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정상적 조직 운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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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166명 집단 사직 결의…간부 12명 추가 보직사퇴

▲ 5일 오전 10시 경 MBC노조 조합원들이 대규모 징계에 반대하며 MBC 본사 10층 복도에서 김재철 사장 사퇴를 위한 농성을 진행중인 모습. ⓒPD저널

김재철 MBC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한 MBC노동조합의 파업이 36일째를 맞은 가운데 노사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사측은 지난 2월 29일 인사위를 열고 제작거부를 주도한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하고 대대적인 경력기자 채용에 나선 한편 5일 인사위원회를 통해 대규모 추가 징계를 예고한 상태다. 노조는 지난 4일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의혹을 추가 폭로하는 한편 보도국 조합원인 기자 166명이 집단사직을 결의했다.

사측은 지난 주말 프리랜서 앵커 4명과 계약직 경력기자 7명, 라디오 뉴스 PD 채용 공고를 내보냈다. 사측은 지난 2월에도 전문기자 4명과 뉴스부분 편집 인력을 선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재철 사장은 지난 2일 임원회의에서 “아나운서들이 파업에 참여하는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채용은 파업 장기화에 따른 인력수급을 위한 궁여지책이지만 동시에 장기 파업에도 타협 없이 편성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사측은 또 지난주 박성호 회장 해고에 이어 5일 인사위원회에서 대규모 징계를 예고한 상태다. 이날 인사위에는 최일구 앵커와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 등 파업 관련자 8명이 회부됐지만 당사자들은 “부당징계”라며 인사위 참석을 거부했다. 

파업 6주차를 맞은 MBC노조 조합원들은 박성호 기자회장의 해고와 5일 인사위원회로 예고된 추가 대규모 징계에 격양된 상황이다. 지난 주 MBC 기자 166명은 박성호 회장과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의 중징계에 항의하며 집단 사직을 결의했다. 기자들은 “박성호 기자가 돌아올 수 없다면 우리도 미련없이 MBC를 떠나겠다”고 결의했다. 지난 1월 제작거부에 동참했던 기자들이 150명 안팎인 걸 감안하면 이번 결의는 기자들의 분노와 공정방송에 대한 열망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MBC노조는 지난 4일 <제대로 뉴스데스크>의 취재결과를 토대로 김재철 사장이 이동관 전 청와대 수석과 자주 만남을 가졌다고 폭로하며 사퇴 여론을 높여나가고 있다. 노조는 5일 오전 10시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10층 임원실 앞 복도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며 김재철 사장 퇴진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오늘 인사위에 회부된 조합원들에게 높은 징계가 예상된다. 사측은 곳곳에 용역을 배치해 물리적 충돌을 노리고 있다. 우리는 영리하게 회사를 응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MBC 여의도 본사 5층 복도 천장에 붙어있는 피켓. ⓒPD저널

이날 인사위에 회부된 김정근 노조 교육문화국장(아나운서)은 “파업 이후 회사에서 보여준 행동을 보며 분노할 수밖에 없다. 회사는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을 이간질시켰고 동료를 해고했다”고 말한 뒤 “징계로는 조합원들의 분노를 수그러뜨릴 수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이날 로비에 모인 200여명의 조합원들은 “살인징계 살인해고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지난주 해고자가 발생한 이후 사내를 감도는 긴장감은 전보다 늘어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MBC 보직간부 12명이 5일 보직사퇴를 결의해 간부들의 연쇄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간부는 “우리가 보직간부 역할을 했던 것은 김재철 사장과 그가 만들어놓은 회사체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한 뒤 “김 사장은 공정방송을 염원하는 사원들의 충정에 답하지 않고 대화를 회피하다 갑자기 나타나 고소와 징계를 강행하고 있다. 이제 평사원으로 돌아가 김재철 퇴진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직사퇴에는 △편성국 편성콘텐츠부장 이선태 △시사교양국 시사교양4부장 허태정 △외주제작국 외주제작1부장 전배균 △드라마국 드라마2부장 오경훈 △디지털기술국 TV송출부장 한상길 △경영지원국 인재개발부장 전정수 △광고국 부국장 구자중 △광고국 미디어마케팅부장 이시용 △크리에이티브센터 콘텐츠개발2부장 이보영 등 현 경영진의 주요 간부들이 참여했다.

최근 간부급 사원들이 대규모 사퇴요구 성명을 낸 데 이어 보직간부의 사퇴가 줄을 이으며 김재철 사장은 정상적인 회사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재 보직을 사퇴하지 않은 간부들 사이에서도 “이미 조직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김 사장이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겠냐”는 여론이 있는 상황이다.  

한편 사측은 5일부터 서울 여의도 MBC 정문과 남문광장, 로비 곳곳에 경호업체 요원들을 대거 배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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