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품 속 실체는 존재 … 프로그램 제작 마인드 변해야

한류 현상을 두고 최근 다양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한류를 취재하고 돌아온 제작진들은 현재 중화권 국가에서 우리 드라마와 음악의 열기는 분명 높지만, 이제는 차분히 이러한 한류열풍을 되돌아 봐야 할 때라고 말한다. 는 그동안 3회에 걸쳐 북경 청화대학교에서 유학중인 KBS 박유경 PD의 한류연재를 실은 데 이어 이번호에는 수출 드라마를 연출했거나 한류를 현지에서 취재하고 온 PD들의 좌담을 마련했다. KBS 서현철 PD는 지난 9월2일 방송된 KBS <일요스페셜>‘동아시아는 왜 한국스타에 열광하는가?’를 취재하기 위해 중화권 국가를 다녀왔고, MBC프로덕션의 김정호 PD는 일일아침연속극이 중국에서 방송돼 지난해 중국을 방문하고 왔다. SBS 오기현 PD는 9월 한달 동안 한류를 취재하고 돌아왔다. <편집자주>● 일 시 : 2001년 11월 7일 ● 사회자 : 홍진표 KBS 심의평가실 PD (본지 편집주필)● 토론자 : 서현철 KBS 예능국 PD● 토론자 : 김정호 MBC프로덕션 PD● 토론자 : 오기현 SBS 남북교류협력실 PD홍진표(사회) : 최근에 신문이나 방송매체를 통해 ‘한류’에 대한 얘기가 많이 돼왔는데, 정작 PD들은 한류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얘기하는 자리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오늘의 좌담을 마련했습니다. 직접 한류를 취재하고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그런 생생한 경험들을 중심으로 먼저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서현철 : <일요스페셜> 한류 취재차 중국, 베트남, 대만을 지난 7월초와 말에 두 번 다녀왔었습니다. 갔다와서 느낀 것은 한류의 실체는 분명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과연 수익으로 이어지는가는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류를 주도한 것이 드라마인건 사실이지만 그것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건 우리의 댄스음악입니다. 현재 우리 댄스음악이 중국 전체 음반판매량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복제품으로 유통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생각보다 적은 현실입니다. 오기현 : 지난 9월에 한류취재를 하면서 우리 가수의 공연을 본적이 있었는데 8만명 들어가는 운동장에 겨우 5천명정도만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의아해서 현지인에게 물어봤더니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하더군요. 중국시장을 너무 모른다는 거죠. 한국의 공연업자들이 중국 공연이 대박일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오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중국은 시장의 힘보다는 국가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일정수준이 넘어가면 급작스럽게 규제를 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는데 너무 부풀리면 중국은 언젠가 이를 규제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서현철 : 신문이나 방송 일부에서 한류를 부풀린 것도 일정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한류의 실체는 분명히 있지만 한류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아직은 공연장에만 국한돼 있습니다. 그것을 한류와 연결시키기에는 무리한 면이 있죠. 오기현 : 중국은 워낙 넓고 방대한 곳이기 때문에 각 성마다 문화가 다르죠. 그렇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어요. 중국은 아직 우리의 문화를 받아들일 기반이 부족한 상태인데, 그나마 현재 한류가 일기 시작한 건 그 동안의 홍콩, 일본 문화에 대해 중국인들이 식상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틈을 비집고 들어간 한국문화가 그들에게는 신선함으로 느껴진거죠. 그러나 우리문화는 중국의 여러 문화들 중의 극히 하나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호 : 한류에 대해 아쉬운 것은 과연 PD들이 이에 대해 할말이 있는가라는 겁니다. 우리 드라마가 중국에서 방송되는 것이 제작진들 스스로 프로그램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이 아니라 상업적인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수출업자들에 의해서거든요. 제작진들 스스로 한류에 대해 잘 못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절대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절대선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현상을 더 지속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얼마 전에 방송된 MBC <네 자매 이야기> 경우 중국시장을 일정부분 겨냥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좋아하는 배우, 음악, 문화적 할인율 등을 고려했다는 거죠. 한류를 이어나가기 위해선 이런 노력들이 꾸준히 진행돼야 합니다. 홍진표 : 현재 한류의 흐름이 있다는 건 분명히 인정하지만 한류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들을 하셨는데, 직접 중국을 방문하면서 한류에 대해 느낄 수 있었던 계기는 어떤 것이었습니까?서현철 : 일단 공연장이었죠. 공연장의 열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뜨거웠어요. 