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난의 고통과 불안에 처한 낮은 자들의 목소리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남은 지 오래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풀지 못한 숙제이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을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이들이 있다. <단비뉴스> 취재팀은 눈에 띄지 않던 낮은 자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걸어들어갔다. 그들은 풀지 못한 숙제를 두고 당장 무 자르듯 해답을 내놓지 않지만 독자의 마음 한 쪽에는 낮은 자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신간 <벼랑에 선 사람들>(제정임·단비뉴스팀, 오월의 봄 펴냄)은 <단비뉴스>의 취재팀이 2010년 6월부터 1년 반에 걸쳐 심층 취재한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 시리즈를 엮은 책이다. 기자들은 일자리, 주거, 보육, 의료, 부채 문제 등을 직접 체험하고 집중 취재해 문제의식을 짚어내고 있다. <단비뉴스>는 세명대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2010년 6월에 창간한 온라인신문으로 주요 시사현안을 전하는 동시에 예비 기자와 PD들이 직접 발로 뛴 현장 기록을 연재 중이다.
기자들은 그간 기성언론이 다루지 못한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문제들을 들춰내기 위해 소위 ‘위장취업’을 택했다. 기자들은 소위 가락시장 파 배달꾼, 텔레마케터, 출장청소부, 호텔 하우스맨으로 취업해 소리 없이 일하는 그들의 현실을 낱낱이 밝힌다. 지하셋방과 쪽방살이를 하거나 병마와 함께 무너진 가정과 대출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서민들의 실상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제정임 교수는 머리말을 통해 “<단비뉴스> 취재팀은 열악한 처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일수록 먹고 사는 일에 짓눌려 신문 한 줄 읽기 힘들도 TV뉴스도 제대로 못 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고단하고 힘들지만 ‘왜 이 모양인가’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토론하고 ‘바꾸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자들은 낮은 자들이 처한 고달픈 현실의 비상구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어떻게’에 대해 고민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 기자들은 현장 취재 후 자체적으로 토론회를 열어 해결책을 모색하고 전문가 의견을 구해 독자들은 책을 덮었을 때 대안 없는 현실로 인한 무력감 대신 또 다른 목격자로서 함께 설 수 있다.
아울러 기자들은 현장을 누비면서 겪은 내적 고민들을 취재후기를 통해 풀어놓아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특히 언론인을 지망 중인 기자들이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앞세우기보다 현장에서 느낀 괴리감과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은 부분과 인간 대 인간으로서 바라보는시선들이 눈여겨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