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협회가 2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PD총회를 열고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명성명을 냈다. 이번 총회는 지난해 시사교양국과 라디오본부의 제작자율성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열렸던 5월 30일 총회 이후 10개월 만에 열렸다. MBC PD협회 창설 이래 총회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다섯 번 중 네 번의 총회가 이명박 정권 때 이뤄졌다.
MBC PD협회는 이날 총회에서 “징계 등 강압조치만으로 MBC가 정상화 될 수 없으며 현재 파행방송의 책임은 김재철 사장에게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성명에서 김재철 사장의 조속한 사장직 사퇴를 주장하며 “김 사장과 방문진이 PD들의 충정을 외면할 경우 보직간부를 포함한 모든 PD들이 투쟁의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날 PD협회는 보직자를 제외한 총 재적 295명의 PD들 중 261명이 기명 서명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MBC PD 전원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한 것과 같다.
한편 김재철 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 불방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MBC 예능프로그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의 경우 김태호 PD가 파업이 끝나기 전에는 절대 제작현장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한도전>은 한 달 째 불방 중이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경우도 파업여파로 한 주간 불방을 겪었다.
현재 방영중인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간부급 PD들이 제작에 나서고 있지만 일시적인 투입수준에 불과해 언제까지 현 제작시스템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드라마의 경우도 최근 드라마 PD들이 기명성명을 내고 집단 제작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본부 보직자들 사이에서도 조만간 입장표명을 하는 등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MBC PD협회의 성명 전문.
문화방송 PD협회 총회 결의문 - 김사장 사퇴만이 현 사태 해결의 유일한 열쇠다
파업으로 인한 파행방송이 벌써 한 달을 넘어가고 있다. 방송의 일선에 있는 우리 PD들은 방송 파행으로 불편을 겪고 계시는 시청자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우리들의 분신인 프로그램을 놓고 제작현장을 떠나 거리로 나선 PD뿐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하여 제작현장을 지키고 있는 PD들 모두 프로그램과 MBC를 염려하는 마음은 하나이다. 우리는 현 상황에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제대로 된 방송을 시청자 품으로 되돌려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MBC 최고경영자인 김재철 사장을 보면서, 과연 그가 방송을 정상화시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파업 참가자수, 사상 최대의 간부급 사원이 참여한 사장퇴진요구 성명 발표, 사상 초유의 보도국 보직간부와 앵커의 파업참가 등에서 여실히 증명되듯이 최고경영자로서 김사장의 리더십이나 권위는 사원들의 신뢰를 잃었다.
더구나 김사장은 한 달 만에 갑자기 출근하더니 형사고소를 시작하고 두 기자회장과 보직사퇴한 간부사원들에 대한 징계결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강압조치만으로 MBC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오산이다. 지난 2년간 MBC에서 벌어진 불공정방송을 위해 김사장은 비정상적 인사이동과 징계 등 강압적 방법을 총동원해 왔다. 그 결과 사장은 구성원의 신망을 잃고 공영방송 MBC의 파국적 상황이 초래되었다.
우리는 현재의 파행방송에 대한 책임은 결국 김재철 사장 본인에게 있음을 확신한다. 또한 우리는 이번 총회를 통해 김사장이 현 사태 해결을 위한 어떠한 권위나 수단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한다. 결국 김재철 사장의 사퇴가 방송 정상화를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 PD협회원 모두의 총의를 모아 다음과 같이 결의하고자 한다.
하나. 김재철 사장은 현재의 파국적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조속히 사장직을 자진 사퇴하라. 그것이 마지막 순간만큼은 MBC 최고경영자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다.
하나. 김재철 사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할 경우, 방문진은 MBC 관리감독 의무수행 차원에서 즉각 김재철 사장을 해임하라.
하나. 김사장과 방문진이 상황을 오판하고 PD들의 충정을 외면할 경우, 보직간부를 포함한 모든 PD들이 공영방송 MBC 정상화를 위한 투쟁의 대열에 동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