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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PD의 군침 도는 다큐, 맛 보실래요

[PD의 사생활] 요리하는 이욱정 KBS PD 박수선 기자l승인2012.07.12 1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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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식도락가는 많지만, 직접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요리에 소질이 있다’고 자부하는 자칭 요리사 중에서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욱정 KBS PD는 드물게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욱정 PD의 이름을 알린 건 2008년 방송돼 음식 다큐멘터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인사이트 아시아 누들로드>다. 하지만 KBS 안팎에서 화제를 모았던 건 그 이듬해의 이 PD의 행보였다. 그는 잘 다니던 직장을 휴직하고 2년 여 동안 영국 명문 요리학원 르 코르동 블뢰에서 요리를 배우고 돌아왔다. 지난 9일 KBS 신관에서 만난 그는 2013년 방영 예정인 글로벌 대기획 <요리 인류>(가제) 제작 준비에 한창이었다.

   
▲ 이욱정 KBS PD.
■ “셰프 연출가의 탄생”=
지난해 말 KBS로 복직한 뒤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인사는 “언제 레스토랑을 차릴 것이냐”라는 말이었다. 그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2년동안 요리를 배우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함부로 레스토랑을 차려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요리 이외에 신경 쓸 일이 많은 오너 셰프의 경우에는 더 그렇죠. 셰프로 성공하는 건 방송사 PD보다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영국에서 돌아온 이후 그는 본업에 몰두했다. 지난해 말 복직한 이후 최근까지 숨가쁜 일정이 이어졌다. <KBS 스페셜> ‘셰프의 탄생, 500일의 레시피’를 연출했고, 유학기간 <한겨레>에 연재했던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을 엮은 책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KBS 월드채널에선 파일럿 프로그램 ‘스타키친’을 선보였다. K팝스타가 요리를 배우는 콘셉트인 이 프로그램은 유투브에 공개한 지 3주만에 조회수 10만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모두 요리를 매개로 한 프로그램이다. 낯선 타지의 주방에서 땀 흘리며 요리를 배운 것도 음식·요리 전문 PD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

“요리학교에서 요리를 배운 건 음식·요리 프로그램을 더 잘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바둑TV PD가 바둑을 모른다면 말이 안되잖아요. 음식·요리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는 PD가 요리에 대해 잘 알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테니까요.”

그의 이런 생각은 유학기간 다국적 유학생들과 유럽의 매체를 겪으면서 더욱 확고해 졌다. 영국 BBC를 비롯해 유럽 방송 매체에서 요리는 인기 콘텐츠다.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셰프들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요리는 이 지역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요리를 취미로 즐기고 인생의 낙으로 삼고 있어요. 새로운 레스토랑 오픈 소식이 영화 개봉처럼 관심을 끄는 시대가 조만간 올 겁니다. 그 때를 대비해야 하는데 국내 공중파 방송사의 요리 프로그램은 여전히 맛집 소개 정도에 머무르고 있어요. 자연과 여행, 인간, 역사 등 TV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은 굉장히 다양하고 넓어요.”

   

■ “부모님도 미식가”=이 PD가 요리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건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부모님이 미식가셨어요. 매일 저녁 밥상에는 메인 메뉴 2가지는 꼭 올라왔어요. 어머님의 평생 과제가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는 것’이었거든요.”

‘미식가’ 피를 이어받은 그는 연출가로서 ‘음식’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왔다. <추적 60분>에 속해 있을 땐 ‘학교 급식 안전 문제’를 고발하는 등 <누들로드> 이전부터 다양한 관점에서 음식을 프로그램 주제로 다뤄왔다. 그는 석사논문도 ‘방글라데시 이주민의 음식 금기’를 주제로 썼다.

그는 요리사로 전업할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요리는 즐겨 한다. 그는 인터뷰 도중 “칼질하다가 다친 상처”라며 반창고를 붙인 손가락을 내보였다. 이날 아침 ‘한우를 큼직하게 썰어 넣은 스테이크 볶음밥’을 만들다 난 상처였다. 내친 김에 요리 팁도 공개했다. “볶음밥에 한우를 크게 썰어 넣으면 스테이크와 볶음밥 요리를 모두 맛볼 수 있습니다. 참, 고기는 질겨지니까 나중에 넣어야 해요.”

최근에 집 밖에서도 공인받은 요리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는 본격적인 ‘요리 인류’ 제작에 앞서 별도의 쿠킹 스튜디오를 마련해 다양한 요리 장면과 촬영 기법을 시도해 보고 있다고 했다. 요리는 이 PD의 몫이다. “향신료를 넣은 인도 닭고기 요리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간이 좀 세게 들어가는 게 문제이긴 해요.” 이야기만 듣고 있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이 요리는 이 PD와 함께 ‘요리 인류’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김승욱 PD, 김승환·한주열 촬영감독의 차지다.

이들과 함께 이 PD가 ‘요리 인류’에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명하다. “요리하는 인간이 인류를 바꾸었다”는 것이다. 국수라는 한가지 요리를 통해 인류와 문명을 이야기했던 <누들로드>와 달리 <요리인류>에는 빵, 바베큐, 카레 등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음식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누들로드>의 확장판인 셈이다.

이 PD는 “<누들로드> 보다 영상미와 보는 재미가 3배 정도는 더 클 것”이라고 자신했다. “<누들로드> 때문에 야식의 유혹을 참지 못했다는 볼멘소리를 들었는데 <요리인류>는 이보다 더 할 겁니다. 반드시 식후 시청을 권합니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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