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가치 거스른 ‘역주행’ 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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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김인규 2년 KBS는] 정치지형 변화 속 “무임승차 안돼” 자성 목소리

‘참담하다’, ‘최악이다’,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김인규 KBS 사장이 임기 하반기에 접어드는 KBS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고 있다. 2009년 11월 24일 김인규 KBS 사장은 “확실한 공영방송을 만들어 나가자”라며 KBS 공채 1기 사장 시대를 열었다. 당시 대통령 선거 특보 출신인 ‘낙하산 사장’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신료 현실화를 이뤄줄 사장이라는 기대도 받았다.

그로부터 2년 동안 KBS 안팎에서 공영방송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치와 자본에 KBS를 지키기 위해 왔다”는 김 사장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KBS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내부의 원성이 높다.

▲ 김인규 KBS 사장 ⓒKBS
■“‘특보’ 사장의 방송장악기”= 내부에선 KBS 위기에 김 사장의 철학과 언론관이 고스란히 투영됐다고 보고 있다. KBS 한 부장은 2년 동안 겪은 김 사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처음에는 KBS 출신이니까 ‘뭔가 하겠지’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2년 동안 지켜보니 아니었다. 경영은 주먹구구식이고 정치권을 믿고 정치적인 행보에 치중했다. 80년대 기자를 했던 대로 예전의 영광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한 KBS PD는 “인사를 하면서도 능력보다 누구를 데려가는 게 도움이 될까라는 정치적인 판단이 앞섰다”며 “수신료 인상이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도청 의혹’이라는 오명을 받게 된 데에는 시대에 맞지 않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율성· 독립성은 ‘뒷걸음질’= 세간의 우려는 방송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땡전뉴스’로 대표되는 5공 시절과 비유할 정도로 KBS 제작 환경은 후퇴했다고 KBS 구성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G20 정상회의 특집 프로그램, 천안함, 원전수주, 4대강 사업 등 정권홍보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은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방송됐다. 백선엽과 이승만 미화 논란에 휘말린 프로그램도 방송을 강행해 사회적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10?26재보선 선거보도에서도 야당에 편향된 보도가 문제가 됐다. 이런 논란을 겪을수록 KBS 구성원들이 느끼는 위축감과 자괴감은 깊어졌다.

보도본부 소속 한 기자는 “기자들이 가장 가고 싶어 했던 사회부나 취재현장에 가까운 부서를 이제는 선호하지 않는다”며 “데스크와 싸워야 하는 부서를 기피하고 차라리 숨죽이고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기자들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시사교양 PD는 “비상식적이고 유치한 방식으로 아이템을 꽂고 또 못하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하지 않아도 될 것을 시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며 “초기에는 정권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했다면 내년 선거 국면을 앞두고 현 정치권력 구도를 지키기 위한 작업들이 진행되면서 또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 불안한 1위 = 더 큰 문제는 외부의 변화다. 언론의 본령인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이 축소되면서 사회적인 영향력에서도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열풍의 뒤에는 지상파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인규 사장은 취임 이후 글로벌 정신과 뉴미디어에 관심을 나타냈다. 최근 김 시장이 ABU회장으로 선출된 것도 이런 활동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기대와 달리 김 사장이 종편의 출현 등 미디어 환경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매체 영향력·신뢰도 1위’에 취해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사교양 한 PD는 “재보선의 결과로 2040세대가 기성언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타났다”라며 “KBS의 영향력과 신뢰도 1위를 유지해 주는 세대가 그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기감을 느껴야 하는데 사장은 이런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저널리즘 복원’ 노력 =일부에선 김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선거 국면을 앞두고 내부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중견 PD는 “내년에 정치 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KBS와 MBC가 흐름을 막기 위해 악을 쓸 것인지, 눈치를 볼지는 예측할 수 없다”며 “다만 KBS가 무임승차했다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사회적 요구를 담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낙하산 사장’을 겪으면서 외부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편성규약에 제작 자율성을 명시하고 있지만 선언적 의미일 뿐이다”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간부와 제작진을 막론하고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명문화하는 등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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