모인 사람들이 넋 놓고 보는 것을 보고 분명 우리 문화의 소구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북경에서 제일 ‘잘 나가는’ 나이트클럽을 취재했었는데 우리의 댄스음악들에 맞춰 흥겹게 춤추는 중국의 젊은이들을 보고 한류를 실감할 수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대중음악이 지나치게 상업적인 면이 있다는 비판도 받긴 하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홍진표 : 한류가 붐을 형성하기 시작하면서 나오는 우려는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겠느냐, 또한 중국은 자신에게 손해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수익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문화적 자긍심을 넘어 중국문화는 열등하다는 문화제국주의로 흐를 수 있는 점 등도 지적되고 있는데, 이런 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오기현 : 처음에 우리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것이 96년도에 <사랑이 뭐길래>였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바로 중국인들이 잊고 있었던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요인은 제도적인 측면인데 중국은 90년대 후반에 방송법을 개정해 드라마 수입 단위를 20편으로 제한했습니다. 일본은 주로 8편이고 우리는 16편이라 수입단위가 맞지 않아 일본드라마는 방송하기 어려워 급하게 찾은 것이 한국드라마입니다. 이것이 한국드라마가 물밀듯이 들어오게 된 출발점이죠. 그런데 한국드라마를 보니까 한국드라마의 장점이 보이고, 이것이 한류로 이어지게 된 겁니다. 10월초 인민일보의 사설에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중국내 한국드라마의 붐을 설명한 내용인데 ‘한국은 서구의 도시문명과 전통적인 정서를 완벽히 조화시킨 도시문화를 만들어냈고 이런 것이 중국인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중국의 제작자들은 한국의 PD들에게 배워야 된다’라고 해 놀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또 우리 댄스음악도 물론 폭넓게 수용되고 있지만 지금은 북경과 동북3성을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어 그 지역을 벗어나면 사실 우리 음악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서현철 : 또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에서는 현실보다 더 과장된 표현을 많이 쓰여진다는 겁니다. 한국의 기자들이 그 곳에 가서 그런 얘기를 듣고 기사를 쓰기 때문에 한류가 지나치게 과장되게 보도될 수 있습니다. 한국가수 공연을 취재할 때도 ‘하한쭈’라는 소수의 한류 매니아들과 한국유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형 공연장을 꽉 채우기는 어려워 공연시간이 임박해서 거의 무료로 표를 나눠주는 경우가 취재 도중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아직은 수익으로 이어지는 공연은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홍진표 : 이제 중요한 것은 과연 PD들은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프로그램에 어떻게 접목 시켜야 하는가인데 이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정호 : PD들은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PD들이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중국, 대만의 관객들을 얼마나 고려하면서 제작하는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중국에서 시스템 상 드라마를 20부작을 원한다고 한다면 한류발전을 위해선 그렇게 바꾸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예를 들면 오락프로의 경우 자막이 굉장히 많은데, 이럴 경우 어떻게 수출이 가능하겠습니까. 이런 것을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과정들이 먼저 이뤄져야 하거든요. 드라마의 경우 편당 제작비가 보통 7천5백만원 가량인데,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요즘은 회수율이 30%까지 이르는 등 앞으로의 프로그램 수출은 수익적인 전망이 밝다고 봅니다. 헐리우드 영화는 어느 누가 봐도 보편성이 있어 문화적 할인율이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소아적인 프로그램에 머물러 있습니다. 예전에는 방송이 문화의 주도세력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류도 실제적으로는 PD들이 주도한다기보다는 기획사 측에서 주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서현철 : <가을동화>의 경우 PD가 수출용으로 다시 어렵게 자막, 효과음 등을재가공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봤을 때 방송사가 기술적인 측면에 일정부분 밑받침을 해줘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프로그램 수출을 이미지 산업이라고 본다면 일시적인 수익에 의존하기보다 잠재적인 수익을 생각해서 충분한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겉으로만 지원을 얘기하지 말고 소리없이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오기현 : 중국의 경우 1인당 GNP가 800불 정도 되는데 구매력은 3000불 가량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북경이나 상해의 소득수준은 한국보다 낮지 않습니다. 13억 시장이라는 건 대단한 시장입니다. 우리 시장의 몇 배인 셈이죠. 전략적인 마인드가 있다면 방송사에서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김정호 : 국제적인 마인드도 필요합니다.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외국 시청자들도 본다는 생각으로 제작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제작형태로 제작을 하게 될 것입니다. 서현철 : 오히려 우리 보다 기획사, 엔터테인먼트들의 국제적인 마인드가 더 뛰어난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마인드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이나 수출업자들보다 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가? 사실 그렇지 못합니다. 부지런하고 정보를 빨리 얻어야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정리 = 윤지영 기자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