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MB氏 방송’과 ‘김비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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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잇단 저항, 공정방송 복원 ‘불씨’…“신뢰회복 위해 끝까지 싸워야”

방송·언론인들의 대반격은 시작된 것일까.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정권이 투하한 낙하산 사장의 전횡에 움츠리고 있던 방송·언론인들이 ‘공정방송’ 복원을 주장하며 잇단 저항에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저항을 하고 있는 곳은 MBC다. MBC 기자들이 공정보도 복원을 요구하며 지난 1월 25일 무기한 제작거부에 돌입한 데 이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정영하, 이하 MBC노조)가 지난 1월 30일 공영방송 MBC를 ‘MB(이명박 대통령)씨 방송’으로 전락시킨 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MBC만이 아니다. KBS의 두 노동조합도 지난 1월 19일 편파·불공정 방송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고대영 보도본부장 불신임안을 의결했고, 지난 1월 30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고 본부장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본부장은 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 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의 최측근으로, 이 대통령 주변의 비리 의혹과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보도를 축소·삭제하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정권 출범과 함께 ‘낙하산 사장’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YTN 또한 전면전에 나섰다. 전국언론노조 YTN본부(본부장 김종욱)는 지난 2008년 이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을 반대하다 해직된 기자 6명에 대한 복직 투쟁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이들의 복직을 반대하는 배석규 사장 연임 저지에 나선 상태다.

▲ 지난 1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 민주의 터에서 MBC노동조합이 총파업 이틀째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방송·언론계 안팎에선 이들의 저항에 주목하고 있다. 정권으로부터 직접 지휘를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당연시될 만큼 친(親)정부 보도를 밀어붙이고 이에 반발하는 언론인들을 징계로 위협한 낙하산 사장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4년 동안 방송·언론인들이 ‘저항’에서 ‘침묵’으로 저널리즘의 원칙을 퇴색시키는 데 일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이들이 얼마만큼의 진정성과 끈기로 싸울 것인가에 따라 앞으로의 방송·언론의 올바른 생존, 즉 시청자들의 신뢰를 토대로 한 생존이 가능할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권과 낙하산 사장의 전횡으로 무너진 공정방송을 복원시키는데 구성원들이 얼마나 진정성을 보이냐에 따라 일련의 낙하산 인사가 가능한 구조, 다시 말해 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여론의 ‘불씨’ 또한 마련할 수 있다.

낙하산 사장으로 대표되는 정권과의 전면전에 나선 방송·언론인들도 이런 지적에 동의한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당면 목표는 김재철 사장 퇴진”이라고 강조한 뒤 “이후 사장 임명구조 등을 바꾸는 중요한 작업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를 위해선 내부의 견제 장치, 즉 경영과 편집의 분리 원칙이나 실효성 있는 국장 임명동의제 등을 확고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공정방송을 목표로 한 작금의 저항에 대한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방송·언론인들의 일련의 저항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일부에선 나온다. 지난 4년 동안 방송·언론에 대한 탄압이 거셌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조금은 늦은 자기반성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80년대 민주화 운동 이후 90년대 초반에야 방송 민주화 운동이 진행됐던 것과 마찬가지 상황인 격에, 저항을 위한 물리적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안타까움이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방송·언론인들이 반성을 말하며 앞으로 나온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시청자 국민이 방송 보도의 문제 등을 지적하고 한국사회의 재민주화를 만든 유리한 상황에서야 (방송·언론인들이) 나온 데는 안타까움이 있다. 방송·언론인들의 투쟁에 시민들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명박 정부 초기 정권에 저항하던 기자·PD들이 쫓겨날 때 안타까워하던 시청자 국민들은 지금 <PD수첩>(MBC)이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해도 <나는 꼼수다> 등에 기대를 한다”며 “방송·언론인들은 물론 언론·시민단체들이 더 이상의 퇴행을 막기 위해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 등을 얘기한다 해도 시청자들의 공감이 쉽지 않은 배경”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방송·언론인들이 작금의 저항의 의미를 시민들과 충분히 교류하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갈 길이 멀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낸 최상재 SBS PD도 “총·대선 등의 중요한 국면을 지금과 같이 위축된 상태로 맞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방송·언론인들 사이에 확산돼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시청자 국민은 좀 더 빨리 시작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고 지적했다.

최 PD는 “방송·언론인들은 시청자 국민의 일련의 지적 앞에 겸허히 반성하는 동시에, 이전처럼 적절히 타협하거나 물러설 여지를 두지 않고 확실히 싸워야 한다. 비타협의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방송·언론인들이 스스로를 버리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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