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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조합원 해고는 처음…사측, 구체적 징계 사유 말 안해

▲ 최승호 MBC PD(왼쪽)와 박성제 MBC 기자(오른쪽). ⓒPD저널
MBC경영진이 지난 18일 인사위원회 결과에 따라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해고했다. 파업 기간 중 일반 조합원을 해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으로 해고된 MBC조합원은 2010년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까지 포함해 모두 8명에 이르게 됐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김재철은 죗값을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은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최승호PD와 박성제 기자의 해고 사유를 “불법파업 가담과 회사 질서 문란”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구체적 해고 사유를 묻자 답변을 거부했다. 평 조합원에게 해고는 가혹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답하지 않았다. 사측은 이날 2명을 해고함과 동시에 9명을 중징계 했다. 

두 사람과 함께 인사위에 회부됐던 김민식 PD, 이중각 PD, 전흥배 촬영감독은 정직 6개월을 받았다. 김민식 PD는 노조 집행부에서 편제부분 부위원장을 맡으며 ‘MBC 프리덤’ 뮤직비디오와 팟캐스트 방송 ‘서늘한 간담회’ 등을 기획하는 등 각종 집회 및 행사 프로그램을 연출해왔다. 이중각 PD는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흥배 감독 역시 게시판에 사측의 채증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파워업 PD수첩>과 <뉴스타파>에서 활약한 김재영 PD와 김재철 사퇴 1인 시위를 주도하며 각종 언론 인터뷰에 나섰던 이춘근 PD, 파업에서 이탈한 아나운서를 공개 비판했던 강재형 아나운서는 정직 3개월을 받았다. ‘트위터 괘씸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송요훈 기자는 정직 2개월,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제작해 온 임명현 기자와 ‘흰수염 고래’ 뮤직비디오를 기획한 신정수 PD는 정직 1개월을 받았다. 사내 피켓시위에 가담했던 홍우석 카메라 기자도 정직 1개월을 받았다.

이번에 해고당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전직 MBC노조위원장이란 공통점이 있다. 최승호 PD는 2003~2004년, 박성제 기자는 2007~2008년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최 PD가 편제 부문에서, 박 기자가 보도 부문에서 각각 조합원들의 멘토 또는 맏형 노릇을 해온 점에 비춰보면 사측의 해고 의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MBC의 한 조합원은 “회사는 박성제와 최승호의 해고 사유에 대해 구체적 정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부당성을 지적한 뒤 “전직 노조위원장 둘을 해고한 것은  MBC노조의 뿌리 자체를 부정하고 노사관계를 파탄내고 싶어하는 사측의 욕망이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해고 통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성명을 내고 “경영진은 두 사람에 대한 대기 발령부터 인사위원회 회부까지 이유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는 인사위원회에 불러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라며 윽박지르고, 역시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해고를 해버렸다”고 비판한 뒤 이번 해고사태를 “인간의 탈을 쓴 정신병자들이나 벌인다는 ‘묻지마’ 살인”으로 규정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이강택)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PD수첩’을 제작한 PD도, 수많은 특종을 쏟아낸 기자도, ‘나는 가수다’를 연출한 PD도,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만든 PD도, 김재철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희생물로 삼았다”고 지적하며 “자신이 살기 위해 MBC의 핵심인력들을 내쫓겠다는 것으로, 이성을 잃지 않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위”라며 정치권에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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