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 ‘한겨레’…모두 사찰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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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클리핑] MB정부 불법사찰보고서 2619건 공개 ‘충격’…조중동은 ‘모르쇠’

▲ 경향신문 4면 사진자료.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과 민간, 언론, 대기업 등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사찰한 보고서가 발견됐다. KBS 새노조는 29일 <리셋 KBS뉴스9>를 통해 지원관실 점검1팀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작성한 사찰 보고서 2619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공직자 감찰 기구를 표방했던 지원관실이 YTN과 KBS의 노사갈등, 사장평가 등 내부 동향을 감시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문건에는 언론사에 대한 전방위적 사찰 내용이 담겨 있다. 이명박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이번 파문은 현 정권을 뒤흔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검찰은 2010년 민간인 사찰 수사 당시 지원관실의 광범위한 사찰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축소 수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리셋 KBS 뉴스9>에서 드러난 사찰 사실을 30일자 1면 톱과 2면, 3면 등 주요 면에 배치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반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해당 사실을 단신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0면 기사에서 KBS 새노조의 문건 입수 사실을 보도했으나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는 동향을 파악한 수준”이라며 사태를 축소 보도했다.

KBS‧YTN‧MBC 임원 교체방향 보고서에 ‘BH 하명’ 표시

MB정부의 언론장악은 사실로 드러났다. <한국일보> 2면 기사에 따르면 2009년 8월 25일 지원관실이 작성한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 비고란에는 ‘BH(BLUE HOUSE) 하명’이 표기되어 있어 청와대가 사찰을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2009년 9월 작성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자료에는 배석규 당시 사장직무대행에 대해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의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임’이라고 돼있다. 여기에는 ‘새 대표가 회사를 조기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적혀있다. 배석규씨는 문건이 작성된 뒤 한달 만에 정식 사장에 임명됐다. <한국일보>는 이를 두고 “현 정부가 언론사 사장 인사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 2면 기사.
같은 문건에는 파업을 주도하다 해고된 노종면 YTN노조위원장 등 ‘불법파업주동자의 1심 판결(전원 벌금형)은 검찰에 항소 건의’라고 적혀 있다. YTN은 이에 대해 “항소 건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종욱 YTN노조위원장은 “단순히 총리실에서 지시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윗선의 개입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KBS 동향보고’ 문건에는 김인규 사장 임명 당시 노조의 반발 진압과정과 김 사장 측근에 대한 인물평이 상세히 담겨 있다. 문건은 김 사장이 뉴스 포맷 변경 등으로 ‘KBS의 색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한 후 수신료 현실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 분석했다. 측근인사를 주요 보직에 배치해 친정체제를 마련했다고 평가한 대목에는 인사실장 박갑진, 보도본부장 이정봉을 예로 들며 괄호 안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출신’이 적혀있다.

<경향신문>도 1면 톱기사 등을 통해 이 사실을 자세히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강정원 전 KB 행장과 삼성고른기회 장학재단, 화물연대와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서울대병원 노조도 사찰을 받았다. 정권 실세인 이상득 의원에게 반기를 든 정태근 의원은 물론 그와 만난 민간인 박모씨까지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공기업 임원들도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 전·현직 경찰의 모임인 무궁화클럽에 대한 사찰 문건은 150건이나 발견됐다.

2009년 5월19일 사정기관 고위 간부에 대한 사찰 문건에는 이 간부의 불륜 행적이 분(分) 단위로 적혀 있다. 이 간부가 내연녀와 함께 간 장소와 시간뿐 아니라 당시 지었던 표정, 어떤 말을 했는지까지 상세히 묘사돼 있다. 문건이 보고된 지 두 달 뒤 이 간부는 사의를 표명했다.

특히 ‘사찰 보고서’에는 KBS와 YTN에 ‘낙하산 사장’을 앉히기 위한 동향 파악과 함께 구체적인 지시사항이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KBS 새노조는 “문건에는 노조 성향 분석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김인규 사장에 대한 인물 평가까지 방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새노조는 “YTN 관련 부분에서는 파업 주동자에 대한 검찰수사 개입 등 법적 대응 지침까지 내린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MBC <PD수첩> 작가와 조현오 경찰청장, <한겨레21> 편집장도 사찰 대상이었다고 보도했다. 3면 기사에 따르면 2009년 11월 9일 작성된 ‘1팀 사건 진행상황’이라는 문건에는 <한겨레21> 박용현 편집장과 <PD수첩> 역대 작가들이 사찰 대상으로 드러났다. 당시 <PD수첩>은 ‘광우병’편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으며, <한겨레21>은 커버스토리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를 비판하고 있었다. <한겨레>는 이를 두고 “비판언론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조중동, 청와대 언론사찰 철저히 묵인

