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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노사 입장차 큰 상황에서 파업 ‘이후’ 고민 많아…‘강한 공정방송 여론’ 필요

▲ 서울 여의도 MBC사옥. ⓒMBC

오는 8월 새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진을 통해 MBC파업 사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여야 합의문이 나왔지만 여전히 MBC는 갈 길이 멀다. 장기파업으로 노사가 입은 피해가 큰 만큼 당장 국회에서 나온 합의문 하나로 해결 될 수 있는 사안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김재철 사장이 당장 사퇴를 하더라도 남겨진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권 상황과 별개로 노사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 MBC노사는 여야 합의문이 나온 29일 오후 노사대화를 가졌지만 각자의 요구안과 입장차만 확인하고 20분 만에 소득 없이 끝냈다. 오늘 여야 합의문에 대해서도 노사는 달리 해석하고 있다. 노조는 사실상 새 이사진에 의한 김재철 사장 해임에 여야가 합의한 것이라 보지만, 사측은 노조를 비롯한 세간의 주장이 지나치게 앞서나간 것이라 보고 있다.

MBC사측 관계자는 “오늘 열린 노사대화도 회사는 업무복귀의 수순으로 보고 있지만 노조는 김 사장 퇴진을 전제로 한 논의로 보고 있다. 원 구성 합의문도 서로 동상이몽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측의 견해를 두고 중립적 위치에 있는 MBC 관계자마저 “상황이 몰리면서 경영진의 인지부조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할 정도지만, MBC경영진의 입장은 파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김재철 떠나도 남은 문제 ‘산더미’

김재철 사장이 노조의 요구대로 바로 사표를 던지더라도 남아있는 문제가 많다. 노조 입장에선 김 사장이 떠난 이후 김 사장이 남긴 ‘과오’를 처리해야 하는 큰 숙제가 있다. 더욱이 공영방송 사장 선임구조가 달라지지 않을 경우 김재철 사장과 유사한 인물이 차기 사장으로 내정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김재철 사장을 보좌해온 간부진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간단치 않다.

파업 중인 한 시사교양 PD는 ‘김재철 8월 해임설’로 시끄러운 요즘 속내가 이렇다. “김재철 사장이 나간 이후가 더 걱정이다. 다음 사장으로 어떤 사람이 오는지가 중요하다. 또 (업무복귀 이후) 조합원들이 올라가서 대면하는 사람들은 사장이 아니라 간부들이다. 파업을 150일 넘기며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들과 아무렇지 않은 관계로 지낼 순 없다. 수많은 간부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올라가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고민이다.”

이와 관련 파업 중인 MBC의 한 전직간부는 “업무에 복귀하면 김재철과 영합한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인사권이 없는 노조 입장에서 현 경영진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사개편을 이뤄내기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어려움은 또 있다. 파업 기간 중 사측은 100명 이상의 조합원을 대기발령 조치했고, 6명은 해고했다. 중징계도 수십 명이 나왔다. 노조 집행부는 3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 휘말렸고 재산가압류까지 당했다. 그 사이 조직개편이 진행돼 시사교양국은 해체됐다. 돌아갈 곳 없는 조합원이 생겨났다. 우울증 치료를 받는 조합원도 등장했고, 말 못할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 조합원도 늘어났다. 어느 조합원은 사측 간부들로 인해 분노조절장애가 생겼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들을 일순간 해소하는 것 역시 힘들어보인다.

공정방송 위한 선례 남기려면 파업지지여론 절실

▲ MBC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시작한 '쫌 보자! 무한도전' 선전전의 모습. ⓒ언론노조
이번 MBC파업은 MBC의 마지막 장기파업이 될 확률이 높다. 이번 파업 결과에 따라 MBC가 공정방송 틀을 복원해 언론운동사에 승리의 기록을 남길 수도 있고, 반대로 노동조합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노사 모두 막판까지 양보할 수 없는 요구안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김재철 사장 퇴진 이후 MBC를 이전의 공정방송 틀로 복원하고 나아가 사장선임구조 개혁까지 나서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입만 바라보고 있을 게 아니라 지금보다 더 높은 사장 퇴진 여론과 공정방송에 대한 요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 현재 김재철을 대신할 낙하산 인사가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을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뒤 “현 상황에서 욕은 김재철이 먹고 정부는 보도파행 등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있지만 대통령까지 타격을 입는 순간이 오면 (청와대도) 김재철을 버리게 될 것”이라 밝혔다. MBC가 완전한 ‘복원’을 위해서는 MBC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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