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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종편 탄생의 주역들도 한 자리에

그들만의 잔치는 끝났다. 미디어의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갖은 특혜를 등에 업고 탄생한 조·중·동·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채널)의 축하쇼는 그들끼리의 쇼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들 종편채널은 ‘더 좋은 방송 이야기’를 내걸고 개국의 신호탄을 쐈지만 바깥에서는 신문·방송계 전 언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권언유착의 부활체’라며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일 오후 5시 4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종편채널 개국쇼는 입장부터 쉽지 않았다. 소위 ‘축하’하러 온 입장객들은 입구에서부터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겹겹이 둘러싸인 폴리스라인을 뚫어야 했고, 관계자들은 입장객마다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했다. 또 국무총리의 참석에 따라 금속탐지 검색대를 통과하고 나서야 공식 입장 절차가 마무리 됐다.

이번 축하쇼는 종편채널의 만들어낸 주역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고위급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손범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종편채널 4사의 사장들도 개국인 만큼 직접 무대에 올라 자사 채널 소개 및 앞으로 방송될 프로그램에 대해 홍보하는데 힘쓰는 모양새였다.

▲ 종편채널 4사 개국축하쇼

종편채널이 만병통치약?!

이날 참석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이명박 대통령은 영상을 통해 축사를 대신했다. 이 대통령은 “종편채널을 통해 콘텐츠 산업의 육성, 창의적인 일자리 창출, K-POP이 세계로 진출하는데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종편채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박희태 국회의장은 “(종편채널들이) 국민 앞에 처음으로 얼굴을 보이는데 그 모태는 국민들에게 사랑 받아온 인쇄매체들이었다”며 “이들은 신생아가 아니라 노련한 장부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박 국회의장은 종편채널을 둘러싼 특혜 논란을 의식한듯 “부디 앞으로 좋지 않은 방송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공존과 공영의 정신으로 발전해 인정받는 매체가 되길 바란다”고 축사를 마쳤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미디어의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지는 것으로 획기적인 변화와 도약의 정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이 일궈낸 종편채널에 대해 끊임없는 찬사를 쏟아냈다. 최 위원장은 “새롭게 출범하는 종편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할 것”이라며 “개성이 뚜렷하고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안방을 찾아가길 기대한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최 위원장은 “유료방송은 16년 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왔으나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힌 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스마트시대에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서 세계시장을 향해 무한히 도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1부 종편채널 개국 축하쇼 중 윤승진 MBN 대표와 배우 박해미가 나서 채널 소개를 하고 있다. ⓒPD저널

종편채널 4사 사장들 “지켜봐달라”

오지철 TV조선 대표는 자사 드라마인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의 아역배우인 전민서 양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오 대표는 전민서 양을 손녀 대하듯 “서울이나 어디서나 19번을 통해 TV조선을 볼 수 있단다”라며 채널번호를 홍보하는데 바빴다. 이어 전민서 양은 준비한 듯 “할아버지 저는 장래희망이 생겼어요. 19살이 돼서 19번 TV조선에서 연기대상을 타는 거에요”라고 답했다.

남선현 jTBC 대표는 <인수대비>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배우 채시라와 함께 등장해 “1980년 11월 30일 동양방송 TBC가 강제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려졌다. 31년 만에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맞이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윤승진 MBN 대표는 외부에서 종편채널을 두고 준비 미비에 대한 지적을 의식했는지 MBN의 진행 상황을 설명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 대표는 “다른 종편채널에 비해 가장 먼저 방송을 시작했다. 앞으로 두 세달 정도 방송할 수 있는 분량을 축적해 놓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유재홍 채널 A 대표는 로고를 설명하는데 중점을 뒀다. “명품 브랜드를 뜻하는 게 아니라 화가의 캔버스처럼 빈 공간에 많은 재미와 감동, 창의성을 듬뿍 담아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는 의미”라며 “채널A가 이왕이면 다른 종편채널에 비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종편채널의 개국쇼는 1부 종편채널 개국식에 이어 아이돌 스타들의 출연으로 꾸려진 2부가 서울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렸다. 이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끝났다. 그러나 얼룩진 종편채널의 미래는 가히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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