▲ 조선일보 10면 기사.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MB정부의 전방위적인 사찰논란에 침묵했다. 30일자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선 관련 단신기사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오직 <조선일보> 만이 10면 기사에서 KBS새노조가 총리실 사찰 증거라며 일부 문건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선의 보도 역시 사안을 축소하는 수준이었다.

조선은 기사에서 “KBS새노조는 이 자료들을 사찰 문건이라고 했지만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는 동향을 파악한 수준인 것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2010년 7~8월 민간인 사찰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 “당시 점검 1팀원의 USB를 압수해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는데, 거기 들어 있던 내용”이며 “문건 2600건은 과장된 얘기 같고, 실제 짤막짤막한 문건은 100건 정도이고 사람 이름이나 제목만 있는 항목이 많았다”며 사안을 축소했다.

그러나 KBS새노조는 “<리셋 KBS 뉴스9>가 보도한 문건은 검찰이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자료”라고 밝혔다. <한겨레> 3면 기사에 따르면 김현석 새노조 위원장은 “(자료를 건네준 취재원이) 파업중인 KBS 기자라고 하니까 진실을 보도할 수 있겠다며 건네줬다”고 말했다. 이 자료는 한 명의 조사관에게서 유출된 것이며, 이 조사관의 컴퓨터가 지워졌는데 남아있는 자료를 복원하고 조사관의 USB 등에 보관된 자잘한 것을 복원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셋 KBS뉴스9>의 보도내용은 국무총리실의 전체 사찰 자료중 극히 일부일 것이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한편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청와대의 개입 의혹을 밝히기 위해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30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고 29일 통보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을 상대로 최종석(42)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통해 장진수(39)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옛 주사)에게 “총리실의 컴퓨터를 파기하라”고 지시를 내린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부장검사가 여기자 2명 성추행

현직 검찰 간부가 여기자 2명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감찰에 착수했다. <경향신문> 1면 기사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최재호 부장검사(48)는 28일 오후 10시쯤 출입기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모 일간지 여기자 ㄱ씨와 ㄴ씨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허벅지에 자신의 다리를 걸치는 등 수차례 성추행했다.

최 부장검사는 1차 회식이 끝난 뒤 2차 회식장소인 호프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ㄱ씨에게 “○○야”라고 반말을 하며 수차례 손을 잡았다. 그는 ㄱ씨가 손을 뿌리치자 깍지를 낀 뒤 손을 뺄 수 없도록 붙잡았다. 또 호프집에서도 ㄱ씨 옆에 앉아 손을 잡고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ㄱ씨가 계속해서 거부하자 최 검사는 자신의 발을 뻗어 ㄱ씨의 허벅지에 걸쳐 올리기도 했다. 최 부장검사는 이어 ㄱ씨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며 귓속말로 “집이 어디냐. 같이 나가자”라고 말했다.

ㄱ씨는 최 부장검사에게 “지금 실수하는 거다. 내일 아침에 나에게 사과하고 싶은 거냐”라고 수차례 항의했지만 그의 성추행은 계속됐다. ㄱ씨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 이번에는 또 다른 일간지 여기자 ㄴ씨를 옆자리로 불러 성추행했다. 그는 ㄴ씨에게 “넌 집이 어디냐. 나랑 몰래 나가자”라고 말한 뒤 ㄴ씨의 다리 위에 자신의 다리를 올려놓았다. ㄴ씨가 “이러지 말라”고 항의하자 이번에는 ㄴ씨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해당 기자들은 회식장소에 있던 남부지검 신유철 차장검사에게 항의를 했지만 신 차장검사는 “이 자리를 만든 게 애초에 잘못인 것 같다. 이틀만 시간을 주면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현장에서 공식 사과를 거부했다. 최 부장검사는 “술에 취해 (성추행 사실이) 기억나지 않지만 결례를 저지른 것 같아 피해 여기자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최 부장검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하고 감찰에 들어갔다. 최 부장검사는 30일자로 광주고검으로 대기발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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