르고 분노에 기반 해 문명을 이어온 현대 사회를 반성해보고 싶었다”고 밝힌 뒤 “불교에서 무아(無我, 나라는 존재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뜻)라는 말이 있 있듯이,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PD는 세계 속 여러 스님을 만나며 “세상에는 자기를 욕망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기를 버린 착한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1편 〈붓다의 유언〉에서는 대장경의 역사와 가치를 설명한 뒤 부처의 임종을 묘사한 경전 ‘대반열반경’을 티베트,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세계인이 자기 언어로 읽는 릴레이 낭독을 보여준다. 릴레이낭독은 2500년 전 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던 이야기가 전 세계로 퍼져 지금은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는 보편성을 갖게 됐다는 상징성을 드러내는 기획이다.

2편 〈치유〉에서는 미국 메사추세츠의 한 종합병원과 영국의 스님들이 불교의 명상수행법 ‘마음챙김’ 등을 통해 병과 괴로움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3편 〈환생과 빅뱅〉에서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 뒤 빅뱅 실험이 벌어지는 핵물리학연구소와 티베트 불교수행처를 교차시키며 답을 구한다.

4편 〈천국은 어디에 있는가〉에선 “신은 누구이며 천국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주제로 오스트리아 베네딕트 수도원과 한국의 지리산에 위치한 쌍계사를 소개하며 완전한 행복의 조건을 탐구한다. 제작진은 두 곳의 종교인들을 통해 “신에 대해 맹목적인 믿음보다 중요한 건 체험하고 실천하고 몸으로 보여주는 신앙”이라고 말한다.

제작과정은 기나긴 모험의 연속이었다. 대장경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핵물리학 연구소와 해외병원을 드나들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미국 병원 환자들과 몇 몇 스님들은 촬영을 거부해 멍하니 숙소에 앉아있던 날도 있었다. “소통이 안 돼서 그랬다. 생각해보면 원래 안 되는 일이었다.” PD는 어느새 불자의 마음으로 스스로의 잘못을 되뇌이고 있었다. 이 15년차 다큐멘터리 PD의 다큐 철학도 “만들면서 나쁜 업을 짓지 말자”였다.


정철운 기자  pierc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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