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에도 등장하는 ‘MBC 사태’, ‘추적 60분’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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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파업 당사자” 문제 삼아 취재 불가 통보… 제작진 “동의 못해”

▲ KBS <추적 60분> ⓒKBS 화면캡쳐
‘MBC 사태’를 취재하려던 KBS <추적 60분> 제작진에게 담당 국장이 ‘MBC 사태’ 취재 불가 입장을 통보, 제작진들이 반발하고 있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지난 6월 중순 MBC 파업 사태와 관련한 취재 기획안을 제출했지만 최근까지 여기에 대한 시사제작국장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제작진은 오는 18일 방송을 목표로 2차 기획안 ‘최장기 MBC 파업 사태 해법은’을 다시 냈다. 담당 CP와 EP로부터는 ‘취재 허락’을 받은 상태로 시사제작국장의 허락만 남겨 놓고 있었다. 

제작진들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답변을 미뤄오던 권순범 시사제작국장은 2일 오전 시사제작국 간부회의에서 ‘MBC 파업을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2일 성명을 내고 “‘연대파업의 당사자였던 KBS노조원이 관련 아이템을 취재한다면 그 방송은 공정한 방송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취재 불가 사유를 동의하기 어렵다”며 “언론사 파업 문제는 국회 개원협상의 선결 조건 중 하나였을 정도로 우리 사회 가장 중요한 이슈인데 이런 문제를 공영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가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추적 60분>을 비롯한 KBS 제작진들은 개인의 신념이나 호불호를 떠나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사명으로 불편부당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취재한다”며 “<개그콘서트>에서 ‘무한도전을 보고싶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MBC 사태가 왜 <추적 60분>에서는 취재 불가 성역으로 취급받아야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권순범 시사제작국장은 “(제작진들이) 파업을 끝내자마자 들어와서 MBC 사태를 다루는 게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며 “또 (MBC 파업 사태는) 양쪽의 의견이 확실히 부딪히는 상황에서 한쪽 편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추적 60분> 한 제작진은 “파업은 조합원으로서 한 것이고, 언론인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는 어떤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드러내진 않는다”며 “이런 논리라면 노동 아이템은 모두 할수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MBC사태 취재 불가, 제작진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 권순범 국장 취재불가 지시에 대한 일선 제작진 입장

2주일이 흘렀습니다. 추적60분 제작진이 ‘MBC 파업’ 취재 기획안을 제출한 이후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며 답변을 유보하던 권순범 시사제작국장은 결국 오늘 아침, 최종적으로 ‘안된다’라는 입장을 통보했습니다.
권국장께서 밝히신 취재 불가 사유는 ‘공정성이 담보될 수 없다’는 것. 정확한 표현은 “연대파업의 당사자였던 KBS 노조원이 관련 아이템을 취재한다면 그 방송은 공정한 방송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희 <추적60분> 제작진은 국장님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언론사 파업문제는 국회 개원협상의 선결조건 중 하나였을 정도로 우리 사회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런 문제를 공영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 아닐까요? 국장께서도 제작진과의 면담 중에 ‘MBC 파업이 지금 우리 사회의 핫이슈라는 사실에는 공감한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거듭 우려하신 공정성 문제는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적절한 협의과정과 데스킹을 통해 보완할 수 있으니 이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추적 60분>을 비롯한 KBS 제작진들은 개인의 신념이나 호불호를 떠나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사명으로 불편부당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여 취재합니다. 때문에 공정성은 국장님 뿐 아니라 저희 개개인이 가장 중요시하는 기본 원칙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파업에 참여했던 제작진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보나마나 그 프로그램은 공정하지 못할 것이고, 때문에 그 아이템은 추진조차 할 수 없다는 국장님의 편견이야말로 후배 기자, PD들의 자질을 평가절하 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나아가 기왕에 제작해 왔던 KBS 시사 제작물 자체의 공정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닐지 몹시 유감스럽습니다.

2년 전 <추적60분>이 보도본부로 이관된 이래로 아이템을 둘러싼 간부진과 일선 제작진들의 충돌은 적지 않았고 프로그램이 불방 되고 급기야 제작진이 징계를 받는 사태까지도 벌어졌습니다. 수 년 간 되풀이되었던 이런 상황을 더 이상은 초래하지 않기 위해 저희 제작진은 지난 2주에 걸쳐 권국장에게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해 왔습니다. 어제 방송된 개그콘서트를 보셨습니까? 개그맨도 ‘만나면 좋은 친구, 무한도전을 보고싶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MBC 사태가, ‘추적60분’에서는 취재 불가 성역으로 취급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일찍이 보도국 내 탐사보도팀 구축을 담당하신 권국장님께 시사제작국 후배 일동이 다시 한 번 촉구드립니다. <추적60분>을 제작하는 후배들의 자질을 믿고, 성역 없는 시사프로그램을 향한 언론인의 양심을 실천할 기회를 막지 말아주십시오.

추적60분 제작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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