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위해서라면 방사능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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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지난해 12월 23일 KBS 2TV <VJ특공대>는 일본 지진해일에 따른 원전폭발로 방사능 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후쿠시마 지역의 온천을 홍보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마을 여성들이 ‘훌라걸’로 변신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내용의 ‘일본 온천 생존기’를 내보내면서 “후쿠시마 현은 매우 건강해졌으니 많이 놀러오세요”라는 말이 전파를 탄 것이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 글이 쏟아졌다. 수도인 도쿄를 포함해 일본의 동북부 지역이 높은 농도의 방사능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심지어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역인 후쿠시마의 온천을 홍보하는 게 말이 되냐는 내용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50km지역은 일본정부도 오염제거 작업을 포기할 만큼 고농도의 방사능에 오염되었으며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누출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니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곳에 놀러가라고 홍보하는 게 시청자들로부터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에서 할 일이냐는 이유 있는 항변이었다.

그러나 방송 후 이 사건은 별 문제없이 ‘논란’조차 되지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갔다. 이처럼 명백한 허위 사실과 시청자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의 방송을 내보내고도 아무 제재 없이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 KBS 2TV 방송 화면 캡처ⓒKBS

예능이나 드라마 등에 들이대는 엄혹한 심의 잣대-‘저속한’ 표현을 썼으니 사과하라는 등의-를 생각하면, ‘객관적' 정보제공 프로그램으로 인식되는, 10% 초반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태도는 관대하게 느껴질 뿐이다.

최근 침체된 관광산업을 살리려는 일본정부의 정책적 노력으로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의 촬영지로 일본 관광지가 자주 협찬되고 있다. 원전사고로부터 시일이 많이 흐르고 저렴한 관광 상품도 많이 등장한 때문인지 줄었던 한국인 관광객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사실상 현재 일본 안에서 방사능 안전지대는 없다. 공기나 토양 등을 통한 피폭만이 아니라 식품 등을 통한 내부 피폭 문제도 크기 때문이다.

일본 본섬 최남단 가고시마에서도 방사능으로 오염된 사료를 먹은 쇠고기가 유통되어 충격을 준 바 있다. 농산물, 가공식품이 어떻게 오염되어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 지 알길 없고, 광범위한 지역이 노출되어 있어 아예 유통 자체를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드라마나 예능 제작에서 가려가며 광고하라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현재 제작환경에서 그건 가능하지도 않다. 일본여행을 가지 말라는 말도 아니다. 그건 선택의 문제니까. 다만 가더라도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다르다.

방송이 균형을 이루려면 시청자들이 모호한 정보들을 판별할 수 있도록 한편에서 언론이 제 기능을 해주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탈핵’이 추세임에도 한국정부는 오히려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문제가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에서 멀어진 데 언론들은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하지 않겠나. 단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1년 가까운 시일이 지났기 때문만은 아닐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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