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의 뇌는 ‘쪼인트’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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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김용민의 세번째 역습 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방송민주화의 시계는 거꾸로 돌고 있다. 대통령과 정치 인생을 함께 한 측근들이 방송·언론사의 수장으로 앉는 것을 비판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고, 이에 반대하며 해직된 방송·언론인들은 여전히 제 자리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은 일자리 창출 등 거창한 슬로건을 앞세워 조·중·동에 종합편성채널을 안기며 ‘이후’를 보장받으려 하고 있지만, 지난 2008년 이후 방송·언론 민주화의 ‘겨울’ 속에서만 살고 있는 언론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조금씩 움츠러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습격당한 저널리즘의 ‘봄’을 꽃피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시사평론가 민동기·김용민씨가 퇴행하는 저널리즘의 현실을 ‘역습’하고 나섰다. 한 달에 한 번, 독자들을 찾아가는 이들이 ‘역습’하는 대상엔 내 편도, 네 편도 없다. 저널리즘의 퇴행의 책임은 ‘이명박 정부’와 그 휘하들에만 있는 탓이 아니다.

때문에 모두에게 불편할 수 있는 그들의 촌철살인 대화록을 <PD저널>이 전한다. 지난 2월 29일 만나 이들이 세 번째로 ‘역습’한 대상은 방송 3사 동시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도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방송사들의 낙하산 사장들과 총·대선 이후 방송·언론 체계를 재정비하기 위해 깨어져야 할 ‘고정관념’ 등이다. <편집자>

▲ 시사평론가 김용민, 민동기씨<사진 왼쪽부터> ⓒPD저널
“92년 MBC 파업의 주역 손석희 교수는 김재철 사장의 행태를 어떻게 볼까”

김용민(이하 김): 다음 주에 KBS도 파업하는 거야?

민동기(이하 민): 응. 새노조.

김: 한 달 전부터 MBC가 파업을 진행하고 있잖아. 그런데 오늘(2월 29일) 박성호 기자회장은 해고되고 양동암 영상기자회장도 징계 받았다며? 김재철 사장이 평정심을 잃은 것 같아.

민: MB(이명박 대통령)가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던 거지.

김: (김재철 사장의) 뇌가 ‘쪼인트’에 있었던 건 아닐까? 너무 심한 표현인가? 김 사장의 요즘 행동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니까.

민: 지금 홍보국장을 이진숙 기자가 맡고 있잖아. 사람들이 이진숙 기자에 대해서도 환상을 많이 갖고 있더라? 그런데 이라크 등과 관련한 리포트를 한 건 인정하더라도 그 뒤에 족적을 남기거나 하진 않았잖아.

김: 1992년 MBC 파업 때 언론노보를 보면 이진숙 기자가 전단지 뿌리는 사진 있었어.

민: 에이~.

김: 물론 그거 한 장 갖고 그러냐고 할 줄 알았어. 흐흐. 그런데 오늘의 손석희(성신여대 교수·전 MBC 아나운서)가 있는 건 (92년 파업 당시) 파란 수의를 입고 두 손에 수갑 차고 있던 그 모습, 난 거기에 있다고 봐. ‘저 사람은 무형의 가치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칠 수 있구나, 믿을 만하다’ 그런 이미지가 주는 효과가 크다고.

민: 하지만 손석희 교수는 그 뒤에 다른 길을 걸었잖아. (반면) 이진숙 기자 같은 경우, 잘못된 길을 걸었다는 건 아니지만, 김재철 사장을 수많은 MBC 내 기자·PD들이 반대하고 이근행 당시 노조위원장이 해직까지 된 상황에서 홍보국장을 맡는 건…. 홍보국장이라는 건 결국 김재철 사장 체제의 최전위에 서있는 거잖아. 그때 이미 (이진숙 기자에 대해) 간파를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아직도 사람들이 이라크, 과거 파업 때의 이미지 등을 이야기 한다는 거지.

김: 그런데 그땐(92년 파업) 김재철 사장도 (노조원들과 함께) 전단지 돌렸다더라. 흐흐.

민: 우하하하. 그러니까 과거 얘길 자꾸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김: 난 92년 파업의 중심에 있었던 손석희 교수가 지금의 MBC 지형도를 어떻게 평가할까, 김재철 사장의 행태를 어떻게 볼까 등이 정말 궁금해. 손석희 교수를 인터뷰 하고 싶어. 아, 여담인데 내가 손석희 교수 급이야. 민주통합당에서 날 공천하느니 마느니 얘기가 나온다는데, 난 전환 한 통 받은 일 없어. 오늘 이 시간까지. 손석희 교수도 그랬어. 선거 때마다 손 교수 영입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정작 손 교수는 한 통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거야. 그러니 난 손석희 교수 급이야. 손석희 교수처럼 예우해줘. 으하하하하.

민: 다시 얘기로 돌아가서, 김재철 사장은 정말 왜 그럴까? 뒤에 백그라운드를 믿는 건가?

김: 백그라운드가 지금 뭐가 있어? 정말 숨길 무언가가 있어서 초동적으로 쐐기 박지 않으면 더 큰 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파생한 자기 보호 본능의 발로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해. 

민: 김 사장이야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잖아.

김: 이제 총선 출마도 못하잖아. 새누리당에서 비례를 받지 않는 이상.

민: 못 받는 게 기정사실인 것 같은데, 김 사장 주변의 이진숙 국장을 포함한 많은 언론인들이 빨리 반성하고 나와야 해.

