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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아닌 김용민 심판 등 ‘친여’ 프레임 고수…“파업 정당성 확인”

4·11 총선의 막이 오를 때까지 여의도 정가 주변에선 우스갯소리처럼 이런 얘기가 나왔다. 현 정권의 방송 장악에 떨쳐 일어난 언론인들의 파업이 아무쪼록 총선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길 바라는 쪽은 야당이 아니라 정권과 공동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이란 얘기였다.

공정방송 회복을 요구하며 언론인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는 사이, 친(親)정부 성향의 낙하산 사장들과 그들의 협력자들은 조금의 내부 견제도 없이 정부·여당에 유리한 방향의 보도를 내보낼 기회를 잡았고, 이런 상황은 여당에게 전혀 나쁠 게 없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4·11 총선 막판까지 KBS·MBC 등 파업 방송의 선거보도는 안팎으로부터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편파 뉴스”(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노골적인 물타기”(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현 정권의 임기 말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 성격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파업 공영방송들은 여당에 악재일 수밖에 없는 민간인 불법 사찰 등의 이슈를 슬쩍 덮고 가거나, 선거철 여야의 네거티브(부정적) 공세 정도로 의미를 축소하는 보도를 계속했다.

먼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가 지난 3월 29일 파업방송 <리셋 KBS 뉴스9>에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공개한 이후, 정권의 민간인 불법 사찰 관련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청와대는 같은 달 31일 참여정부 시절 경찰의 ‘감찰’ 자료를 앞세우며 전 정권에서도 ‘사찰’을 벌였다고 ‘물타기’를 시도했다.

KBS와 MBC는 즉각 화답했다. KBS는 이날 메인뉴스인 1TV <뉴스9> 첫 번째 리포트에 <청와대 “사찰 80% 노무현 정부서 이뤄져”>를 배치한 후 정권의 불법 사찰 파문을 “총선을 앞둔 정치공세”라고 비판하는 청와대의 입장을 앞세워 전했다.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 역시 두 번째 리포트 <靑 “사찰 사례 대부분 노무현 정부서 이뤄져”>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우선 전달한 뒤 이를 둘러싼 논란을 “전·현 정권의 공방”으로 처리했다.

이후 이들 방송에선 불법 사찰 파문을 총선을 앞둔 여야의 네거티브 선거 전략 중 하나로 축소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방송인 김제동씨 등에 대한 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되는 등 파문이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는 보도 대신 <여 “사찰, 선거 이용”…야 “대통령 출석 청문회”>(4월 3일, <뉴스9>), <민간인 사찰 공방…“청문회 실시” vs “선거 이용”>(4월 3일, <뉴스데스크>) 등의 정치공방으로 처리했을 뿐이다.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4~5일 사이 <뉴스데스크>와 <뉴스9>는 관련 리포트를 1~4번째 사이에 주요하게 배치했다. 반면 지난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기획재정부 선거법 위반 지적 관련 리포트는 김 후보 관련 리포트 뒤에 배치했고, 지난 3월 말부터 제기됐던 문대성 새누리당 후보(부산 사하갑)의 논문 표절 의혹 역시 김 후보 막말 파문 이후 여야 선거전의 일부로 다뤘을 뿐이다.

총선을 일주일 남짓 남겨둔 시점에 발표된 지상파 3사의 여론조사 결과 역시 집전화만을 대상으로 실시해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모두 조사 대상으로 삼은 언론사들과 큰 차이를 보여 신뢰성 논란과 함께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에도 지상파 3사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17.8%p 차이로 앞설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결과는 0.6%p 차이에 불과했다. 류정민 <미디어오늘> 기자는 최근 발간한 자신의 저서 <락더보트>에서 이를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여론조사 ‘꼼수’의 사례로 언급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9일 MBC본부는 총파업 특보를 통해 자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메인뉴스 <뉴스데스크>를 분석한 결과 내용뿐 아니라 영상과 CG(컴퓨터그래픽)에서도 “군사정권 수준의 편파”가 넘쳐났다며 “이보다 더 편파적일 수 없다”는 촌평을 내놨다.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4·11총선보도모니터 팀장도 “KBS와 MBC가 총선기간 내내 계속한 노골적인 편파 보도는 역설적으로 KBS 새노조와 MBC본부가 ‘공정보도 쟁취’ 등을 외치며 벌이는 파업의 정당성을 증명했다”고 지적한 뒤 “이는 낙하산 사장 퇴출과 공정보도 쟁취의 시급성과 중요함을 다시금 일깨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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