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구속영장은 경영진·검찰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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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하 위원장 등 5명 오늘 남부지법 출두…“집행부 믿어 달라”

▲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로비에 열린 파업집회에서 정영하 노조위원장(가운데) 등 노조집행부 다섯명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검찰의 구속영장청구에 따라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남부지법으로 향했다. ⓒ언론노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 집행부 5명이 7일 오후 3시 서울남부지법에 출두했다. 검찰이 지난 5일 정영하 노조위원장,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 장재훈 정책교섭국장, 김민식 부위원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1일 법원이 이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지 10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정영하 MBC노조위원장은 7일 오후 2시 MBC본사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난번보다 깊게 고민해 자진 출두를 결정했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에게 나쁜 국면이 아니다. 지금처럼 집행부와 동지들을 믿어 달라”고 말했다. 정영하 위원장 등 집행부 다섯 명은 200여명이 넘는 조합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남부지법으로 이동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 경영진과의 합작품?

검찰은 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을까. MBC노조에 따르면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사유로 배현진 아나운서가 지난 달 29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언급했다. 검찰은 “(배씨의 글에) 집회 참석에 대한 노조의 압박과 장기간 파업으로 노조원간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면서 공공연한 장소에서 불호령을 내리거나 폭력을 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배 아나운서의 글을 바탕으로 MBC노조에서 조합원들이 집회 참여를 강요받고 노조원간 폭력행위도 발생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검찰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비민주적으로 흘러가는 등 노조 측의 자발적인 사태해결의지를 인정할 수 없는 등 사안이 중하고 재범 위험성이 높으므로 구속 수사하고자 한다”며 구속영장 재청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배 아나운서의 글만으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MBC노조는 7일 특보를 통해 “(배현진의) 글에서 언급된 노조원 사이 폭력은 글을 쓴 본인조차 구체적 사실을 밝히지 못할 정도의 허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장을 재청구할 만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정의 변경 사유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이어 “경찰조차도 불구속 기소 의견을 제시한 사안에 대해 검찰이 두 차례나 무모한 영장청구 도발을 감행한 건 정권 상층부의 기류를 알아서 읽고 집행하는 정치 검찰의 오랜 악습과 결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배현진 아나운서의 선배인 김정근 아나운서는 7일 집회에서 “강요로 여기 모인 사람은 없다. 우리는 MBC를 사랑해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역시 검찰의 무리한 재청구를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지난 2주 동안 MBC노조 집행부를 구속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이들은 경찰의 수사를 충실히 받아왔고 지난 번 영장실질심사에서 앞으로도 충실히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 소명한 바 있어 구속영장 재청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노조집행부에 대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재신청한 것은 MBC노조원들의 파업을 와해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이라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MBC 안팎에서는 사측이 일부러 배현진 아나운서의 글을 언론에 유포하고 검찰이 이를 근거로 사용해 영장을 재청구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29일 사측은 배 아나운서가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서 30여분 뒤쯤 해당 글을 모든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후엔 박성호 기자 해고와 35명 대기발령, MBC 로비의 파업 게시물 철거 등 강경대응을 이어갔다. 노조는 이 같은 일련의 대응을 “노조의 폭력을 유도하거나 폭력집단으로 묘사해 구속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시도”로 규정한 뒤 “이번 구속영장 재청구가 검찰과 사측의 공동기획물로 보이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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