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화된 편성규약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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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네트워크, 제작자율성 제도개선 논의 필요성 제기

제작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문화된 편성규약을 현실에 맞게 되살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작 현장과 언론단체로부터 나오고 있다. 10여년 동안 잠잠했던 제작자율성 제도 개선 논의가 연일 벌어지는 제작자율성 침해로 인해 다시 불이 붙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정부 들어 제작 자율성은 계속 뒷걸음질쳤다. 시사프로그램 폐지, 정부 비판적인 프로그램의 불방, 보복 인사, 쇼셜테이너 퇴출 논란 등을 겪으면서 현장은 피폐해지고 시청자들의 불만은 커져갔다.  방송법과 평성규약, 공정방송위원회 등의 제도적 장치는  현실에서는 무력화되기 일쑤였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는  연속토론회 19번째 주제로 ‘지상파 방송 제작자율성 제도개선 방안’을 정하고 편성규약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영선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국장은 “2003년 초까지 활발히 논의되었던 편성규약은 노무현 정권 취임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가 실현되면서 그 필요성이 약화되었다”며 “하지만 제작 자율성 보호 장치만 제대로 작동 됐더라도 방송프로그램이 순식간에 비판과 감시기능을 상실하고, 70년대식 관제 홍보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선 국장은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난 3년 동안 왜곡, 편파, 불공정, 아이템 누락, 의제설정 포기와 이에 따른 시청자들의 피해는 정권의 부침에 따라 반복될 수 밖에 없다”라며 방송법과 편성규약 개정을 주장했다.  

▲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가 주최한 '지상파 방송 제작자율성 제도개선 방안'토론회가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 130호실에서 열렸다.

현행 방송법 4조 4항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 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해야 한다. 하지만 방송 편성규약의 구체적인 정의와 편성위원회 구성, 분쟁 기구 등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박영선 국장은 “이런 조항은 불필요한 논쟁을 가중시킬 수 있으며 실제 제작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편성규약이 제작실무자들의 제작 자율성을 강화하기에는 방송법 자체에 미비점이 크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과 시민사회, 입법기관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편성규약의 제정 주체를 제작 실무자 대표로 명시 △ 방송편성규약을 방송제작 및 편성규약으로 변경 △취재, 제작 종사자의 의견 수렴 문구 합의로 명문화 등을 제안했다.  

편성규약을 집행하고 실행할 수 있는 편성위원회를 방송법에 명시하고 편성위원회를 공정방송위원회로 대체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벌칙 조항 강화도 주문했다. 현행은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지 않거나 공포하지 않은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에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편성위원회 개최 요구를 연속 2회 이상 해태하거나 조정위원회 조치를 따르지 않은 자에게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영선 국장은 “KBS는 본부장 신임투표를, MBC는 본부장평가 의견조사를 할 수 있지만 그 기준이 높아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본부장 국장 인사에 일선 보도, 제작진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다수 신문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임명동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제도의 제정과 개선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편성규약에 대해 잘 모르는 제작실무자가 많은데 직능단체와 노동조합 등이 집중적인 홍보와 교육을 병행하면서 제작현장의 자율성이 내외부로부터 압력이 배제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측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일선 현장에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현재 공정방송위원회나 공정발송실천위원회 등을 가동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간사는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10년동안 방송도 쟁취해온 성과가 있지만 현재 무엇이 미흡한지 아는 게 중요하다“며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노사간 대립으로 공방위가 결렬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이어 “공정방송위원회 사측위원들은 문제가 될 만한 회의는비공개로 하고 싶어한다”며 “공방위에서 어떤 말들이 오가는지 구성원들이 공유하도록 사내에 중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마 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은 “이번에 단협을 갱신하면서 본부장의 1년 중간평가 조항을 삽입했는데 문제는 평가 전에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또 공방협에서 문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더라도 사측에서 회의를 피한다면 문책을 할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선호 언론노조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회 위원장은 “'나는 꼼수다' 출연진인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SBS 라디오에 매일 방송하고 있는데 회사에서는 아무말도 안한다”며 “상관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2040세대에게 어필하는 프로그램이 먹힌다는 판단 때문에 그냥 놔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의 입김이 작용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사내에서 벌이는 공방협의 논의가 자칫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며  “방송법과 규정을 철저하게 만들어주고 개별사에서 이를 풀어나가는 방향이 맞다”라고 말했다.

김진혁 EBS PD는 “일선 PD, 기자들은 실제 제작 자율성을 침해당했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모른다”며 “침해방지도 중요하지만 이를테면 아이템 선정권한은 우리의 권한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용마 MBC본부 홍보국장은 “제작 자율성이 침해된 경우 사후에 제재하는 장치는 상당히 잘 구축돼 있지만 사전에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정권 입맛에 맞는 사장이 내려오고, 또 후속 인사를 하기 때문에 사전에 문제가 될 만한 인사를 걸러내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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