김: 지금 상황에선 김 사장을 더 얘기할 필요가 없어. 이미 갈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형님하고 하고 싶은 얘기는 내년 정권에서 지금의 여당이 야당이 될 경우 KBS와 MBC, YTN 사장은 누가 될까와 관련한 부분이야. KBS는 누구? 난 정연주 전 사장이 돌아와서 못 채웠던 임기를 다 채우면 좋겠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시간도, 1초도 어김없이 임기 채우고 딱 물러나는 거지.

▲ 김재철 MBC 사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24일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마치고 이진숙 훙보국장과 함께 웃으면 복도를 빠져나가고 있다. 김 사장은 이날 MBC노조의 파업이 시작된지 26일만에 회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김인규 이후 KBS 사장은 정연주 전 사장이 해야…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잔여임기 채우길”

민: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정말 했으면 좋겠어.

김: 다만 현재의 김인규 사장 임기가 끝나는 11월에 MB가 그 자리를 공석으로 둘 이유가 없다는 게 문제지.

민: MB도 그때 정신 차려서 정연주 사장을…에이, 그건 아닐 것 같다.

김: 가카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야? 크크크.

민: 그렇지. 흐흐. 정말 KBS 사장을 도대체 어떻게 뽑아야 하는 걸까.

김: 난 국민투표를 했으면 좋겠어. 아, 정연주 전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운 다음에 엄경철 전 노조위원장은 어때?

민: 사장도 세대교체야?

김: 그럼. 과거 기둥 뒤에 숨어 있다가 MB 정부 들어 하나 둘 나온 사람들은 이제 그만 내보내고 KBS를 상식과 합리가 보장되는 직장으로 만들려면 세대교체가 필요해. 엄경철 형님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봐야 할 분이지. 그런 면에서 YTN 사장은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이 돼야 하겠지.

민: 그건 충분히 검토할 만한 일인 것 같아. 연배 등을 떠나서 노종면이란 인물은 엄청난 상징성이잖아. YTN의 현실을 온몸으로 웅변하는 언론인이 바로 노종면 선배지. 이론의 여지가 없어, YTN은.

김: MBC는 누가 있을까?

민: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 내가 볼 때 검토해볼 만한 카드야. 그런데 KBS의 경우, 난 엄경철 기자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카드라고 생각 하거든. 하지만 KBS가 (이런 세대교체를) 그걸 감당할 만한 조직인걸까에 대한 의문은 있어.

김: 내부의 조직적 저항이 있을 수 있다는 건가? 음. 그럼 양승동 PD는 어때?

민: 양승동 PD도 검토할 만한 카드지.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이에 앞서 KBS라는 조직에 대해 (내부에서도)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는 것 같아.

“부장대우 최문순도 MBC 사장 했잖아. 정권 교체와 함께 방송사 사장 세대 교체도 필요해”

김: MBC는 신경민 전 논설위원이 참 좋은 카드였는데, 정치권으로 가는 바람에….

민: MBC에는 의외로 인물이 많은 것 같아. 본인이 수락하느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김: 부장대우였던 최문순 기자도 사장을 했잖아.

민: 방송사의 구성원들이 그런 마인드를 가지면 좋겠어. MBC에는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 뿐 아니라 <PD수첩> 최승호 PD나 김환균 CP 등과 같은 분들도 있는데…. 물론 그분들은 이 얘기 듣고 펄쩍 뛰겠지만.

김: SBS에는 누가 있을까? 최상재 전 언론노조 위원장? 가공할만한 리더십의 소유자지. 그리고 박수택 기자 같은 분들도 있지. 박 기자가 워낙 원칙주의자이긴 한데, 다음 시대는 ‘원칙’이거든. 사이비들은 가고 원칙주의자들이 나와야 해.

민: EBS엔 누가 좋을까? 제발 EBS 출신에서 사장이 나왔으면 좋겠어.

김: 김진혁 PD?

민: 연령대가 너무 어려지는 것 같지만, 그게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목적이지.

김: 박정희가 40대에 쿠데타 일으켰잖아. 뭐 어때. 괜찮아. 아, 민간 기업이지만 CBS에도 인물들이 있지. 변상욱·민경중 기자 등 말이야. 265일 파업으로 목사 중심의 회사 경영시스템을 내부자 응모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꿨잖아. 그것이 엄청난 성과거든. 종교가 배경으로 깔린 재단에서 이런 변화를 도출해낸다는 건 보통 능력이 아니거든. CBS의 이 두 걸물은 차기 사장감이야.

민: 걸물이지.

김: 앞으로 <한겨레> 정서의 방송사에 <조선일보> 출신들이 가서 사장하는 일 같은 건 없어야 해. 내가 살이 쪄봐서 아는데 작은 옷을 입으면 너무 힘들거든. 이상한 사장들이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직원들을 욕해선 안 된다는 거야. 옷을 벗어야 해.

민: 정권 교체가 되면 방송 경영 등을 책임지는 허리급 이상 간부들도 대충 적당히 버티게 하는 게 아니라, 확 바꾸면 좋겠어.

김: 자, 마지막으로 불교방송도 얘기해보자. 난 명진 스님이 하셔야 한다고 생각해.

민: 으하하하. 정말 딱인데? 지상파를 포함한 모든 방송을 합쳐 한국 최고의 진보적 방송이 나올 거야.

김: 명진 스님은 강남에서도 먹히잖아, 이념을 떠나서 말이지. 예전에 개신교 사람들이 봉은사에 가서 땅 밟기 했을 때 말이야. 명진 스님이 그들을 무릎 꿇고 빌게 만들었던 거 기억해? 난 개신교인데도 왜 이렇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나 몰라. 흐흐.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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