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야권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구원투수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중앙일보>가 안철수 원장이 4·11 총선 전 한 야권 중진과 비밀리에 만나 올 12월 대통령 선거 출마 결심을 밝히며 대선캠프 동참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안 원장은 민주통합당 입당이나 제3당 창당 대신 일단 느슨한 정치결사체인 ‘포럼’을 구성해 독자적으로 세를 규합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은 지난달 중순께 중도·합리적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는 한 야권 중진에게 “(대선에 출마하기로)마음을 굳혔다. 새로운 정치 실험에 나서겠다.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안 원장 측 핵심 관계자가 15일 밝혔다.
안 원장의 요청을 받은 야권 인사가 “정말 결심이 섰느냐. 대선 도전이 쉬운 게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자 안 원장은 “내가 평소 잘 웃고 그렇지만, 마음을 한번 먹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그동안 준비를 많이 해왔으며, 이제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안 원장 측은 전했다.
안 원장은 이 야권 인사를 포함해 몇몇 인사를 만나 대선 출마에 관한 자신의 뜻을 알리는 등 사실상 영입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영입대상 인사들에게 대선 캠프 격인 포럼 출범 계획을 공개하고, 정책공약을 개발할 싱크탱크 설치 방안도 밝혔다고 한다. 안 원장 측 관계자는 “안랩(옛 안철수연구소)과 ‘안철수 재단’만으로는 정치활동을 하기 어려운 만큼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출범할 포럼이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이 ‘포럼’ 형태의 정치결사체를 출범시킬 경우 야권은 물론 중도 성향 인사들의 참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포럼 결성과 함께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지지세력을 확보한 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의 1학기 강의가 끝나는 6월 이후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다만 대선 출마 의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조기에 공식화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안 원장 측 관계자는 “안 원장이 당초 총선 전에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힐 예정이었지만, 자칫 총선 구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단 총선 후로 공개를 미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4·11 총선에 패배한 민주당에선 안 원장에 대한 ‘조기 영입론’이 분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4선에 성공한 이종걸 의원을 비롯해 총선에서 낙선한 김효석 의원 등은 15일 “민주당의 총선 패배가 보약이 되기 위해서는 당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 당 밖에 있는 안철수 원장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파함정 빠진 민주, 자성·쇄신론 없다
총선 이후 민주통합당의 답답한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한겨레>는 4월11일 총선 나흘이 지나도록 민주통합당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당의 지도부를 이끌고 있는 최고위원들도, 총선 당선자도 이번 총선에 대한 공개적인 평가도 없다고 지적했다.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선 문성근 최고위원이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 임시지도부를 구성하고, 다음날 새 원내대표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 및 그다음날 새전당대회 등에서는 어렵사리 합의가 이뤄졌다.
문용식 인터넷소통위원장 등 34명의 민주당 총선 후보·예비후보들이 ‘이번 총선 패배의 원인은 공천 실패와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원인이기에, 이번 지도부는 다음번 전당대회에 나서면 안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낸 것이 유일하다. 그나마 경선·본선에서 탈락한 이들이 낸 성명이라 정치적 힘이 부친다.
같은 시간 새누리당에서는 논문 표절 의혹과 제수씨 성폭행 의혹을 받은 당선자를 출당시켜야 한다는 공식 문제제기가 당 지도부에서 공공연히 나왔다. ‘의회 과반수가 무너지더라도 명확한 쇄신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대선 승리는 없다’는 논리였다.
총선에서 이긴 정당에서 ‘쇄신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진 정당에서는 ‘질서론’이 대세다. 선거에서 패할 때마다 지도부를 교체한 열린우리당의 경험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하자는 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열린우리당때 보면 선거 때마다 지도부를 교체해 평균 4개월에 한번 지도부가 교체됐다”며 “(선거때마다 지도부를 교체하면) 유권자들이 당을 우습게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속사정을 통해 침묵의 이유를 살펴 보면 ‘계파 구조’가 큰 몫을 차지한다. 한명숙 대표를 비판하다 보면 자기들의 책임도 드러나게 되는 모순 탓이다. 민주당에는 크게 6개의 계파가 존재한다.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보면 문재인 당선자를 지지하는 정세균계와 문성근 최고위원과 이해찬 당선자를 중심으로 하는 ‘혁신과 통합’ 계열, 그리고 한국노총을 껴안은 손학규계와 정동영계가 있다. 여기에 이인영 최고를 중심으로 하는 민평련계가 있고, 박지원 최고를 중심으로 한 호남계가 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공천 파문’이 줄을 이은 것은 이런 계파 구조 탓이었다. 계파별로 나뉜 구조는 강력한 리더십을 불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 민주당은 총선 국면에서 위기가 생길 때마다 위기관리에 실패했다. 정확히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금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관악을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 조작 파문이 났을 때, 민주당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사퇴 문제는 전적으로 통합진보당이 결정할 일이라는 태도였다.
나꼼수 멤버 김용민씨를 노원갑 후보로 영입할 때도, 중간에 김영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났을 때도 최고위원들은 공개적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격전지를 뛰고 있던 총선 후보들은 “최고위원회에서 왜 논의를 하지 않느냐”는 답답함을 문자나 전화로만 알릴 뿐이었다.
신율 교수는 “민주당은 통합 이후 물리적·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천을 하다 파문을 겪었고,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과정에서 그런 불안정성을 더 키웠다”며 “지금의 침묵도 자기 계파에게 비판이나 책임이 돌아오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육성연설을 한 김정은은 김정일보다 할아버지 김일성과 닮은 모습이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15일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 기념식에서 ‘김정은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경향신문> 1면 기사다.
