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KBS, MBC, 연합뉴스 등 파업 중인 조합원들이 마련한 각종 음악공연과 부산지역단체의 시사콩트 등 행사가 이어졌다. 특히 방송인 김미화씨가 현장을 찾아 파업을 응원하며 노래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7시간을 걸려 버스를 타고 온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리셋 KBS뉴스9>의 언론사 사찰문건 특종이 가져올 파장을 예상하며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한 부산시민은 “서울서 어렵게 왔는데 비가 안 왔으면 참 좋았겠다”라며 아쉬워했다.
이날은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수장학회는 MBC 지분 30%, 부산일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단체로 박정희의 ‘정’자와 육영수의 ‘수’를 합쳐 1982년 설립됐다.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5‧16 쿠데타 세력이 부일장학회를 강탈해 정수장학회를 장물로 소유하고 있었음을 인정, “정수장학회는 헌납 주식을 원소유주에 반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정수장학회는 장물이 아니며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밝힌 바 있다.
이날 부산역 광장을 찾은 서해성 작가는 “1960년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의 사진이 <부산일보>에 실렸고, 부산MBC는 혁명을 보도했다. 혁명을 중계했던 언론을 되찾아야 한다”며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수를 주장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박근혜씨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에서 물러났으나 현 최필립 이사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 청와대 의전비서관이었다”며 “박근혜 위원장은 정수장학회를 리모콘으로 움직이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문화평론가는 이날 “박정희의 딸이라고 정치를 못할 이유는 없지만 정수장학회의 유산보다 큰 것이 (군사독재시절의) 어두운 정치적 유산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군사정권의 ‘장물’인 정수장학회에 대해 “사회적 환수 이후 합의를 통해 중립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밝혔다. 진중권 평론가는 이어 현재의 언론 상황을 의식한 듯 “우리는 팩트에 목마르다. 오늘 <리셋 KBS뉴스> 잘 봤다. (이참에 KBS, MBC, YTN 등) 뉴스가 다시 리셋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쇄파업중인 언론인들은 MB 낙하산 사장과 부역언론인에 대한 심판을 예고했다.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적들을 심판해서 다시는 빗속에서 집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외쳤다. 김현석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김인규가 남느냐 새노조가 남느냐, 김비서가 남느냐 공정방송이 남느냐의 싸움이다.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다. 김종욱 YTN지부장은 “정권의 언론사 사찰 사실이 드러났고 낙하산 사장들은 권력과 야합했다. 국민의 힘으로 이들을 징계하겠다”고 말했다.
공병설 연합뉴스지부장은 “공정보도를 못했던 과거를 마무리 짓고 반성해야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며 “낙하산 사장을 절대 그대로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상운 국민일보지부장은 “내일(3월 31일)이면 파업 100일째다. 정수장학회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조용기 일가가 빼앗은 장물을 되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 지부장은 “조용기 일가가 목사의 이름으로 언론을 사유화했다. 조용기 목사와 이명박 장로는 하야시켜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호진 부산일보 지부장은 “지금껏 빼앗겼던 편집권과 언론인의 자존심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되찾자”고 다짐했다.
한편 부산지역에서 4‧11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문재인 통합민주당 상임고문과 문성근 통합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부산역 광장을 찾아 파업 중인 언론노조 간부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