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식 ‘편파뉴스’ 시청자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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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뉴스, 시위 현장에선 쫓겨나고 시청률은 ‘꼴찌’…“인적 쇄신 필요”

2008년 여름은 지금과 달랐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선결조건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왔던 수만 명의 촛불시민에게 MBC는 환호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2011년 겨울, MBC는 한미 FTA 반대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의 야유를 받으며 쫓겨나야 했다.

2010년 초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MBC에선 편향보도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됐다. 내부에선 “노골적 편파보도가 반복되면 시청자들이 떠난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최근 MBC뉴스는 ‘3등’ 뉴스가 됐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MBC 평일 〈뉴스데스크〉는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9일까지 2주 내내 SBS 〈8뉴스〉에 뒤쳐졌다. 11월 마지막 주 KBS 〈뉴스9〉는 평균 19.2%, MBC 〈뉴스데스크〉는 10%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MBC 〈뉴스데스크〉가 SBS <8뉴스>에 밀리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0·26 재보선 시기와 맞물린다. 당시 MBC 내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측에 불리한 보도가 나경원 후보 측에 비해 세 배 정도 많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11월 3일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시인했으며, 보도국 간부들의 편파보도 고의성에 대해서도 “일부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노조는 “재보선 편파 보도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이 축소 보도되고 한미FTA 날치기 처리를 두고 본질을 외면하는 리포트가 이어지며 시청자들이 MBC뉴스를 외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선거 편파 보도를 시인했으나 상황은 바뀌지 않은 것이다.

불공정 뉴스, 한미 FTA에서 정점

▲ 11월 22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 리포트 제목에서 ‘날치기’를 찾을 수 없다. ⓒMBC 화면 캡처
MBC의 불공정 뉴스는 한미 FTA 보도에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 달 24일 발행된 MBC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23일자 MBC 〈뉴스데스크〉는 한미FTA 보도에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의 ‘최루탄 사건’을 역대 ‘국회 폭력 사태’와 함께 나열하며 앞부분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 반면 ‘FTA 피해 대책’ 리포트는 오후 9시 40분 이후 방송되며 지역 시청자들은 해당 리포트를 볼 수조차 없었다.

MBC뉴스는 한미 FTA 날치기 처리가 기자들의 출입이 막힌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는 사실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민실위는 “국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국회가 언론 취재를 막는 것은 비상식적 조치이지만 언론사가 입을 다문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BBK 관련 보도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12월 초 LA 특파원이 BBK 관련 판결문을 입수한 뒤 지난 3일 ‘미국 법원, BBK 덮는다’는 리포트를 냈다. 그러나 〈뉴스데스크〉 방송 직전 맨 뒤로 밀린 리포트는 “방송 시간이 오버됐다”는 이유로 나가지 못했다. 해당 리포트는 4일 뉴스에서도 같은 이유로 빠졌다. 결국 5일 아침 〈뉴스투데이〉에서 방송됐다.

이를 두고 기자들 사이에선 “정권에 부담 되는 뉴스를 일부러 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MBC노조는 지난 6일자 노보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한 뒤 “정권에 비판적인 시청자는 MBC를 외면하고, 정권에 우호적인 시청자는 조중동이나 KBS를 본다. MBC 기자들은 시청자들의 비난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 2010년 4월 30일 서울 여의도 MBC 남문광장에서 열린 촛불 문화제 모습. 이날 모인 시민들은 당시 MBC노조의 장기 파업을 지지하며 공정방송을 함께 지키자고 다짐했다. ⓒPD저널
기자들 “쓰레기 취급 슬퍼”

실제로 FTA 반대시위현장에선 MBC 기자들이 쫓겨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났다. 11월 말 경 한 카메라 기자는 시위현장에서 겪은 일을 전하며 “쓰레기로 취급당하는 현실이 슬프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하지만 보도국 간부의 지시로 해당 글을 내려야 했다.

MBC 영상기자회는 지난 11월 30일 성명에서 “왜 후배들이 취재현장에서 조중동과 같은 취급을 받으며 욕먹고 맞고 쫓겨 다녀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조직 구성원들의 자존심과 애사심을 바닥에 팽개치는 보도 책임자들의 행태가 MBC 뉴스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잇따르자 MBC노조는 향후 한미 FTA 날치기 처리 보도 등과 관련한 공방협이 열렸을 때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 김장겸 정치부장, 박용찬 사회2부장 등 현 보도국 간부들의 보직변경을 요구할 방침이다. MBC 노조관계자는 “이미 채널이미지가 맛이 갔다고 보고 있다. 만회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며 “뉴스 쇄신을 위해선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올해 뉴스가 경쟁력 부분에서 두드러지지는 않았다”고 밝히면서 “(시청률은) 길게 보고 분석해야 한다. 8시 뉴스와 9시 뉴스를 비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노조의 ‘뉴스 시청률 하락’ 주장을 반박했다. 뉴스가 불공정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늘 균형감각을 갖고 공정하게 보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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