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드리운 ‘뉴라이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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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박정희 ·김정일 조명 잇달아 방송 …KBS에 이어 종편까지

‘이승만 다큐’에 이어 ‘박정희 드라마’까지 논란이다. 개국을 준비 중인 채널 A는 최근 박정희를 다룬 드라마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채널A는 내년 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조명한 50부작 드라마 <인간 박정희>(가제)를 방영할 계획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대통령 후보 가운데 한명인 박근혜 전 대표의 부친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어떤 파장을 낳을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방송가에서는 “누구나 한번쯤 다뤘으면 하는 인물이지만 피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많다.

한 종편 관계자는 “박정희라는 기획 자체는 괜찮지만 방송은 항상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며 “신생 채널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적 행보가 너무 짙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논란 끝에 방송된 KBS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 -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여파도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방송이 나간 이후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독재’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미화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KBS는 올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주인공으로 한 3부작 다큐멘터리 촬영을 최근 마무리 짓고 연내에 방송을 내보내려다가 제작 일정을 보류한 상태다. KBS 관계자는 “남북관계 추이를 보고 이후 제작 일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념논쟁으로 점철된 현대사에서 정치적 인물에 대한 조명은 항상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들을 평가하는 잣대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잇달아 제작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어떤 시각에서 접근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역사 다큐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한 PD는 “방송에서 다루면 안 되는 인물은 없지만 역사를 편향적으로 보지 않고 공정하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장 큰 문제는 후대의 시각으로 역사를 끼워 맞추고, 보고 싶은 것만 끄집어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인터뷰에 응했던 김상덕 반민특위위원장의 외아들 김정육 씨도 전국언론노동조합에 보낸 글에서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김정육 씨는 이 글에서 “당시의 진실을 보지 못한 후대가 걱정된다”며 “공과를 아울러 제작한다는 의도를 가졌지만 이 프로그램을 반대한 단체들의 예상대로 여러 가지 속임수가 내제된 것을 확인하고 분노하게 됐다”고 방송 소감을 전했다.

가장 큰 우려는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뉴라이트 역사관이 방송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 PD는 “(이승만, 박정희가) 방송에 등장하게 된 배경은 이명박 정부에서 뉴라이트적 사관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과)는 “교과서 전체가 좌편향 됐다는 신생 단체의 주장을 듣고 정부가 교과서를 뜯어 고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방송 역시 정부와 여기에 이념적 지향을 같이 하는 세력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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