김 주석이 생전에 공개연설 때 입었던 흰 군복과 ‘구형모자’를 선보였고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급 신형 미사일과 6·25 전쟁 후 모습을 감췄던 종마부대도 등장했다.
김 제1비서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태양절 기념식 주석단에 올라 첫 공개연설로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 경제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길에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과 달리 ‘강성국가 진입 원년’ 선포는 하지 않고 “강성국가를 만들자”는 주문만 내놨다. 김 제1비서가 강성국가 진입 선포를 하지 않고 선군정치를 내세운 것은 만성적 경제난에 ‘광명성 3호 위성’ 발사까지 실패하자 강성국가로 내세울 게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정은은 11일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당 비서국 제1비서와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원장에 올랐고,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돼 최고위직을 모두 승계하며 3대 세습을 마무리했다. 김정은 체제는 ‘극장식 정치’로 성대히 개막했지만 안으로 김 주석의 유훈인 인민의 먹고사는 문제, 밖으로는 로켓 발사에 따라 얼어붙은 대남·대미관계 복원이란 난제가 놓였다.
김 제1비서가 김 주석 시대의 옛 복장과 군사 퍼레이드를 선보인것은 3대 세습으로 정통성이 약한 그가 보여주기 정치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불법사찰 진경락 구속영장 청구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은 15일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은 2009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매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특수활동비 중 280만원을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고 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앞서 "진 전 과장을 통해 특수활동비 중 200만원을 이영호(구속)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30만원을 최종석(구속) 전 행정관에게, 50만원을 조재정 전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진 전 과장은 또 2008년 9월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직원들을 시켜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의 옛 사무실에 무단으로 들어가 불법사찰하게 한 뒤 KB한마음 대표 자리에게 물러나게 하고, 회사 지분을 강제로 매각하게 한 혐의(방실수색 및 강요)도 받고 있다.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관련자 중 두 가지 혐의가 모두 적용된 것은 진 전 과장이 처음이다. 진 전 과장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2010년 1차 수사 당시 증거인멸로만 처벌받은 바 있어, 1차 수사팀의 부실수사가 또 한번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진 전 과장은 지난 13일 검찰에 체포된 이후 묵비권을 행사하며 불법사찰 사건을 비롯, 검찰의 재수사 착수 이후 최근까지 자신의 행적에 대한 진술 등을 일체 거부하고 있다. 진 전 과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6일 오후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막말 파문’으로 4·11선거의 주요 변수가 됐던 김용민 전 민주통합당 후보(서울 노원갑)가 선거 뒤 이틀간의 ‘자숙’을 깨고, 14일 트위터에 “낙선자의 근신은 끝났다! 국민욕쟁이 행동개시”라며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 “반성한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은 없다”는 말했다. 김 전 후보는 총선 출마를 위해 입당했던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정치를 더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트위터 활동을 재개한 이유에 대해선 “활동을 재개한 데 대해 나를 지지해주신 분들이 오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지금 해야 할 역할은, 조중동이 집중포화를 퍼부었어도 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끄떡없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엔 “‘벙커1’(‘나는 꼼수다’가 연 오프라인카페)에서 일할 것이고, 내년까지 나꼼수 방송을 잘 마칠 생각이다. 나꼼수 이후엔 인터넷 기반 뉴스채널을 만들어볼까 한다. 선거에 나가서 느껴보니 공격당하는 주요 지점에는 조중동이 아니라 방송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나는 가수다’ 책으로 노래하다
숱한 화제를 낳았던 MBC <나는 가수다>가 책으로 나온다. 신간 ‘나는 가수다: 책으로 노래하다’(이도운·이은주·남지은 지음, 블루게일 펴냄)는 현직 기자인 저자들이 ‘나가수’의 제작자와 출연자, 관련 전문가 등을 만나고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프로그램의 탄생부터 진행 과정, 가수들의 속내와 노래에 얽힌 사연 등을 풀어냈다. <서울신문> 19면 기사다.
나도 가수다’, ‘나는 하수다’, ‘나는 꼼수다’ 등 다양하게 영감을 준 ‘나가수’는 하마터면 ‘가수들’(Singers)이라는 밋밋한 제목으로 방송을 시작할 뻔했다. ‘나가수’란 아이디어를 들고 온 사람은 바로 가수 이소라였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기획 단계부터 “가장 섭외하기 어려운 가수 이소라를 잡으면 나머지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실제로 이소라의 공은 컸다. 출연자 7명의 상징으로 제목에 있는 ‘ㄱ’ 대신 숫자 ‘7’을 넣자는 생각도 이소라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니 말이다.
화제와 관심 속에서 시작했지만 ‘나가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김건모의 재도전 파문과 백지영의 중도하차, 프로듀서 교체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나가수’는 아이돌로 점철되고 후크송이 지배한 대중음악계에 한국 대중음악사를 아우르는 명곡들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책은 이렇게 ‘나가수’가 경제·사회에 끼친 파급 효과는 물론 모든 출연 가수들의 못다 한 고백을 전하는 인터뷰, 두 프로듀서 김영희와 신정수, 정석원·하광훈·돈 스파이크 등 편곡자, 멋진 무대를 함께 만든 하우스 밴드 마스터 서영도와 정지찬 음악감독 등의 이야기까지 두루 조명한다. 또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을 만한 10대 명장면과 이유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