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가와 인간 사이에서

|contsmark0|아마도 화가의 일대기를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는 ‘바스키아’가 제일 먼저 떠오를지도 모른다. ‘바스키아’에서 줄리앙 슈나벨 감독은 20대의 짧은 나이에 숨진 화가의 격정적인 삶, 그의 천재성을 스크린으로 투사했다.
|contsmark1|‘폴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 속 주인공은 실존인물을 모델로 삼은 것이며 전기영화다. 결말도 실존했던 화가의 비참한 최후와 똑같다. 그런데 영화를 보노라면 조금 의심스러운 대목이 눈에 띈다. 대체 이 사람은 화가일까, 아니면 평범한 알콜 중독자일까?
|contsmark2|쉽게 분간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은 혹자에게 찬사를 받는다. ‘위대한 예술가’ 혹은 ‘천재’라는 수식어가 그에게 철썩 달라붙는다. 그런데 약간 시선을 옮겨보면 다른 인상을 갖게 된다.
|contsmark3|가족들이 식사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 주정을 부리고, 때론 친구들 앞에서 테이블을 엎기 일쑤다. 영화 ‘폴락’은 이렇듯 천재와 범인, 그리고 빛과 그림자라는 이중적인 측면을 지닌 화가의 삶에 카메라를 근접시킨다.
|contsmark4|알콜 중독자이자 무명화가인 잭슨 폴락은 여류화가 리 크레이즈너를 만난다. 리는 잭슨 폴락의 천재성을 금새 발견하고 지원자가 된다. 두 사람은 동거생활을 시작하지만 생활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 가난한 이들 커플에게 돈 문제는 항상 골치거리다.
|contsmark5|게다가 잭슨 폴락은 그의 후원자들이 보는 앞에서 소변을 보고, 술에 취해 난동을 벌이는 등 여러 가지 사건을 벌인다. 리 크레이즈너는 자신의 예술을 포기하면서까지 잭슨 폴락이 작품에 몰두할 것을 종용하고, 결국 성공의 길로 이끈다.
|contsmark6|
|contsmark7|‘논란’ 화가의 인간적 모습 담아
|contsmark8|사실 영화는 논란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잭슨 폴락(1912-1956)이라는 실존인물이 그렸던 작품이 한때 논란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 추상 표현주의 화가로 분류되는 잭슨 폴락은 생전 거센 찬반양론을 경험해야만 했다.
|contsmark9|어떤 이는 그의 작업에 대해 “뛰어난 현대미술이자 무의식의 반영”이라는 평가를 내렸지만 반대쪽 의견을 지닌 사람은 “천박한 수준의 것”이라는 혹평을 마다하지 않았던 거다. 영화 ‘폴락’은 실존 화가에 대해 지나친 찬양이나 험담을 삼간다. 단지 그의 일대기를 고스란히 화면에 옮김으로서 예술에 관한 ‘평가’보다는 잭슨 폴락의 인간적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
|contsmark10|화려하기 그지없는 잭슨 폴락의 미술처럼, 영화는 시각적으로 중요한 장치들을 지닌다. 영화는 잭슨 폴락의 일대기를 몇 단계로 구분해놓는다. 그가 무명시절을 거쳐 성공한 화가로 되기까지, 그리고 내리막길을 걷는 과정 등으로 나눠놓은 것이다.
|contsmark11|여기서 영화의 색채와 리듬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감독이자 주연 에드 해리스는 영화 초반부에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의 무채색 영상을 전면에 내세운다. 화면을 보노라면 우울한 느낌이 묻어날 정도. 그러다가 차츰 영화 속 색채는 온화해지고 밝아진다.
|contsmark12|다시 말해서 화가가 어두운 시절을 보낼 때는 회색빛 톤으로, 그리고 전원생활과 신혼을 즐길 때는 초록빛 톤을 강조하면서 화가의 내면을 은근히 표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화가의 실제 작업과도 맞물려있다. 잭슨 폴락이 붓을 이용하는 대신 물감을 캔버스에 직접 뿌리는 기법을 시도한, 이른바 ‘액션 페인팅’ 시대를 연 후기 작품에선 화사한 느낌의 추상화들로 변화했으니까.
|contsmark13|
|contsmark14|“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한편”
|contsmark15|개인적으로 ‘폴락’은 마음에 드는 영화다. 특히 영화 결말은 더욱 그렇다. 영화에서 술에 만취한 잭슨 폴락은 아내와 떨어진 채, 어느 젊은 여성들과 드라이브를 즐기다 숨을 거둔다(이는 실존인물의 최후와 같다).
|contsmark16|영화는 잭슨 폴락이라는 천재 화가의 고뇌와 빛나는 성공, 그리고 몰락의 과정을 덧칠 없이 묘사한다. ‘폴락’에서 잭슨 폴락은 재능 있는 인물인 동시에, 자의식이 강하고 이기적이며 주변사람과 술에 끊임없이 의존하는 증상을 보인다.
|contsmark17|그는 천재인 동시에 어느 면에선 한사람의 가련한 정신적 ‘불구자’이기도 했던 셈이다. 영화 ‘폴락’은 바로 이점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으며 이것이 영화가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던 원인이 되었던 것 같다. ‘폴락’이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한편”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던 것은 자연스럽다.
|contsmark18|김의찬 영화평론가|contsmark19|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