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6·25 전쟁 당시 미국이 한반도에 셀 수 없는 미사일을 떨어트렸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미군이 남긴 폐허의 땅에서 미국을 동경했던 ‘비참한 아이러니’에 주목했다. 김경만 감독은 소개말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한 한국의 믿음은 기독교와 같았다. 한국은 미국의 세례를 받은 것처럼 새로 태어났지만 그 실체는 이미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영화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비난하는 기도회의 한 장면과 미국의 무기개발을 칭송하는 뉴스의 한 장면을 연결하고, 1980년 광주학살의 순간을 보여준 뒤 전두환을 공개 지지하는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비춰준다. 한국 대통령은 박정희·김대중 할 것 없이 모두 미 대통령을 찾아 악수를 청하며 미국을 떠받들었고, 국민들은 IMF와 한미FTA로 대표되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달러-월스트리트 체제’에 일자리를 잃었지만 여전히 미국을 동경했다.
미국 외에 다른 세상은 없는 것처럼 사는 한국사회의 슬픈 모습은 지금도 계속된다. 영어 공용화를 주장하는 포항공대 총장, 영어마을 개관식에서 “I Love America”를 노래하는 아이들, 한국에서 열린 미국 건국 200주년 축하공연에서 “미군이 떠나면 나라가 불행해진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까지. 감독은 이들을 통해 오늘날 한국의 모습을 비추며 “미국은 과연 우리의 구세주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