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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대규모 인사·조직개편 단행…‘PD수첩’ 등 시사프로 통제 더욱 강화

총선 이후 MBC경영진의 행보가 발 빠르다. 사측은 지난 19일 지역사 사장 및 이사급 임원인사를 결정하고 지난 20일엔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을 해체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24일에는 부장급 이상 보직간부 70여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김재철 사장은 이번 개편에서 충성 인사는 우대하고 그렇지 않은 인사는 내치며 ‘친위체제’를 구축해 장기파업 국면을 타협 없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시사프로그램의 통제가 쉽게끔 조직구조를 바꿔 ‘파업 이후’ 지배체제도 용이하게 만들었다.

▲ 김재철 MBC 사장. ⓒMBC노조

■ 친위체제 구축 · 〈PD수첩〉 통제 강화 = 김 사장은 최측근인 이진숙 홍보국장을 기획조정본부와 홍보국이 통합된 기획홍보본부장으로 임명했고, 파업 중에도 자리를 지켰던 주요 간부들에게 요직을 챙겨주며 ‘김재철 체제’를 재편성했다. 파업기간 중 애매한 입장을 보이거나 여러 이유로 김 사장과 각을 세웠던 인사들은 지역으로 가거나 보직에서 밀려났다.

〈PD수첩〉을 비롯한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통제는 강화됐다. 지난해 ‘〈PD수첩〉 파괴’에 앞장섰던 윤길용 전 시사교양국장 · 김철진 전 〈PD수첩〉 팀장 · 김현종 시사교양3부장 · 배연규 전 펙트체크팀장은 각각 편성국장과 교양제작국장, 시사제작국장, 그리고 〈PD수첩〉이 있는 시사제작 3부장이란 요직을 주며 〈PD수첩〉에 대한 통제구조를 완성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검열의 강화’가 눈에 띈다. 사측은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을 해체한 뒤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등 시사물을 편성제작본부 시사제작국에 배치시켰다. 최승호 전 〈PD수첩〉 PD는 이를 두고 “MBC 고발프로그램을 모두 편성제작본부에 몰아넣고 사장 직속으로 통제하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MBC의 한 시사교양PD는 “조직개편내용과 보직간부들의 면면을 보면 앞으로 시사프로그램의 정상적 제작이 불가능해보일 정도다”라고 우려했다.

보도본부 영상편집부가 편집3부로 바뀌며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의 입김을 받게 된 점도 문제다. 영상편집부는 보도의 공정성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영상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밖에도 통제의 상징인 심의실은 심의국으로 격상된 반면, 현 경영진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던 라디오본부는 라디오제작국으로 격하됐다.

■ “김재철, 편파보도조직 재정비” = 이번 대규모 개편은 파업 변수였던 총선결과가 여당에 유리하게 나온 이후 빠르게 진행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는 24일 성명에서 “김재철은 그동안 뉴스와 〈PD수첩〉 등의 제작과정에서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인물들만 골라내 주요 보직에 앉혔다”며 “이번 개편은 MB방송 체제구축이자 대선을 앞둔 편파보도팀의 조직 정비다”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김재철은 이번 개편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대선에서도 여당을 확실히 밀어 줄 테니 자신의 자리를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김재철 퇴진 이외에 조합이 취할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다”며 사장 퇴진 의지를 드러냈다. MBC노조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MBC내 부역자의 면면을 확인한 점은 긍정적”이라 귀띔했다.

한편 사측은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PD저널〉과의 통화에서 “과거 〈피자의 아침〉에서 시도했던 기자·PD 협업이 참신했다는 평가도 있다”며 “이번 개편으로 기자들의 순발력과 팩트 체킹 능력, PD들의 심층 취재라는 그룹별 장점이 시사제작국이라는 한 지붕 아래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이번 개편이 “시사프로그램 죽이기”라는 주장에 대해선 “MBC를 지속해온 언론인의 정신은 조직개편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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