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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무한도전-TV전쟁’에 담긴 ‘공영방송 몰락’ 메시지

▲ MBC '무한도전-TV전쟁'편의 장면들. ⓒMBC 화면 캡처
소설을 써보자면, 지난 12일 MBC <무한도전> ‘TV전쟁’편은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방송사 간 벌어질 시청률‧광고 경쟁을 지적하는 ‘예고방송’이었다. 시사성 짙은 이슈를 예능프로그램에서 다룬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지정된 멤버를 제거하는 ‘꼬리잡기’ 게임 방식과 멤버 간 스토리를 이용해 여타 미디어비평에 버금가는 풍자와 메시지를 쏟아내는 솜씨 덕에 연신 메모를 해야 했다.

다가올 ‘미디어빅뱅’의 복판에 서있는 김태호 PD. 동료들의 종편행을 보았고, 본인 스스로도 종편행 루머에 휩싸였던 그는 여전히 MBC에 남아있다. 그렇다고 그가 지금의 MBC를 마냥 좋아할 리 없다. 동료들은 회사를 떠났지만, 회사는 달라진 게 없다. 그래 PD는 종편 4사의 출범일(12월 1일)에 맞춰 곧 있을 7개 방송사의 이야기를 담으며 MBC의 암울한 미래를 썼다.

재밌는 것은 PD가 공영방송 MBC의 모습을 ‘유재석TV’에 투영한 점이다. 이번 ‘TV전쟁’특집은 멤버 각각이 방송사를 개국해 상대 방송사의 카메라를 꺼서 없애는 무한경쟁을 콘셉트로 하고 있지만, 실제 PD가 말하고자 했던 또 하나의 주요 메시지는 ‘공영방송 MBC의 몰락’이었다. 이날 묘사된 유재석TV는 “끄면 안 되는 방송”, “가장 탄탄한 시청 층을 가진 곳”으로 공영방송의 위상에 있으나 무한경쟁 속에 흔들린다.

유재석TV는 우승으로 TV수신료를 지급받고 현재의 위상을 지키고자 상대 방송사를 없애기로 결정한다. 타 방송을 종파시키고 녹화테이프를 얻어야만 생존한다. 가만히 있어도 한정된 녹화테이프 때문에 방송은 종료된다. 유재석TV와 다른 6개 TV는 주어진 테이프가 동일한 상황에서 상대 방송사를 속이며 방송분량 쟁탈전을 벌인다. ‘미디어 생태계’는 혼돈에 빠진다.

결국 경쟁사였던 정형돈TV와 노홍철TV가 탈락해 방송 송출이 중단됐다. 박명수TV는 “하찮은 생명 연장의 꿈”을 갖고 계속 달린다. 방송사간 경쟁 속에 서민(극중 노홍철)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당한다. 송출이 중단된 정형돈TV의 관계자는 “하하TV의 거대자본에 우리 중소 TV들이 잠식당했다”고 외친다.
▲ MBC '무한도전-TV전쟁'편의 장면들. ⓒMBC 화면 캡처

이런 혼돈 속에 유재석TV도 위기를 맡는다. 협찬사로 돌변한 정형돈이 ‘택시비 협찬’을 조건으로 ‘투샷’을 요구한 것. 제작비를 아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유재석TV는 협찬을 받게 되지만 협찬사의 요구사항은 자꾸만 늘어난다. “점점 콘텐츠 이상해져 가는 유재석TV”는 결국 스스로 자문한다. “유재석 TV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

우스워 진건 유재석TV만이 아니었다. MBC도 이명박 정부 들어 점점 ‘우스워’졌다. 뉴스는 정치‧자본권력에 대해 명확한 성역을 그었다. 금기에 도전하던 <PD수첩>은 김재철 사장 아래에서 무력화됐다.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PD들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인기 높은 라디오진행자들을 하차시켰다. 일명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도 만들었다. 객관성과 공익성보다 정치적 편향성과 상업성이 강해졌다는 비판도 늘었다.

때문에 ‘TV전쟁’특집에선 MBC 구성원이 현 경영진에게 보내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MBC가 타 방송사처럼 광고로 운영된다고 해서 똑같은 상업논리로 가서는 MBC 특유의 경쟁력을 잃고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망한다. 다른 방송사보다 유재석TV(MBC)가 많이 갖고 있는 강점, 즉 공정성 ‧ 신뢰 따위를 잃어선 안 된다.

이 같은 ‘경고’는 미디어공공성을 위해서도 꼭 새겨들어야 하는 부분이다. 현실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을 방송사는 거대자본을 갖고 이윤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으며 선정적이고 편파적인 뉴스에 아랑곳하지 않는 머독의 미디어제국과 유사한 곳일 터. 그렇다면 시청자인 국민들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될 이 방송사 앞에서 제대로 된 뉴스를 접할 수 있을까.

여기에 ‘TV전쟁’특집의 또 다른 메시지가 숨어있다. 유재석TV는 시청률경쟁 프레임에서 한 발 물러나, 공정한 시민의 눈과 귀 역할을 하며 끝까지 생존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유재석TV는 ‘재허가’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미디어본부에서 테이프(현실에선 광고 직접영업, 중간광고 허용 등)를 받지만, 이것만으로는 온전히 생존할 수 없다. 결국 영구적인 생존방안을 생각해야만 한다. 다음방송에서 드러날 유재석TV의 ‘결말’은 비유하자면 공영방송 MBC의 결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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